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억,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31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50일 동안 제로페이 홍보로 위해 투입한 비용입니다. 서울시/중기부는 올해도 98억원의 예산을 들여 제로페이의 홍보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50일에 34억이라는 마케팅 비용은 결코 작은 비용이 아닙니다. 초기 스타트업들이 받는 엔젤투자를 생각해 보면 큰 비용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서울시민의 세금이기도 하고요...ㅠㅠ
제로페이의 활성화를 누구보다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제로페이 활성화를 지지하는 이유는 삼성페이와 카카오페이가 케어하지 못하는 시장에 제로페이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로페이 결제 건수 및 금액을 보면 지난해 12월 2,900건(3천만원), 올해 1월 1.5만건(2억8천만원), 2월 2.8만건(5억3천만원)으로 사용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투입된 홍보 비용을 고려하면, 극단적으로 34억을 마케팅 비용에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34억 원어치 결제를 시키는 것이 효율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년 12월에는 제로페이가 성공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플랫폼 관점에서 얘기를 풀었던 적이 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제로페이가 활성되기 위해서는 아래의 3가지 조건 중 최소한 하나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① 카카오페이 보다 혜택을 많이 주거나
② 카카오톡 보다 자주 사용하는 앱이 되거나
③ 삼성페이처럼 매일 들고 다니는 기기에 한 번의 클릭으로 결제하게 만들면 됩니다.
오늘은 제로페이 홍보를 위해 올해 배정된 예산이 98억이라는 기사를 읽고, 오늘은 제로페이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제로페이 홍보 포스터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납니다... 지나가다 이 포스터를 보고 제로페이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사람이 누구인가요? 소상공인인가요? 아닙니다. 소비자입니다.
제로페이를 홍보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철저히 소비자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서울시의 마음이 이해가 안가는것은 아닙니다. 최초에 제로페이를 기획한 배경이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보여주기 식의 홍보로는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냉정하게 얘기해 보겠습니다. 제로페이가 카카오페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까요? 서울시가 '19년에 제로페이 홍보를 위해 약 100억 원을 집행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만약 카카오페이가 200억을 홍보비로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서울시는 300억을 투자할 건가요? 설마 카카오페이를 상대를 치킨게임을 할 것은 아니겠지요?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에는 100% 공감하나, 처음부터 기존 신용카드/체크카드/카카오페이/삼성페이로 결제하고 있는 시장을 제로페이로 대체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제로페이는 이러한 대전제에서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제로페이가 처음에 접근했어야 하는 시장은 어디였을까요?
추운 겨울날 길에서 파는 오뎅을 먹기 위해 노점에 들렸다가 현금이 없어서 발걸음을 돌렸던 경험 있으신가요? 붕어빵 2천을 결제하면서 "여기 카드는 안되죠~?"라고 말하신 경험은요? 귤 한 봉지를 사기 위해 근처에 있는 ATM 기계를 찾았던 경험은요?
제 개인적인 의견은 기존에 카드결제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던 시장(Market)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카드결제가 안되었던 혹은 카드결제가 안될 것이라고 소비자가 생각했던 분식집, 과일가게, 구두방과 같은 오프라인 시장(Market) 접점에서 시작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장에는 고객(소비자)의 불편함이 존재할 뿐 아니라, 카카오페이나 삼성페이와 같은 기업이 접근할 수 없는 시장/상권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 경험은 최고의 바이럴 마케팅입니다. '따릉이'가 성공한 이유가 따릉이 홍보를 잘해서 일까요? 따릉이가 성공한 배경에는 따릉이의 편의성이(사실 가성비가 쩔기도 했죠..ㅎㅎ) 소위 입소문을 탄 것이기 때문입니다. 위처럼 온라인화?가 전혀 되지 않은 오프라인 접점에서 제로페이가 시작된다면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경험으로 다가올 것이고, 이는 소비자로 하여금 스스로 제로페이를 알려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제로페이는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서울시 전역에서 홍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서울시 전역에 있는 소상공인을 너무 의식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로페이의 성공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특정한 기간 내에 제로페이의 성과를 꼭 봐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시장에서 검증하는 시간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선행되어야 합니다.
제로페이는 꼭 성공시키야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제로페이의 성공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브로드 하게 정책을 펼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리소스와 비용을 최대한 니치하게 설정해 집중 사격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특정 지역/상권/연령대를 타겟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가령, 서울시에서 혜택으로 얘기하는 소득공제 (혜택이라고 와 닿지는 않지만)가 핵심 메시지라면 30대 직장인이 많은 영등포구, 강남구, 종로구와 같은 상권에서 약 1년 정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전역으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즉, 25개 구에 1억씩 총 25억을 집행해 혜택과 홍보를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3개 구에 8억씩 총 24억을 집행해 모든 리소스를 집중시키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빨리 소상공인 중심 서비스에서 소비자 중심 서비스로 변화해 서울시민에게 사랑 받는 서비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시에서 저 싫어하는거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