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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리 Mar 03. 2019

여행산업의 미래는 네이버에 있다

카카오 브런치에 쓰지만 네이버가 이 글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요즘은 서로 경쟁을 하듯 여행을 떠납니다. 대학교 친구도 직장동료도 나만 빼고 다들 여행을 가는 것 같습니다. 집에 와서 TV를 켜면 '베틀트립' '뭉쳐야뜬다' '짠내투어' 최근 류준열의 '트래블러'까지 여행을 가라고 밤낮으로 부추깁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해외 여행객은 267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연중 국민 두 명 중 한 명은 해외에 나갈 정도로 해외여행이 보편화되었습니다. 해외 여행객이 2670만 명을 기록하며 여행산업은 유례없는 호황기에 접어들었지만 국내 여행사들은 실적 하락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여행업계 트렌드가 변하면서 기존 패기지 여행사들의 자리가 좁아지기 때문입니다.     


'하나투어'에서 '아고다(Aogda)'로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기존 온라인 기반 여행사업자들은 나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외형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나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아고다, 익스피디아와 같은 모바일 기반 사업자에게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여행산업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그리고 다시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2670만 명의 여행객에게는 2670만 개의 여행 방법이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여행지를 선택하고 스카이스캐너, 아고다, 호텔스컴바인, 에어비엔비 등을 통해 숙소를 예약합니다. 숙소를 예약하는 경로는 모두 다르지만 이들 사이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숙소를 예약할 때 숙소(호텔)의 자체적인 사이트에서 직접 예약하지 않고 아고다, 호텔스닷컴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예약을 진행한다는 점입니다.


모바일 플랫폼의 승리자 OTA 


아고다,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와 같은 호텔 예약 앱을 흔히 OTA (Online Travel Agency)라고 합니다. 현 여행산업에서 승리자를 꼽으라 한다면 단연 OTA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일 것입니다. 이들은 패키지여행에서 자유여행으로 여행산업의 흐름이 변화하는 시점에 모바일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시장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 동향조사 (2018년 12월 추정치)에 따르면, 여행 및 교통서비스의 거래액은 15.5조 원으로 기타 생필품을 제치고 온라인 월 거래액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2위 의복 12.5조 원, 3위 가전·통신기기 11.7조 원, 4위 식·음료품 10.1조 원을 넘어서는 수치입니다. 기존에 레드오션이라고 평가받던 여행시장에 쿠팡, 위메프, 타몬과 같은 소셜커머스 업체가 뛰어들며 플랫폼 간 경쟁은 계속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아고다(Agoda)의 고민


여행산업에서 아고다,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와 같은 호텔 예약 플랫폼의 성장세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사실 우리가 잘 알고 있던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트립어드바이져, 트리바고는 모두 하나의 회사로 익스피디아그룹 소유의 회사이며, 부킹닷컴, 아고다, 카약은 프라이스라인그룹 소유의 회사입니다. 이들은 세계 여행산업을 양분하여 장악하고 있으며 이들의 영향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래의 글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원히 성장할 것 같은 이들에게도 두 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미래 먹거리입니다. 호텔 예약으로 시작한 이들은 플랫폼 간 경쟁이 점차 치열해짐에 따라 항공, 교통, 푸드, 액티비티 등 다음 먹거리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여행산업의 미래'라는 다소 거창한 오늘의 주제는 이들의 두 번째 고민과 연관이 있습니다. 두 번째 고민은 바로 콘텐츠입니다. 


가격경쟁은 영원할 수 없다


컨텐츠? 유튜브 같은걸 얘기하는건가? 갑자기 웬 컨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컨텐츠는 비단 여행산업에만 국한된 고민거리는 아닙니다. 컨텐츠는 모든 플랫폼 사업자의 약점이자 근본적인 위험요소인 것입니다.


컨텐츠의 중요성을 깨닫기 위해서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구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플랫폼 사업자는 말 그대로 중계의 역할을 합니다. PB상품을 보유하거나 직매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상품을 공급하는 공급자와 구매하는 수요자를 연결시켜주는 공간(플랫폼)을 제공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거래 수수료를 수익 모델로 삼고 있습니다.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플랫폼만의 차별성(경쟁력)이 필요한데, 플랫폼 사업자는 중계의 역할만 수행하기 때문에 차별화를 줄 수 있는 포인트가 제한됩니다. 물론 쿠폰, 할인 등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는 있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총알(자본)이 많은 사업자를 이길 수 없으며, 필연적으로 사업자 간에 큰 출혈을 야기합니다. 아마존처럼 압도적인 거래 규모와 재투자로 시장을 파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섣부르게 시작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호텔 예약 플랫폼'에서 '컨텐츠 제공 플랫폼'으로 이동


수십여개의 호텔 예약 앱이 등장하면서 여행산업도 마찬가지로 플랫폼 차별화가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호텔 예약 앱을 여러 개 사용하다 보면 앱들 간에 가격 차이가 거의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들은 모두 중간 사업자로부터 상품 정보(DB)를 공급받기 때문에 아고다,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에 기본적으로는 동일한 가격에 상품이 판매되는 것입니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사용자는 호텔을 예약할 때 네이버 블로그에서 후기를 보고 호텔 예약 사이트를 비교해가며 예약을 했습니다. 네이버처럼 컨텐츠를 제공할 수 없었던 호텔 예약 앱들은 컨텐츠를 강화할 필요가 있었고 지금까지는 '리뷰'가 그 역할을 잘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균형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에 대한 경험이 늘어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넘쳐 나면서 여행을 가는 것이 목적이었던 과거에서 이제는 여행지에서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한 시점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니즈를 파악한 마이리얼트립, 트리플과 같은 컨텐츠 제공 업체들이 시장에서 나타나면서 호텔 예약 플랫폼에서 컨텐츠 제공 플랫폼으로의 이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마이리얼트립, 트리플 개인적으로 강추합니다!!!)


동상이몽(同床異夢)


아고다,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과 같은 기존의 호텔 예약 플랫폼들은 자체적인 컨텐츠를 강화하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마이리얼트립, 트리플과 같은 컨텐츠 기반 사업자는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이 되고 싶어 합니다. 플랫폼 사업자는 컨텐츠를 강화하고 싶어 하고, 컨텐츠 사업자는 플랫폼이 되고 싶은 것입니다.



이들은 마치 오프라인 사업자가 온라인으로 영역을 넓히고, 온라인 사업자는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넓히는 유통업계와 유사해 보입니다. 결국 이들이 추구하는 방향은 모두 같습니다. 상품과 정보(컨텐츠)가 모두 있는 플랫폼이 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고다는 트리플이 될 수 없고, 트리플은 아고다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컨텐츠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고객에 대한 방대한 정보가 필요한데 아고다에게는 고객에 대한 정보가, 트리플에게는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를 모두 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네이버'입니다.


네이버는 돈을 벌 생각이 없다


저는 고객의 막대한 정보를 컨텐츠화 시키고 여기에 가격경쟁력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은 네이버 (혹은 구글)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네이버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항공, 호텔 예약 서비스를 이미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네이버가 항공, 호텔 예약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네이버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기 때문에 네이버의 항공, 호텔 예약 판매는 아직까지 기존 플랫폼 사업자에게 위협적인 존재는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 여행산업의 미래에는 네이버가 있을 것입니다.


여행컨텐츠가 담겨 있는 네이버 여행+


네이버가 무서운 점은 바로 네이버는 적어도 3~5년 안에 돈을 벌 생각이 없다는 것입니다. 네이버는 항공, 호텔 예약으로 (당장은) 돈을 벌 생각이 없습니다. 여행 카테고리에서의 매출은 네이버 광고 매출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여행산업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누구 보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고객들의 데이터를 수집하며 시장의 크기를 지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단기적으로 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한 과도한 경쟁을 벌이지 않으면서 여행 카테고리에 오랫동안 투자할(?) 것입니다.


네이버페이는 네이버 플랫폼 lock-in을 위한 가장큰 '무기'


네이버는 그동안 사용자가 스스로 제공했던 방대한 양의 정보에(블로그, 리뷰, 사진 등) 기술과 가격을 결합해 네이버 플랫폼만이 만들 수 있는 최상의 예약 경험을 제공할 것이며, 이를 위해 제로 마진을 보지 않는 선에서 가격경쟁을 불사할 것입니다. 느리지만 조급하지 않게 사용자에게 다가가는 것입니다.




애플, 아마존, 에어비엔비는 마켓 2.0 시대의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폴더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쇼핑으로, 소유에서 공유로 변화하는 시대에서 기회를 발견하고 이를 비즈니스화 시키며 기존 사업자에게 뼈아픈 패배감을 맛보게 해 주었습니다.


스마트폰이 폴더블 폰으로 수동운전에서 자율주행으로 대체되는 마켓 3.0 시대에 여행산업은 어떻게 변하고 그 속에 어떠한 기회가 숨어 있을까요? 오늘에서 미래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면 새로운 기회를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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