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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리 Jan 20. 2019

마카오 호텔로 바라본 '브랜딩 이야기'

지금까지는 주로 기업과 제품 그리고 서비스의 본질에 대해 고민을 했었는데요, 오늘은 온라인 여행산업에서도 특히 호텔 브랜딩에 대해 얘기를 나눠 보려고 합니다.


여행 계획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여행 계획을 세워본 적이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사실 지금 저도 약 10일 정도의 휴가로 홍콩을 거쳐 미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데요, 이번 여행 계획을 세울 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다름 아닌 어디에 묵을지를 선택하는 일이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숙소를 구하기란 소개팅 자리에서 첫눈에 서로 눈이 맞을 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정해진 예산 내에서 예산에 맞는 숙소를 찾으면 접근성이 떨어지고, 접근성이 높으면 예산에는 맞지 않습니다. 간혹 예산과 접근성을 모두 만족하는 숙소를 찾게 되면 마치 소개팅에서 내가 원하는 이성이 나타났지만, 상대방이 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 그 객실은 꼭 판매가 완료되곤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숙소의 청결상태나 객실 크기도 중요합니다. 아! 조식도 빠질 수 없습니다.


숙소를 고르는 일은 절대 만만히 볼 일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내가 꼭 원하는 (때로는 여자친구가 꼭 원하는) 숙소를 찾기 위해 네이버 블로그를 열심히 검색하고 아고다, 부킹닷컴, 익스피디아와 같은 숙박 예약 사이트의 후기를 보며 최선의 숙소를 찾고자 노력합니다. (내용 전개상 앞으로 '숙소'는 '호텔'로 칭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나 호텔도 우리의 선택을 기다린다


수많은 호텔 중 한 곳을 선택하는 일은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호텔들도 수많은 고객들 사이에서 선택당하기(?) 위해 우리가 모르는 많은 노력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반짝 특가를 내세워 고객을 유인하기도 하고 수영장, 뷔페, 헬스장 등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편의시설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때때로 고객의 기념일에는 샴페인과 케이크를 준비해 특별한 날에 특별한 추억으로 함께 기억되기를 기대하기도 합니다.


마카오 주변 호텔들


이러한 것들을 혹자는 마케팅이라고 말하며, 혹자는 전략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마케팅과 전략이 과연 호텔의 브랜딩이 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서비스/혜택들은 고객을 기쁘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으로 고객들을 유인할 뿐 궁극적으로 호텔을 브랜딩 할 수는 없습니다.


'호텔'하면 어떠한 호텔이 떠오르나요?


혹시, 본인이 묶었던 호텔이나 주변에서 추천해준 숙소 중에 한마디로 설명이 가능한 지금 딱~ 떠오르는 호텔이 있으신가요? 없으시다면 '호텔'하면 어떠한 호텔들이 떠오르시나요? Hilton, Hyatt, Intercontinental, 신라호텔과 같은 4~5성급 호텔들이 떠오르지는 않으신가요? 글로벌 체인 호텔 외에 떠오르는 호텔이 없다는 사실 만으로도 호텔 산업이 얼마나 브랜딩 하기에 어려운 산업인지를 단적으로 말해 줍니다.


글로벌 호텔 체인들


여기 독특한 발상으로 디자인에 차별화를 두어 브랜딩한 호텔이 있습니다. 바로 마카오의 '베네시아 호텔'과 '파리지앵 호텔'입니다.


카지노의 도시 마카오

마카오는 카지노의 도시입니다. 카지노의 도시답게 마카오 내에는 약 138개의 크고 작은 호텔이 있으며 이들 중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호텔들은 대부분 카지노 설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잘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사실 중 하나가 마카오 인구는 60만 명으로 제주와 비슷한 반면 2017년 구매력평가(PPP, Purchasing-Power Parity) 기준 1인당 국민총소득이 9만 6070달러로 세계 2위이며, 2020년에는 12만 달라로 세계 1위가 될 전망입니다. 물론 마카오의 경제력 가치가 모두 카지노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나 카지노 산업이 마카오 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경쟁에 글로벌 체인 호텔이 빠질 수 없죠, 카지노는 호텔산업의 꽃답게 글로벌 호텔 체인인 MGM, Hyatt, JW Marriott 등이 앞다투어 진출해 마카오 관광객을 유인하고, 시티오브 드림스 호텔의 '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스튜디오시티 호텔의 '베트맨 다크 플라이트 등' 호텔마다 특징 있는 공연으로 관광객을 즐겁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마카오에 위치한 호텔들의 경쟁력은 무엇 일까요? 대부분의 호텔이 카지노 설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카지노장의 유무는 더 이상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요건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필요한 것을 무엇일까요? 바로 소비자의 뇌리에 각인되는 브랜딩입니다.


아시아의 베네치아 '베네시안 호텔 (Venetian Hotel)'

한국 속의 작은 프랑스 프로방스, 아시아의 작은 유럽 00, 이런 표현들 한 번쯤은 들어 보셨을 텐데요 이러한 표현들은 이제 좀 식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해 보면 미국 속의 작은 만리장성, 유럽의 베트남 같은 표현은 쓰지 않는데 유독 아시아 국가에서만 이러한 표현들을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아~ 슬픈 사대주의여 ~~~ ㅠㅠ

사진출처 - 쁘띠프랑스 홈페이지


베니스에서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고 누군가 말했었나요~ 베네시안은 아름다운 물의 도시로 잘 알려진 베네치아와+아시아의 합성어로 "아시아의 베네치아"라는 뜻입니다. 솔직히,,,,마카오를 가기 전에는 중국은 하다 하다 이제 나라까지 따라 하냐,,, 그래 백번 이해해서 베네치아를 모티브로 삼았다고 쳐도 호텔 이름까지 따라 하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자존심도 없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장관이네요, 절경이고요, 신이 주신 선물입니다.


네, 자존심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베네시안 앞에 자존심은 사치였습니다. 베네시안을 들어가자마자 와~~~ 와~~~ 실화냐~~~~~~~~라는 소리만 계속 내뱉었습니다. 배네시안을 걷는 것만으로도 마카오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이뻐서 카메라를 당장 꺼냈습니다. 내 얼굴은 베네시안의 아름다움에 흠집을 내는 것이다라며 셀카는 무슨 호텔을 담자라며 연신 셔터를 눌렀습니다. 내 돈 주고 항공, 호텔 예약해 블로그 포스팅해주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머 이런 얘기를 하려 했던 건 아니었는데요^^;; 베네시안을 보고 베네시안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베네시안이라는 이름마저 멋있어 보이게 되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베네시안을 다녀온 사람 중에 베네시안의 객실 가격이나, 스탭분들의 친절함, 컨시어지 서비스 등을 먼저 언급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베네시안을 설명할 때 '아시아의 베네치아'라는 단 한마디 말로 베네시안을 설명합니다. 베네시안을 아시아의 베네치아라는 강력한 한마디로 브랜딩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베네시안 호텔 건설에 참여한 경영진이라면, 아시아의 베네치아라는 사업제안서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셨을 것 같나요? 만약 저라면 일단 코웃음 한번 치고 객실의 상태나, 방의 개수, 접근성 등에 좀 더 많은 고민과 투자를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이러한 방향으로 검토를 했다면, 인근의 MGM, Hyatt, JW Marriott와 경쟁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베네시안의 브랜딩은 마카오라는 도시를 이해하고, 이곳에 방문하는 관광객의 본질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브랜딩 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베네시안 호텔의 브랜딩을 위해 호텔 로비에 큰 얼음 동상을 설치했다면 소비자에게 한마디로 베네시안이 기억될 수 있었을까요? 누군가가 베네시안은 어땠어?라고 물어본다면 "와~ 되게 좋았어~ 이것도 좋고,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았어~ 아! 그리고 로비에 이쁜 얼음 장식도 있었어~" 정도로 소개할 것입니다.




마카오 속의 작은 프랑스 '파리지앵 호텔'


마카오는 미국의 라스베가스를 벤치마킹했지만, 일찌감치 미국의 라스베가스 수입을 따돌렸습니다. 2013년에는 약 49조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미국 라스베가스 수입의 7배에 달하는 액수입니다. 이쯤 되면 마카오 속의 작은 뉴욕 '에펠탑 호텔'이라는 이름도 지어줄 만한데, 이 사람들... 여행객에게 자유의 여신상보다 에펠탑이 가져다주는 환상적인 이미지가 더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엔 파리입니다. 피리지앵은 '파리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와~ 파리지앵이라는 단어로 호텔 이름도 지을 수 있군요, 베네시안 호텔이 호텔 안에 베네치아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면 파리지앵 호텔에는 파리의 에펠탑을 마카오로 옮겨다 놓았습니다. 에팔탑은 사실 파리지앵 호텔에서 처음 선보인 것은 아닙니다. 이미 라스베가스의 파리 호텔에도 에펠탑 모형이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제주도 소인국월드에서 에펠탑을 본 저로써는 베네시안과 마찬가지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라스베가스 파리 호텔


장관이네요, 절경이고요, 신이 주신 선물입니다.


파리지앵의 에펠탑을 보고 이 야경을 보러 또 오리라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번에는 반드시 베네시안과 파리지앵 둘 중 한 곳에 머물러 이 아름다운 야경을 계속 보리라 다짐했습니다.


파리지앵 모습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아낼 수 없어 아쉽네용)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은 브랜딩이 아닙니다. 즉, 브랜딩은 단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위의 두 사례는 너무나 단순하지만 무엇보다도 강력하게 이름 자체가 브랜딩이 된 사례인 것입니다.


한국의 마리나베이샌즈 '경포 스카이베이 호텔'


최근 국내 관광에서 뜨고 있는 호텔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경포 스카이베이 호텔'입니다. 경포 스카이베이는 큰 비용의 호텔은 아니지만, 이미 많은 여행객들에게 경포 스카이베이 호텔은 결코 낯설지 않은 이름입니다.


여행지에서 특별한 기억을 만들고 싶어 하는 마음은 어느 여행객에게나 똑같을 것입니다. 경포 스카이베이 호텔을 보면 싱가폴의 마리나베이 호텔이 떠오릅니다. 이러한 부분은 국내 여행자로 하여금 재미를 가져다주는 포인트이며, 거기에 기대 이상의 서비스와 시설로 실제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높아 호기심에 이용한 고개들에게 긍정적인 후기를 이끌어내 비로소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좌)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 (우) 경포 골든튤립 스카이베이 호텔




브랜딩은 왜 그 물건을 사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해 주는 가장 강력한 동기 중 하나입니다. 여행산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강릉 하면 커피거리가 떠오르는 것처럼 호텔 역시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는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우리가 너무 어려운 메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려 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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