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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비 Jul 26. 2021

호문쿨루스,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비의 만화탐구생활


 화려한 고층 호텔과 노숙자들이 사는 공원 그 중간의 길에서 지내는 나코시. 만화 호문쿨루스는 이 나코시에게 의대생인 마나부가 접근하여 머리에 구멍을 내는 수술인 '트리퍼네이션'을 제안하게 되고 머리에 구멍이 뚫린 나코시는 한 쪽 눈으로 타인의 일그러짐, 트라우마를 특별한 형태로 볼 수 있게 된다.


 호문쿨루스는 '코로시야 이치'를 그린 야마모토 히데오의 작품으로 전작에 비해 고어 한 부분은 없지만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 만화를 고등학교 때 처음 접했는데 당시에는 흥미진진하지만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모른 채 잊혀졌으나 최근에 넷플릭스 영화 개봉을 했단 소식을 듣고 다시 정주행을 했다.



모든 타인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

 만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게슈탈트 심리학에서 말하는 '투사 이론'이라고 한다. 투사 이론이란 대상의 실재를 보는 것이 아닌 대상 위에 다른 무언가를 덧씌워서 보는 행위인데 투사 없이는 타인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능력이다.


 예를 들어, 어느 가정에서 아버지가 자신에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장남인 형에게는 늘 화를 내고 잔소리를 한다고 하자. 나와 형은 같은 실수를 하더라도 나보다는 형에게 심하게 나무라고 이것이 형을 위축시킨다. 남들에게는 늘 예의 바르고 사랑받는 형이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아버지에게 형은 마음에 들지 않는 아들이다. 알고 보니 아버지의 이러한 비뚤어진 마음은 아버지가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장남이라는 압박과 부담감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형에게 하는 행동을 사랑이라고 합리화 한 것이었다. 즉, 아들의 행동에서 느껴지는 아버지의 감정은 모두 아버지의 정보를 바탕으로 한번 각색된 모습이다. 나의 눈에 보이는 모든 대상의 모습은 나의 내면에 있는 일그러진 마음을 통해 한 겹 포장된 모습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투사'이며 호문쿨루스가 묘사하는 세계이다. 타인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감정들은 나의 과거와 현재의 정보를 바탕으로 각색된 모습이다. 타인에게 보이는 모든 문제는 바로 나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고, 내가 문제가 없으면 타인도 문제없이 보인다. 옛말에 "바보 눈에는 바보만 보인다"와 일맥상통한다.



 나코시는 깨닫는다. 결국 난 너희들이고 너희들은 나다. 게슈탈트 치료에서는 이러한 투사를 긍정적 의미인 '창조적인 투사'와 부정적 의미인 '병적인 투사'로 나누어 설명한다. 창조적 투사는 새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대처하는 한 방편으로 의도적으로 자신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사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병적인 투사는 개체가 직면하기 힘든 자신의 내적인 요국과 감정 등을 회피하기 위하여 무의식적이고 반복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는 방어기제와 연관이 있으며 다른 사람을 보고 심하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게 투사가 개입되어 있을 수 있다.


 나코시는 마지막에 타인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봐주길 원한다. 과거에 나코시는 못생긴 얼굴을 수술하고 금융회사에 일하면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산다. 그리고 값비싼 외제차를 타고 아름다운 여성들과 관계를 가지면서도 자꾸만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 나는 실재하는 것인가? 내가 아닌 수술한 얼굴을 좋아하고 내가 아닌 경제력을 좋아하고 내가 아닌 지위를 좋아한다면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진정한 나를 바라보는 사람은 있을까? 나코시는 자신의 정액을 먹는 습관이 있는데, 그 행위를 함으로써 진정한 자신과 안정감을 느껴왔다. 그런데 트리퍼네이션을 통해서 타인의 일그러짐을 볼 수 있게 된 나코시는 자신과 다른 사람을 동일시하고 점점 호문쿨루스에 집착하게 된다.


후문쿨르스의 마지막 부분, 나코시에게 모이는 세계


 결국 나는 너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내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너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다르기 때문에. 그러나 다른 사람 없이 나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나 없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고 타인과의 차이점을 알게 되고 인정하게 된다면 각자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주변 사람이 이해가 가지 않거나 이유 없이 밉다면 원인을 상대방에서 찾기 전 자신을 돌아보자. 상대방에게 있는 문제는 곧 나의 내면 속 문제이며 상대방을 통해 가장 보기 싫었던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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