05화. 이윽고 생명의 탄생(3)

<밤비탄생기>

by Bamnoon

왼쪽으로만 누운지 10개월.

아기가 내 자궁에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지 몰라도 오른쪽으로도, 똑바로도 눕지 못한 게

10개월째다. 진통을 하면서도 난 왼쪽자세다. 왼쪽으로 누운 새우처럼 누워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하나. 하루를 넘어가진 않겠지.

구부정하게 누워서 진통 강도를 체크하는 기계를 바라보며 진통을 참아낸다.

저 깜빡임이 더 빨라져야 하는데.....

어 그런데. 드디어 강도가 세진다.


"악. 악. 오빠, 나 이제 아파! 진짜 아파!!!!!!!"

간호사 선생님이 오셨다.

어김없이 내 몸을 휘저으시더니, 아기가 많이 내려왔으니 문이 조금만 더 열리면 나오겠다고 하신다.

이놈의 문은.. 왜 이렇게 더디 열리는 건지... 내 몸인데, 내 몸의 때를 기다리는 시간이라니.

내 몸이라고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절감하는거지-


진통 강도가 점점 세졌다. 생리통의 100배.

아니, 친구들이 '네 아래로 수박이 나온다고 상상해봐. 딱 그 느낌이야'라고 했는데 정말 맞잖아?

라고 기억해내는 찰나. 참을 수 없는 진통이 몰려왔다. 땀을 뻘뻘 흘리며 악을 썼다.

짐승같이 울부짖는 내 옆에서 남편은 스스로 무력한지 끄억끄억 울며 내 손을 잡아주었다.


"빼!!!!!!!! 오빠! 빼달라고 해!!!! 빼! 악! 뺴줘!!!!!!!!"


수박처럼 걸려있는 이 아기를 빼달라고 의료진에게 반말로 소리칠 만큼 난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한 시간이 흘렀다.

새우자세로 누웠던 내 몸은 이제 하늘을 보게 되었고 내 몸을 휘젓는 간호사 선생님의 손, 더 자주 갈리는 패드, 분주해지는 병실이 느껴졌다. 나만 변함없이 괴기한 소리로 울부짖고 있었다.


그 때였다.

병실밖에서 짜증내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사람은 뭐라고 하는것 같다가 내 병실로 들어왔는데

그는 주치의 선생님이 도와주실거라던 바로 그 당직 선생님, 이 병원의 원장 선생님이었다.

두건을 쓴 남성인 의사쌤은 나를 보며 소리쳤다.


"산모님! 지금 아기 낳을건데 정신차려요! 내 눈 보고! 호흡 놓으면 안되고 시키는대로 해야 되요!

아니면 수술할까요? 이제와서 수술해요? 아니죠? 아기 이제 나와요. 호흡 잘 안하면 아기도 힘들어요!"


엉엉 울면서 나는 의사쌤을 따라 호흡하기 시작했다.

내 호흡에 맞춰, 막다른 구멍에 걸려있는 공을 빼듯 의사선생님, 간호사선생님들이 애쓰는 게 느껴졌다.

하나, 둘, 셋, 내쉬어요! 하나, 둘, 셋, 내쉬어요!

엉엉 울며 호흡을 따라가는 내 손을 다른 간호사 선생님이 따듯하게 잡아주었고

정신없는 중이지만 그 온기가 고통과 두려움과 불안을 나눠내는 듯 했다.


급박한 호흡의 시간이 지나는데 의사선생님이 다시 나를 크게 불렀다.

"산모님! 이제 힘 빼요! 힘 빼요!!!!!!!"

온 몸이 긴장되어 있는데, 나를 내 몸 안에서 꽉 잡고 있어서 숨도 제대로 못쉬겠는데, 힘을 빼는 건 또 어떻게 하는 일이냐고....


그러나 힘 안 빼면 나를 꼭 때릴 것 같던 의사썜의 눈빛에 어찌어찌 거친 숨을 내뱉었고

그 순간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면서 내 몸이 시원해졌다.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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