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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리 Jan 02. 2019

편의점의 본질은 '음식'이다

일반적으로 유통 업계는 산업적 특성상 체계적이고 보수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유통업계 중에서도 예외인 시장이 있습니다. 바로 '편의점'입니다. 개인적으로 편의점은 어떠한 비즈니스와 비교해도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DNA가 숨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의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편의점 전체 매출액은 2016 ~ 2017년 연속으로 20%대 증가율을 보였습니다. 다만 편의점 가맹점 수도 5000개 이상 늘어나 경쟁이 심화된 탓에 가맹점당 매출액 증가율을 5.9%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편의점 매출액은 19조로 전년과 비교해 22%가 뛰었으며, 2016년도 24%가 늘어난 데 이어 2년 연속 20%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15개 주요 업종 프랜차이즈 매출액 전체 (55조)의 35%에 차지하는 수치입니다. 1인 가구 증가와 편의점 업체들의 다양한 마케팅이 맞아떨어지면서 편의점 업계 전반으로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추세이며, 이는 편의점 시장의 잠재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수요의 증가폭 대비 공급의 증가폭이 크다는 것입니다.


편의점은 생활 플랫폼이 되고 싶다


편의점은 라면, 물처럼 누구나 동일한 상품을 판매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편의점은 기본적으로 '상권'으로 경쟁을 하게 되는데요, 최근 편의점 공급이 확대되면서 유일한 경쟁 수단인 상권이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인근 편의점과의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갖기 위해서 즉, 손님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편의점의 '경쟁력'이 필요했습니다.


경쟁력을 갖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이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바는 편의점을 자주 방문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커머스에서는 리텐션 레이트 (retention rate)라고 하는데요, 편의점 업체들은 고객들의 리텐션 레이트를 높이기 위해 편의점을 단순히 물건을 사러 오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차별화 서비스로 소비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종합 생활서비스 플랫폼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항공권 발권부터 택배 보관까지


편의점을 운영하는 롯데, 신세계 등 운영사들은 편의점의 오프라인 점포 특성을 활용해 생활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최근 기사를 보면 GS25는 10월 1일부터 12월 4일까지 하이패스 카드 충전 서비스 이용이 전년 동기 대비 328%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약 100억 규모로 편의점 시장 규모를 볼 때 큰 금액은 아니지만, 통상 하이패스 충전할 때 담배나 꿀물 정도는 사겠죠?? ㅎㅎ


CU는 업계 최초로 테슬라 전용 충전소를 오픈하는 등 전국 10여 개 매장에 전기차 급속 충전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고객 반응에 따라 내년까지 충전소를 전국 300여 개 점포로 확대할 예정이며, 뿐만 아니라 지난 4월에는 제주항공과 제휴해 '편의점 항공권 결제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내놓았습니다. 이외에 편의점 점포에 딸린 주차장에서 공유 차량을 제공하는 곳도 있습니다. 저는 이정도면 한국 편의점은 거의 아마존급 혁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ㅎㅎ


테슬라 덕분에 CU 로고 까지 멋있어 보이네요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25일 무인 물품보관서비스 '세븐라커(SEVEN LOCKER)'를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세븐라커는 유흥 및 위락 상권을 이용하는 소비자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선보이는 서비스로 현재 홍대, 종로 등 주요 관광지와 유흥 상권 점포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의 '세븐라커'


낙수효과를 기대한 것은 아닌가?


하이패스충전, 항공권발권, 택배보관함 서비스는 편의점에게 추가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관리의 포인트만 커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추가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도 없는 서비스를 왜 확대하려고 하는 것일까요?


편의점의 '생활플랫폼화' 전략에는 바로 소비자의 편의점 이용 빈도를 높여 장기적으로 편의점의 충성고객을 만든다는 전략과 다른 업무로 편의점을 방문했을 시 추가적인 구매를 유도하는 낙수효과가 전제되는 것입니다.


최근 여행산업에 대한 글을 작성해 여행업을 비유로 들자면, 해외여행을 할 때 호텔과 비행기, 렌터카, 티켓 구매를 한 곳에서 하시나요? 호텔/비행기/렌터카/티켓은 모두 해외여행을 위해 필요한 것이며, 다수의 여행플랫폼이 이를 함께 제공하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호텔 예약은 '아고다'에서 렌터카는 '네이버'에서 티켓은 '클룩(KLOOK)'에서 구매하곤 합니다.


호텔/비행기/렌터카/티켓이 모두 필요하니까 이를 한 곳에서 제공하면 편리하니까 모두 여기서 사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즈니스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흔하면서 치명적인 오류인 것입니다.


분명하게 말하지만, 2가지를 다 잘하지 못할 거면 1가지만 잘하는게 낫습니다. 여러 비즈니스를 하나의 플랫폼에 녹이는 전략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를 위해서는 플랫폼의 본질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소비자는 편의시설로 편의점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편의점의 본질은 Food이다


앞서 얘기한 편의점의 20% 성장에는 단연 Food가 중심에 있습니다. 편의점의 본질은 바로 '음식'이며, '음식'의 본질은 '맛'과 '가격'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15.6%였던 1인 가구 비중은 2015년 27.1%로 늘었습니다. 이 같은 1인 가구의 증가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식품 소비입니다. 혼자 사는 소비자들은 많은 양보다는 간편하게 조리가 가능한 제품을 선호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올해 3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합니다. 이는 지난해(2500억 원)와 비교해 40%가량 신장한 수치입니다. 2013년 779억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4.5배나 올랐습니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 따르면 올 1~10월 카테고리별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샐러드(35.1%)가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도시락(21.3%)으로 나타났습니다.



저도 회사를 다니면서 백종원, 김혜자, 김창렬 등 안 먹어 본 도시락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정말 가성비가 훌륭합니다. 이 뿐만 아닙니다. 전 국민이 사랑한 수입맥주 4캔의 만원 (이거 없어지면 국민청원에도 올라갈 수 있습니다), 맥주와 찰떡궁합인 편의점 PB 식품 그리고 매번 이슈화되는 콜라보 상품 등이 있습니다.


블랑은 사랑입니다


이처럼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고, 이에 맞는 '음식'을 내놓았을 때 소비자는 응답한 것입니다.

가까운 일본을 가보면 일본이 왜 편의점의 천국인지 알게 됩니다. 이제는 일본 관광 코스에 편의점 음식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일본 편의점에 열광하는데요, 우리가 일본 편의점에 열광하는 이유는 일본 편의점에서 택배를 받을 수 있어서가 아닙니다. 일본 편의점에는 종류도 다양하지만 하나하나 그 맛의 수준이 매우 뛰어납니다. 간식으로도 식사로도 대체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한끼가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는 것입니다.


왜? 푸드에 집중해야 하는가


사실 편의점의 가장 큰 적은 인근에 있는 점포가 아닙니다. 바로 쿠팡, 티몬과 같은 온라인 업체입니다. 편의점은 이들과 계속 경쟁해야 하는 숙명에 있습니다. 장담하건대 물, 라면 등과 같은 식료품으로 온라인 업체와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쿠팡, 티몬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제공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편의점은 '푸드'에 집중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마케팅 측면에서 음식은 콘텐츠의 생산과 재배포가 용이합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로 대변되는 우리의 삶이 분명 편의점 매출의 20% 성장에 보이지 않은 비밀 중 하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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