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일 [상생없는 유통 "1원에 울고 웃고" 대형마트 vs 온라인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총성 없는 전쟁'이란 말처럼 대형마트들은 지난 몇 년간 안팎으로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과거의 대형마트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처럼 대형마트끼리 경쟁을 했다면, 온라인 마켓의 성장과 함께 지금은 쿠팡, 위메프, 티몬, 11번가, G마켓, 옥션 등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기존 대기업이 진출한 시장이기 때문에 가격경쟁이 장기화될 경우 실탄(?)이 충분한 대기업의 압승이 예상되기도 했지만, 쿠팡, 티몬 등 신흥 세력들의 잇따른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면서 경쟁은 장기전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가격경쟁의 장기화, 그로 인한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습니다. 바로 매출 상승과 영업이익 축소입니다.
아래 대형마트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이를 살펴보시면, 해마다 매출액은 증가하는 반면, 3사의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경향을 띄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유통 업계는 대내외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각의 업체들은 '신선식품' '수입맥주'등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며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들을 펼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 이마트의 '노브랜드' 전략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합니다.
대형마트 매출 극대화의 3가지 포인트
이마트의 '노브랜드' 전략에 대해서 얘기하기 위해서는 대형마트의 매출/영업이익 극대화 방법에 대한 얘기가 먼저 필요합니다. 대형마트 매출 극대화 방법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처럼 3가지 포인트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1. 이용자수 확대
: 많은 사람이 매장을 방문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란, 기존에 마트를 이용하지 않는 잠재고객과 경쟁업체의 고객들을 말합니다. 이때 대형마트들은 고객을 유인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가격'입니다. 그러나 이 최저가 전략은 대형마트에게는 양날의 검입니다. 바로 아래의 2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2. 판매마진 확대
: 영업이익을 극대화하는 두번째 방법은 바로 판매마진을 확대(확보)하는 것입니다. 덧샘 뺄샘만 할 줄 아는 사람 이라면 다 아는 내용일 것입니다. 가능한 싸게 매입을 해서 가능한 비싸게 판매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물건을 직접 제조하는 제조사가 아닌 대형마트와 같은 경우에는, 단 5초면 최저가를 검색할 수 있는 시대에서 판매 가격을 조정하여 판매마진을 확대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 저희 동네에 미주아파트라는 아파트가 있었습니다. 미주아파트 앞에는 5m 간격을 두고 붕어빵 가게가 두 곳이 있었습니다. 맛은 비슷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문제는... 어느 날 A가게가 붕어빵 가격을 내리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두 가게는 붕어빵 한마리를 200원에 판매했었는데요, A가게가 붕어빵을 150원으로 내린 것입니다. 오.... 저는 붕어빵이 땡기지 않는 날에도 붕어빵을 사서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B가게도 이에 질세라 붕어빵 가격을 150원으로 내렸고, 이윽고 붕어빵은 한마디에 50원까지 내려갔었습니다.
저는 두 가게가 붕어빵 가격을 서로 인하하는 것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잠자리에 누울 때에는 내일은 붕어빵이 얼마로 내려갈까~ 천원이면 몇 마리 먹을 수 있지? 생각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행복한 상상도 잠시, 이로 인한 피해는 곧 저에게 돌아왔습니다. 두 업체들은 붕어빵의 판매 원가를 맞추기 위해 붕어빵 안의 팥의 양을 줄이기 시작했고, 붕어빵이 200원에서 100으로 내려가면서 팥의 양이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가격의 하락은 소비자의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이마트의 '노브랜드' 전략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아마 이마트가 '노브랜드' 전략을 수립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도 바로 '소비자의 이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3. 비용(cost) 절감
: 비용 절감은 기업에게 남겨진 영원한 숙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평생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입니다. 이면지를 활용하는 것부터 구조 조정과 급여를 삭감하는 것 까지 기업의 모든 활동에서 적용될 수 있으며, 기업의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이 비용 절감 활동은 모든 전략의 출발점이 됩니다.
PB상품의 성공의 열쇠 ① 가성비
현재까지 이마트의 PB상품 전략은 앞서 말한 3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것처럼 보입니다. PB상품의 화제성은 이마트를 찾지 않았던 사람들을 이마트로 유인하는 도구가 되었고, PB상품들의 런칭은 제품의 매입 단가를 낮추고 영업이익을 확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PB상품은 이마트를 통해 처음으로 시장에 나온 것은 아닙니다. 이마트 이전에 GS, CU 등 편의점을 비롯해 수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PB상품들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PB 상품이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PB상품의 성공의 열쇠는 바로 '가성비'입니다. 가성비가 중요한 이유는, PB상품의 성공의 열쇠는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는 기업에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현명하며 합리적인 소비를 합니다.
기존에 출시된 PB상품들의 주요 컨셉은 기존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과 적은 용량이었고, 이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이마트에서 '버터링'을 닮은 '버터쿠키'를 구입해서 먹었습니다. 버터쿠키는 살 생각도 없었는데 지나가다 버터쿠키를 보는 순간 크기에 한번 압도되고, 가격에 두번 압도되어 구매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마트에서 돈을 쓰고 나왔는데, 분명 돈을 번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진은 집에 와서 버터쿠키를 먹기 전에 찍었는데요, 맛은 어땟을까요? 제가 기대한 맛 이상이었습니다. 물론 버터링 보다 맛은 덜했습니다만, 제가 지불한 가격보다는 높은 수준의 맛이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버터링 보다 버터쿠키를 먹을 의향도 있습니다. 아.. 한가지 단점은 다이어트에 매우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저 큰거를 그 날 하루에 해치워 버렸습니다. ㅜㅜ
낮은 가격과 적은 용량이라는 기업들의 꼼수에 놀아날 만큼 소비자들은 멍청하지 않습니다. 또한 시장에 없는 제품을 새롭게 출시하지 않는 이상 PB상품은 기존 제품의 짝퉁이라는 시선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PB 상품이 기존 제품의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착한 가격과, 용량 그리고 맛 이 세가지를 모두 만족시켜야 합니다.
PB성공의 열쇠 ② 제품에 대한 신뢰
제품의 생산 단가를 낮추면서 판매 마진을 높일 수 있는 PB상품 전략은 기업에게 마치 마법처럼 보입니다. PB상품을 적당히 낮은 가격과 적당한 양으로 적당한 맛을 내면 누구든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쉬어 보이는 전략을 기업들은 왜 핵심 전략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PB상품의 성공의 열쇠 그 두번째는 바로, 제품에 대한 신뢰입니다. 이마트는 현재 과자부터 헤어드라이기까지 우리 삶에 필요한 모든 분야로 노브랜드 제품을 확대시키고 있지만, 그 시작은 소비자에게 가장 익숙한 먹거리였습니다. 식품 시장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진입 장벽이 높은 시장입니다. 식품 시장의 진입 장벽이 높은 이유는 제품의 구매 요인 중에 브랜드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식품 시장에서의 브래드는 곧 제품의 안정성을 의미하고, 제품의 안정성은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신뢰를 가져다주게 됩니다.
1,000원짜리 농심 너구리와 700원짜리 이름 모를 나구리라는 라면이 있다면, 비록 두 제품의 가격차가 크더라도 저라면 1,000원짜리 농심에서 나온 너구리를 먹을 것입니다.
이마트가 PB상품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마트라는 브랜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이마트에 진열된 PB상품을 보면서 구입을 결정했던 것이 아니라, 이마트라는 브랜드를 보고 구입을 결정했던 것입니다.
이외에도 기존의 PB상품들이 갖고 있던 획일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이마트만의 Identity를 극대화한 노란색 디자인과 '노브랜드'라는 브랜드명으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마트 '노브랜드'의 '브랜드화' - 소비자측면
이마트의 노브랜드 제품은 소비자 측면에서 매우 성공적이다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동종 제품에 비해 가격이 압도적으로 저렴합니다. 아래는 제가 최근에 구매해서 먹은 제품들인데요, 라면 5 봉지에 2,280원 (안성탕면 3,080원), 시리얼바 4개입 1980원 (켈로그 3,980원), 감자칩 1,180원입니다.
얼마나 저렴한지 감이 오시나요?
그렇다면 맛은 어땠을까요? 제가 이마트 노브랜드로 처음 먹게 된 제품은 시리얼바입니다. "오늘도 나는 먹고 살을 빼는 꿈을 꾼다"라는 누군가의 외침이 제 마음속에서 요동을 일으켰고, 자고로 살을 빼기 위해서는 아침을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시리얼바를 구입하러 이마트를 향했습니다. 그러나 이윽고 아침은 배를 채우기 위한 것이지 맛을 위한 것은 아니다는 생각과 그래도 하나를 먹더라도 맛있는 거를 먹자라는 생각이 공존하게 되었고, 결국은 노브랜드 시리얼바와 켈로그 레드베리바를 구입했습니다. 그 맛은 의외의 결과였습니다. 노브랜드 시리얼바가 생각보다? 맛있었습니다. (물론 켈로그 레드베리가 더 맛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노브랜드 '라면한그릇'을 구입했습니다. 아.. 이건 2,280원 치고 너무 맛있어서 먹으면서 웃음이 났습니다. 솔직히, 제가 구입했던 제품들의 제품명을 지금 처음 알았습니다. 노브랜드가 워낙 강하게 기억에 남다 보니, 각각의 제품명은 기억에 남지 않았습니다. 아무렴 어떻습니까. 맛있고 가격이 착한데요.
이마트 '노브랜드'의 '브랜드화' - 생산자측면
중소사업자에게 대형마트에 입점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하물며 기존에 대기업이 진출한 시장에 도전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마트의 노브랜드 상품은 경쟁력 있는 중소사업자를 발굴하여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에 보다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때 짝퉁 애플이라고 불렸던 중국 토종 제조회사 샤오미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주를 이루던 때에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성능의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였고, 소비자들은 그러한 샤오미에게 기회를 제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회를 바탕으로 샤오미는 현재 시가총액이 50조원이 넘는 세계적인 제조회사가 되었습니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제품의 개수가 많아진다는 것은, 이마트와 상생하는 중소사업자의 수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성장한 중소사업자들은 다시 신규 투자를 통해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제2의 롯데, 농심, 해태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마트 '노브랜드'가 불편하다
이마트의 노브랜드 전략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많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마트의 노브랜드 전략에는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음의 두 사례가 있습니다.
A) 롯데제과에서 800원에 빼빼로를 만들어 이마트에 1,000원에 납품하고, 이마트는 이것은 1,200원에 판매합니다. 이때 롯데제과와 이마트의 이윤은 각각 200원입니다. (기타 비용은 동일하다고 가정)
B) 이마트가 빼빼로를 만드는 00중소업체를 소싱해 노브랜드 제품을 출시하였습니다. 00중소업체는 빼빼로를 500원에 만들어 이마트에 600원에 납품하고, 이마트는 이것을 900원에 판매합니다. 이때 00중소업체와 이마트의 이윤은 각각 100원과 300원입니다.
소비자들은 위와 같은 상황에서 1,200원에 판매하던 빼빼로를 25% 할인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며, 이마트는 개당 마진액이 200원에서 300원으로 50%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때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의 마진율은 보장되지 않습니다.
중소사업자에게 새로운 판로를 개척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동시에 이마트의 노브랜드 전략이 또 다른 갑의 횡포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