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페이의 지향점은 '다르다'라는 주제로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스마일페이에 대해서 글을 남겼는데요 (https://brunch.co.kr/@kyugeng/32) 오늘은 '제로페이'가 활성화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짧게 얘기하려 합니다.
제로페이는 서울시의 핵심공약 중 하나로, 최근 시범 서비스를 (정식 서비스는 내년 3월) 시작했습니다. 제로페이는 가맹점이 내야 할 결제 수수료를 없애서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게 핵심입니다.
제로페이의 취지에 공감하기 때문에 제로페이의 활성화를 응원합니다.
그러나 제로페이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제로페이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절대적입니다.
① 카카오페이 보다 혜택을 많이 주거나
② 카카오톡 보다 자주 사용하는 앱이 되거나
③ 삼성페이처럼 매일 들고 다니는 기기에 한 번의 클릭으로 결제하게 만들면 됩니다.
국내 QR 시장은 중국 시장과 180도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보급률은 80%입니다. 이미 결제의 편의성이 극대화된 국내 시장에서 QR 결제로의 전환은 단순히 결제 수단의 변화가 아닌 사용자의 '습관'을 변화시켜야 하는 문제인 것입니다.
제로페이를 설치한 상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제로페이를 찾는 손님이 없다는 얘기를 합니다. 정부는 제로페이의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TV CF, 전단지, 현수막, 브로셔 등 대규모 마케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성' '편의성' '혜택'이라는 간편결제의 본질을 무시한 채 마케팅만 강조한다면 애석하게도 단기간에 제로페이의 사용률을 높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실 이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제로페이의 기획을 '사용자' 중심이 아닌 '소상공인' 중심으로 기획했다는데 있습니다. '소상공인 수수료 0%, 상생, 소상공인에게 좋으니까, 공익적인 목적이니까,,, 어차피 결제할거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좋지 않냐'는 식의 접근 방식으로는 소비자에게 결국 외면받게 될 것입니다.
하루에 몇 개의 앱을 사용하시나요?
저는 갤럭시S9을 사용하는데, 갤럭시에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는 앱이 어림잡아 30개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설치한 앱이 약 70개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O2O 업계 종사자로 여러 앱을 사용해 보는 취미가 있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총 100개의 앱 중에 제가 매일 사용하는 앱을 몇 개일까요? YouTube, 구글, 네이버, 카카오톡, 지메일 4개 정도입니다.
제로페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QR 앱을 '실행'하게 하는 액션과 이후에 '습관'이 되도록 하는 액션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결제를 위해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별도의 앱을 켠다? 이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냉정하게 얘기해 카카오톡, Youtube, 네이버 보다 사용률이 높은 앱을 만들고 거기에 제로페이를 붙여야만 가능한 부분입니다.
인프라처럼 민간 부문에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들을 정부 주도하에 움직이는 시도는 매우 훌륭하며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따릉이'이 사랑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서울시는 결제 시장을 민간 주도 사업이 아닌 인프라 사업의 성격으로 접근했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커머스 업계에서 기업은 고객의 결제 단계를 한 단계 줄이기 위해 엄청난 비용과 기술에 투자합니다.
제로페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시간과 비용 투자를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