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by 또다시

유년기 어느 날, 엄마가 말했다.

“니 팔이 좀 휜 것 같아.”

그 말 이후로 나는 종종 내 팔꿈치를 들여다보곤 했다. 내 양쪽 팔꿈치는 다른 사람보다 아래로 더 굽어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V자 모양이었다.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었지만, 딱 두 번 만큼은 신경 쓰였다.


1990년대 초 교대 신입생 신체검사는 지금과 달리 꽤 직접적이었다. 교사 업무를 수행하는 데 큰 장애가 없는지를 보는 정도였지만, 합격자들을 운동장에 세워놓고 사지를 훑어보는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앞으로 나란히’를 시키던 순간, 나는 내 팔꿈치의 굽음이 눈에 띌까 조마조마했다. 심사관들이 내 옆을 지나갈 때마다 팔이 반듯하다는 듯 최대한 태연하게 서 있으려 애썼다. 그 당시엔 그게 절대 들켜선 안 되는 작은 비밀처럼 느껴졌다.


세월이 흘러 나는 요가를 꾸준히 했다. 요가 동작 중에는 무릎을 꿇고 엉덩이를 뒤로 빼고, 두 팔을 길게 뻗어 가슴을 바닥 가까이 내리는 자세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이 자세가 편하다고 했지만, 내겐 가장 내려놓기 힘든 동작이었다. 팔꿈치 안쪽 뼈가 바닥에 닿아 아파서 팔이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고, 결국 가슴도 바닥에 닿지 않았다. 동작의 효과를 온전히 느끼는 건 늘 어렵고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이제 나는 갱년기를 지나고 있다. 에스트로겐이 빠져나간 몸은 마치 기름칠하지 않은 낡은 기계처럼 삐거덕거린다. 최근엔 극심한 팔 통증까지 더해져 걱정이 컸고, 결국 대학병원 정형외과를 찾았다.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하는 동안 그는 내 팔을 살피다가 갑자기 물었다.

“언제 다친 적이 있어요?”

그러곤 반대쪽 팔도 비교하듯 들여다보았다. 팔이 휘어 있다고 했다.

나는 “원래부터 이렇게 생겼어요”라고 대답했고, 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휜 팔꿈치가 약해 그로 인해 근육 손상과 염증이 생겼으며 신경까지 연결돼 통증이 이어진다고 했다. 젊을 때는 아무렇지 않던 것이, 나이가 들며 서서히 드러난 결과였다. 의사는 앞으로 다른 팔도 자주 아플 거라고 했다. 노화 과정의 일부라는 말과 함께 한 달간 소염진통제를 먹어보자고 했다. 그 후에도 통증이 심하다면 전신마취가 필요한 큰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속상했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약을 잘 먹으려 한다. 팔을 혹사시키지 않으며 근육을 강화하는 동작을 꾸준히 해보기로 했다. 완치는 없겠지만 주의하면 지금보다는 더 나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나이가 들며 좋은 점도 참 많다고 생각했는데, 건강은 반대이다. 세상은 공평하다. 그동안 건강하게 잘 살았음에 감사하고, 오늘의 ‘약함’을 잘 끌어안고 조심스럽게 살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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