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쌍둥이 부모만 아는 현실 – 기쁨도, 고민도 두

by 재벌엄마

쌍둥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 나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 연년생인가요?”하고 묻는다. “쌍둥이예요.”라고 말하면 “좋겠네! 둘이 함께 크니 얼마나 좋아. 게다가 아들과 딸이니, 금메달이야.”하신다. 이 말의 의미는 한 번에 아들과 딸을 낳았고, 같은 연령의 쌍둥이가 함께 크니 둘이 놀아서 좋고, 한 번에 키우니 얼마나 좋으냐는 뜻이다. 맞다. 금메달이다. 둥이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함께 이야기할 친구가 있고, 심심하면 놀 친구가 늘 곁에 있다. 함께 놀면서 서로에게 배우고, 함께 성장할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쌍둥이 육아는 기쁨이 두 배이지만, 고민도 역시 두 배로 찾아온다.

같은 환경, 다른 아이들

쌍둥이들은 같은 날 1분 차이로 같은 엄마 아래 태어났지만, 얼굴만 조금 닮았을 뿐 성향과 기질을 다르다. 딸은 사과, 미역국, 삼계탕, 치즈 피자를 좋아하고, 아들은 딸기, 오뎅국, 치킨, 콤비네이션 피자를 좋아한다. 같은 카테고리에서도 원하는 음식이 다르다. 아들은 적극적이고 외향적이지만 딸은 조용하며 내향적이다. 책도 취향이 다르다. 딸은 한국사에 빠져 역사관련 책을 모두 보지만 아들은 한국사는 거들떠도 보지 않고 과학관련 도서만 본다. 한 날 한 시 1분 차이로 나온 아이들인데,어찌 이리 다른지. 이러한 아이들을 조율하며 키우는 것이 정말 만만치 않다. 한 아이에게만 맞추면, 다른 한 아이가 서운하고, 둘 다 맞추어 주려니 가능하다면 나를 복사해 쌍둥이가 되어 원하는 데로 다 해주고 싶다.

비교의 늪

비교는 한 공간에서 주로 일어난다. 아침부터 함께 눈을 떠 밤에 잠을 자기까지 늘 함께하는 쌍둥이들에게 비교는 일상이다. 밥도 한 아이가 더 잘 먹는다. 그림도 한 아이가 더 잘 그린다. 친구를 사귀어도 한 아이가 더 잘 사귄다. 학원 레벨테스트를 보아도 한 아이가 더 높은 레벨에 간다. 엄마인 내가 비교하지 않으려고 해도 아이들이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비교하고 비교 당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둥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 분반을 했다. 초등학교에 가서는 학원도 다르게 보내거나, 같은 학원을 보내더라도 다른 반, 다른 선생님께 보냈다. 비교하는 환경을 최소화하기로 하였다. 비교하는 환경을 줄이니 집 이외에 곳에서는 서로를 비교하지 않게 되었다.

경쟁과 협력 사이

쌍둥이는 본능적으로 서로 경쟁하기도 하고, 동시에 협력하기도 한다. 같은 놀이를 하면서도 누가 더 잘하는지 신경 쓰고, 공부를 할 때도 결과를 비교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경쟁을 이용했다. 아들에게 유리한 경쟁을 해본 적이 있고, 딸에게 유리한 경쟁을 해본 적이 있다. 아들은 승부욕이 강하다. 하지만 수학문제를 풀 때 속도가 늦다. 연산문제를 집중해서 먼저 푼 사람에게 300원을 주겠다고 했다. 승부욕이 발동한 아들이 초집중을 해서 먼저풀어 500원을 획득했다.

두 배의 사랑과 인내

엄마인 나는 한 명인데, 쌍둥이라서 사랑은 두 배로, 인내는 스무배 정도로 해야하는 것 같다.

얼마 전 황소고시를 본 적이 있다. 아들은 붙고, 딸은 떨어졌다. 이럴 때 나는 기뻐해야할까? 슬퍼해야할까? 나는 아들의 엄마이기도 하고 딸의 엄마이기도 하다. 아들에게는 기뻐하는 마음이, 딸에게는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했다. 아이들이 동시에 있을 때 축 쳐저있는 딸 때문에 아들의 합격을 제대로 기뻐하지 못했다.

딸이 학원 간 사이 아들에게 너무 잘했다고 칭찬을 퍼 부어주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