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이야기
21년 7월 여름, 그해 우리의 여름 프로젝트는 한강 여행으로 결정됐다. 2박 3일 동안 깨어있는 시간 대부분은 걷기만 했고, 가끔 공원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농구를 했고, 핸드폰도 없이 메모장과 지도를 봤으며, 예상보다 더 힘들었고, 예상보다 더 즐거웠다.
이번 여정은 뚝섬에서 시작해 동쪽으로는 구리-암사대교, 서쪽으로는 가양대교까지 걸어서 다시 뚝섬으로 돌아오는 것이 우리의 목표.
함께 한강을 걸었던 제갈이, 우기, 우니는 고등학교 동창이며 우리는 만나면 재밌는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공유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재밌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실행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워본다. 30살이 된 지금 우리가 가는 길은 달랐으며 서로의 가치관이 점점 확립이 되어가고 있었다.
핸드폰을 꺼둔 채로 여행을 하는 것을 약속해서 2박 3일 동안 외부로부터 자유로웠다. 그 덕분에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걸으면서 사색에 잠길 수 있었다.
걸으며 했던 대화들은 주로 고민들,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 나의 장작은 어디에 있는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앞으로의 연애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등등 주제가 끊이지 않고 빠르게 바뀌면서 이야기를 깊게 나눴다.
한강을 여행한다는 점이 재밌을 것 같았고 아무도 하지 않은 여행이라 더 신이 났다. 식당이나 카페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걸으며 이야기하는 것을 더욱 선호한다. 몸을 움직이면 긴장이 풀리고 텐션이 높아져 상대방과의 대화가 즐거워진다.
도대체 왜 한강 여행을 2박 3일 동안 했는가?
> 우리는 한강을 자주 접하지만 한강의 진짜 모습을 알고 싶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원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떠올리지 못한 아이디어라고 생각 들어 재밌어 보였다. 굳이 핸드폰 없는 채로, 먼 곳이 아니라 가까운 한강을 여행해서 비효율적 일지 모르지만 그 비효율적인 것이 우리 모습이었다. 효율적인 것만 추구하는 것은 사람답지 못하다고 생각되어 비효율적인 그 모습을 사랑한다. 한강을 따라 걷는 3일 동안은 우리가 서울에서 가장 자유롭다고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하며 무엇을 얻었는가?
> 한강은 역시 부분마다 특색이 있고 아름답다고 느꼈지만 그것보다도 친구들과 21년 여름의 추억이 생겼으며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서 자신감이 생겼다. 엉뚱한 아이디어일지 몰라도 그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같이 실행할 수 있는 친구들이 곁에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앞으로 체력이 허락하는 한 이런 프로젝트를 많이 만들어 보고 싶다. 핸드폰을 사용하지 않은 채로 신체를 움직이면서 외부는 물론 정신적으로 자유로움을 얻었는데,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질 때 사람의 매력이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폭우가 쏟아져 눈앞이 보이질 않을 지경이었다. 시원한 비를 맞으며 한 걸음 한 걸음 한강을 둘러보면서 발을 내디뎠다. 장마가 우리의 여행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줬다.
[한강 여행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