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름을 잘 외우는 편이다.
학년 초가 되면 교사들은 새로 맡은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을 쓴다.
나는 주로 아이들의 생김새나 표정, 그리고 풍기는 분위기를 이름과 연결 지어 기억한다.
그런데 올해는 유독 헷갈리는 이름들이 있다.
먼저 윤도영과 임주영.
두 아이는 생김새가 전혀 다르지만, 나에게는 어딘가 비슷하게 느껴진다. 둘 다 성실하고 유순하며, 공부도 운동도 잘한다. 친구들과도 원만하고, 말투나 표정에서도 비슷한 온도가 느껴진다. 게다가 이름의 끝소리도 ‘영’으로 닮았다. 그래서 나는 가끔 윤도영을 보며 ‘임주영’이라고 부르고, 다른 날엔 임주영을 향해 ‘윤도영’이라고 부른다.
재미있는 것은 두 아이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이름을 틀리게 불러도, 마치 자기 이름인 듯 대답하거나 시킨 일을 묵묵히 한다. 그 모습이 귀엽고도 미안하다.
그리고 또 한 명, 이서준.
나는 그 아이를 자꾸 ‘박서준’이라고 부른다. 미술 작품에도 그렇게 쓰고, 발표를 시킬 때도 무심코 입에서 ‘박서준’이 튀어나온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웃으며 외친다.
“선생님, 이서준이에요!”
우리 반 서준이는 말수가 적고 조용한 아이이다. 남들은 고개를 갸웃하겠지만, 내게는 ‘이서준’이라는 이름은 조금 단단한 느낌이고 ‘박서준’은 부드럽고 따뜻하게 들린다. 어쩌면 귀에 익은 배우의 이름이 내 입을 먼저 찾아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이름을 자주 틀리지만, 아이들은 한 번도 내 실수를 탓하지 않는다. 어떤 날은 그것을 빌미로 장난을 치며 웃기도 한다. 나는 머쓱하지만, 아이들의 웃음 속에는 너그러움이 있다.
아이들의 이름을 외우는 일은 단순히 부르는 법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를 마음에 새기는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