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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Kyu Nov 11. 2023

답이 되겠지요.

뱅뱅사거리 어느 옥상

세찬 비바람이 몰아칠 때 회사 옥상에 올라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럴 때 나는 안전한 것 같다. 속 시끄러운 마음보다 더 시끄러운 비바람 소리, 복잡한 머리보다 더 헝클어진 광경. 이런 거센 자극으로 내 안의 소요의 느낌에 둔해지면서, 고요해진달까. 높은 곳에서 수평으로 바라보는 것들은 지상에서 올려다볼 때보다 거리적으로 가까운데,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세상처럼 보인다. 그 동시에 불현듯 만날 수 없는 지나간 시간 속의 나, 그때의 사람, 사람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마음이 조금 아프고, 괜히 그립고, 그래서 슬프다.

잘 지내십니까.

자주 안부를 묻는 가까운 친구들, 잊고 살았던 당시 젊었던 나, 곁에서 세월을 맞는 남편, 특별했던 인연들, 생을 마감한 사람들...떠오르는 모든 이들과 나와 가까운 정도의 거리와는 상관없이, 그때 그 시절을 생생하게 머금은 감각이 건드려져서 나지막이 읇조리게 되는 인사이다. '잘 지내십니까'

 

그리고 추억과는 좀 다르게 생생한 감각으로 나 또한 나지막이 안부를 묻는다, 나는 잘 지내고 있나요?

열심히 산다는 게 정신없이 바쁜 일과라면 분명히 열심히 살고 있고,

잘 산다는 게 퀄리티 있는 시간을 어느 정도 보내는 것이라면 때때로 잘 살고 있고,

나를 위하며 산다는 게 나를 잘 아는 것이라면 그것만큼은 잘 모르겠다.

매일을 버티고 견뎌내느라 나는 내가 '누구인지'보다는 '누구 여여만'한다라는 역할론에 충실하고 있기에, 앞선 두 가지의 열심히 잘 사는 느낌에 대해서는 나는 어느 정도 분명하지만,

나를 위해 사는 것. 이것이 삶 속에 포함되어야 할 중요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생각과 느낌에는 답이 없는 것 같다.

 

이 거센 비바람이 멈추면 알아서 깨닫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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