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푸른 초원엔 집 한채와 창고 하나만 덩그러니 있다. 주변에 다른 건물은 없다. 그저 이 집뿐이다. 영화 '베일리 어게인'을 보았다. 주제와 전혀 상관없는 감상을 했다. 주인공 '이든'이 노년에 살고 있는 시골집의 모습이다.
도시인들에게 은퇴 후 도시를 벗어난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 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년엔 더욱더 도시에서 살아야해요. 자주 아프니 병원이 가까워야 해요.
-장보기 편하게 대형마트도 있어야 하고 친구도 많아야해요.
-시골은 너무 조용해서 심심해요.
말년의 삶을 살고 계신 친정부모님을 찾아뵈었다. 엄마는 가진 것들을 차근차근 정리한 지 오래이고 또다시 새로 생긴 물건들도 자식들에게 나눠주곤 하신다. 아버지는 이가 빠졌지만 새로운 이를 심으려는 의욕이 없으시다. 옷도 안사시고 그저 가진 것만으로 소박하게 살고 계신다.
언제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해 부모님은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모르겠다. 감히 여쭤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심신이 쇠약해지신 아버지는 "올해를 넘길 자신이 없다"고 엄마께 말씀하셨단다. 엄마는 아버지와 자신의 선종(善終)을 바라는 기도를 매일 하신다. 남쪽 땅 끄트머리 소도시에 살고 계시는 부모님은 조용히 연명하고 계신다.
초저녁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두컴컴했지만 드높은 하늘과 환상적인 양떼 구름이 달빛에 비쳐 선명히 보였다. 저 구름너머 하늘, 하늘 너머 우주, 우주 너머 또 우주, 그 너머너머 알 수 없는 세계 그리고 가장 작은 한점보다 작은 '나'.
시도때도 없이 시끄럽게 방송되는 TV의 예능과 쇼핑 프로그램,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는 도로의 자동차, 안먹어도 배부른 이들을 불러대는 음식점, 공원을 온통 메운 만보걷기 시민들 그리고 인간의 사유를 삼켜버린 스마트폰. 빠르게빠르게 흘러가는 도시인들의 시간.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이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우리 모두는 다 죽음을 앞두고 있다.
평화로운 죽음, 선종(善終)을 맞이하기엔 이 혼탁한 도시는 적당하지 않다. 은퇴 후 내가 노년을 살아갈 장소와 집에 대해 고민할 일이다. 가진 재물을 비우고 최소한 것만 가지고 사색하고 글쓰며 생을 정리하는 것에 진지하게 고민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