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리 May 03. 2019

한국판 넷플릭스는 누가 될까?

 

"찻잔 속의 태풍일 것이라는 초기 예상과 달리 넷플릭스가 국내 방송콘텐츠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한류 덮치는 넷플릭스>. 애플리케이션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유료 가입자수는 지난해 12월 90만 명에서 최근 200만 명 수준으로 불과 3개월 만에 100만 명 가깝게 늘어났으며, 이들이 결제한 금액은 월 2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현재 넷플릭스는 무적에 가까울 정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막대한 지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적으로 1억 5천만 명이라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로부터 약 16조 원의 이용료를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전 세계 글로벌 미디어 업체들은 제2의 넷플릭스가 되기 위해 속속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의 성공 키워드는 무엇이었고, 나아가 한국에서도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가 나올 수 있을까요?


# 넷플릭스의 성공 키워드


콘텐츠의 다양화

넷플릭스의 첫 번째 성공 키워드는 '콘텐츠의 다양화'입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소싱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는데 주력했는데요, CBC, NBC 등 주요 지상파 방송사 및 20세기 폭스, 파라마운트 픽처스, bbc 유니버셜 등 대형 영화사와의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넷플릭스는 크게 제휴 콘텐츠와 오리지널 콘텐츠로 구분됩니다. 바로 뒤에서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다수의 유저들은 지상파 방송사와 영화사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습니다. 실제 닐슨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넷플릭스 시청에 소요된 시간 중 72%를 오리지널 작품이 아닌 '라이브러리 작품' 즉, 재방송과 재방영된 작품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를 가입하고 넷플릭스를 탐험하다 보면 처음에는 너무 많은 콘텐츠에 당황해 무엇을 먼저 봐야 하는지 엄두가 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마치 수입과자 전문점에서 이것도 맛있어 보이고 저것도 맛있어 보여 여기저기를 둘러보는 것처럼요, 저 역시 넷플릭스에 처음 가입했을 때 무엇을 봐야 할지 선택하기가 어려웠고, 그때 제 눈에 띈 것은 바로 미드 '프렌즈'였습니다. 미드는 짧은 플레이 시간과 명확한 에피소드로 단기간에 시청하기에는 최적의 콘텐츠 중 하나였던 것입니다.



실제 넷플릭스는 2019년에 '프렌즈' 스트리밍 서비스를 계속하기 위해 프렌즈의 소유권을 보유하고 있는 워너미디어에 1억 달러(약 1,100억 원)의 사용료를 지불했습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것은 기존에 지불하던 비용에 3배에 이르는 액수로, 이마져도 워너미디어가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개시한다면 선택지는 보다 복잡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넷플릭스 성공 키워드 두 번째는 '오리지널 콘텐츠'입니다. 2019년 2월 넷플릭스의 순 방문자수는 240만으로 이는 작년 2월 79만 명 보다 3배 증가한 수치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넷플릭스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멤버십을 가입해서 이용하는 유저는 많지 않았습니다. 넷플릭스와 같은 서비스는 유저에게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저 역시 '왓차'를 떠올리며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넷플릭스를 대중의 관심으로 끌어올린 데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인 '킹덤'의 역할이 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물론 1개월 무료라는 프로모션 정책이 잘 설계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스트리밍 서비스의 본질은 '콘텐츠'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The Economist 참조.

'하우스 오브 카드'는 넷플릭스의 첫 번째 오리지널 콘텐츠로 엄청난 흥행을 거뒀습니다. 2012년 하우스 오브 카드의 성공으로 2012년 4편이었던 넷플릭스 콘텐츠는 2016년 126편으로 증가했습니다. 넷플릭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총 8조 6천억 원을 콘텐츠 제작해 투입해 약 700여 편의 자체 드라마와 영화 시리즈를 제작할 예정입니다. 이로써 넷플릭스는 단일 채널로는 가장 많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회사가 된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의 방대한 투자 규모에 비해 현지화된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점을 약점으로 꼽지만, 제 생각은 180도 다릅니다. 해외 영화의 국내 흥행 성적만 보더라도 이미 헐리웃 영화와 콘텐츠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에게 미국향 콘텐츠는 오히려 국내 OTT 업체와의 차별점이 되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는 콘텐츠 차별화뿐 아니라 매년 지불하는 수천억 원의 콘텐츠 사용료를 고려하더라도 비즈니스 관점에서도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인 것입니다.


1억 5만천 명의 사용자 데이터

제가 넷플릭스에 가입하고(1개월 무료 이용권으로) 처음 본 콘텐츠는 '프렌즈'였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어제 보다 잠든 프렌즈를 이어서 보려고 넷플릭스를 키자 넷플릭스가 추천해 주는 콘텐츠가 눈에 띄었습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고, 재밌어 보여 이윽고 1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넷플릭스 유저에게는 익숙한 '김씨네 편의점'이었습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넷플릭스 유저의 80%는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한다고 합니다. 넷플릭스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통해 개인화된 비디오 추천 기능, 나와 비슷한 성향을 지닌 이용자들이 본 콘텐츠 추천 등 다양한 추천을 통해 넷플릭스 안에서 항상 볼거리 넘친다는 이미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마냥 콘텐츠의 투자/생산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의 넷플릭스는 없었을 것입니다. 아무리 재밌는 콘텐츠라 하더라도, 유저에게 소비되기 않는다면 그것은 콘텐츠로써의 가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넷플릭스가 올해 700편의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고, 기존에 보유한 수만 개의 콘텐츠를 소비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추천'에 있었으며, 1억 5천만 명의 실 유저 이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추천이야말로 넷플릭스의 경쟁력이자 차별점인 것입니다.


UX/UI

넷플릭스는 유료멤버십이 핵심 수익 모델로 앱에 접속했을 때마다 결제를 유도해야 하는 커머스와 달리 이미 결제를 한 유저들이 넷플릭스 앱을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그들로 하여금 넷플릭스 플랫폼에 락인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양의 콘텐츠를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다음 달에 또 결제를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노출하는 방식도 단순히 포스터를 노출하는 기존 형태가 아닌 콘텐츠 자동 재생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로 하여금 콘텐츠에 흥미를 느끼고 클릭을 하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에는 카테고리 구분이 없습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카테고리는 있습니다. 다만, 사용자가 홈에서 스크롤 만으로도 콘텐츠를 탐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어 유저들로 하여금 카테고리가 인위적으로 분류 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며 (국내 OTT 업계는 대부분 '카테고리'로 구분되어 있음), 궁극적으로 이러한 구성들 사용자로 하여금 최적의 유저 경험을 제공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 한국판 넷플릭스가 나올 수 있을까?


미국 10대들에게 넷플릭스는 단순히 앱 서비스 중 하나가 아닌 SBS, KBS와 같은 방송 채널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버를 택시로 유튜브를 구글로 인식하는 세대로 넷플릭스는 기존 방송 미디어 시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며 트렌드를 넘어 사람들의 생활 속 깊은 곳에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푹(ooq)'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인 2012년 7월에 출시된 서비스로 400만 명의 가입자수를 보유한 국내 대표 OTT 서비스입니다. '옥수수(Oksusu)'는 푹 보다는 조금 늦은 2016년 1월 출시했지만 SKT 요금제와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며 (옥수수는 SK브로드밴드에서 운영), 가입자수를 무려 950만 명까지 확보해 국내 OTT 사업자 중 가장 많은 가입자수를 보유한 서비스입니다. 이외에도 CJ E&M에서 운영하는 티빙(Tving)이 있으며, 이들은 주로 지상파/종편 등 국내 주요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참조


한국에는 이미 넷플릭스와 동일한 서비스 모델이 2012년부터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만약 SKT 사용자라면 한 번쯤은 옥수수를 설치해 보신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1,000만과 200만의 차이는 경쟁이라고 볼 수 없는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고작 200만 명의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는 넷플릭스를 보고 한국 OTT 시장의 위기라고 말하는 것일까요?


우버가 처음 한국에 알려졌을 때도 사람들은 우버의 서비스에 반신반의했습니다. 한국에는 이미 콜택시 서비스가 보편화되어 있었고, 우버와 콜택시의 차이점은 끽해야 내가 요청한 택시가 어디쯤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정도였기 때문입니다. 전혀 새로운 서비스가 아니었던 우버가 GM, 포드, 현대자동차의 기업가치를 넘을 수 있었던 이유는 택시 서비스의 본질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했고, 소비자가 겪는 작은 불편함도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화일보 2018.10월 기사 참조.


넷플릭스는 지난해 약 30억 달러(3조 45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OTT 시장의 본질은 콘텐츠라는 것을 파악하고, 콘텐츠 투자를 지속해 OTT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고히 하겠다는 전략인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마케팅 비용으로 2조 7000억 원을 집행했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22% 증가한 3조 3000억 원을 집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분명 옥수수, 푹, 티빙과 동일한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우리에게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분명 넷플릭스는 푹, 옥수수와는 다르게 보입니다. 넷플릭스의 유저수는 아직도 옥수수TV의 950만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넷플릭스가 성장하고 있는 속도를 고려한다면 머지않아 그 격차는 크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판 넷플릭스는 나올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얘기하면 '나올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요약하면 새로운 콘텐츠의 제작 환경과 제작 능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기존의 방송사와 이통사의 역량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기서 국내 OTT 업계도 넷플릭스처럼 콘텐츠를 만들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국내 고객 대상으로는 콘텐츠 제작에 투자한 비용을 회수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 누가 한국판 넷플릭스가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과연 누가 한국판 넷플릭스가 될 수 있을까요? 한국판 넷플릭스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아래의 두 가지 대전제를 만족해야 합니다.


1. 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력

2. 소비자가 어떠한 콘텐츠를 원하는지 아는 능력


넷플릭스는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할 때 많은 종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투자 방향성을 검토할 테지만, 아마도 넷플릭스를 이용하는 1억 5천만 명의 이용 데이터가 의사 결정을 하는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쉽게 얘기해 사람들이 관심 있게 보는 영역들을 분석해 뜰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고객의 취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곳은 어디일까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로는 CGV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CGV는 시대별, 시간대별, 지역별, 연령별, 날씨별과 같은 다양한 고객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을 것입니다. 즉, 타겟 유저를 설정하고 해당 카테고리의 유저가 어떠한 취향의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알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의 방향성과 투자 유무를 결정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금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제작 투자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또한 CGV는 오랜 시간 동안 영화관 사업을 운영하며, 결국 공급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추가적인 성장의 한계가 불가함을 깨달았을 것입니다. 영화관 사업은 일종의 장치산업입니다. 항공사나 호텔이 빈 좌석이나 빈방을 낮은 가격으로라도 판매하려는 것처럼 높은 고정비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영화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은 CGV가 직접적으로 케어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검증되지 않는 비즈니스에 막대한 비용을 선제적으로 투입하기에는 재무적인 부담이 있는 만큼 기존 통신 사업자와 JV를 설립하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인터넷 속도가 서비스의 차별성이 되지 않는 현대에 동영상 스트리밍 산업의 경쟁력은 바로 소비자가 원하는 콘텐츠였습니다.


거실과 안방의 TV를 차지하기 위한 이통통신사간의 전쟁이 불붙고 있습니다. 시장은 크게 넷플릭스 vs 지상파 3사와 손을 잡은 SK텔레콤의 대결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들의 치열한 경쟁 덕에 '19년만큼은 가벼운 주머니로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한편,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토종 OTT 업계의 대응이 기대가 됩니다. 결국은 콘텐츠라는 본질에 집중하는 자가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로페이가 활성화 되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