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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귤 Dec 04. 2018

과연 '샘'은 무엇인가?

영화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

안녕하세요. 영화 <샘> 감독 황규일입니다.

첫 번째 연재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마지막 연재를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벌써 마지막이라니ㅠㅠ 이미 영화가 개봉을 했고, 이미 보신 분도 계실 겁니다. 아직 못 보신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샘'은 무엇인가?

의외로 GV 할 때 샘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많이 주시더라고요. 앞서 류아벨 배우님이 잘 설명하셨지만, 제가 글을 통해 보충 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 저한테 가장 중요한 부표 같은 글이 두 개 있었는데요. 그중 하나는 시나리오 첫 페이지에 제가 남겼던 문구입니다.


‘누구에겐 소변기에 불과하지만 또 누군가에겐 샘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글은 김춘수 시인의 꽃이란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두 글귀 모두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전 세계에 <샘>이라는 작품으로 총 11점이 전시되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중 마르쉘 뒤샹의 첫 작품 샘은 깨져 버려지고, 그나마 이후에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고요. 당시 다다이즘은 기존 미술이 가지고 있는 권위를 부정하는 운동으로 뒤샹은 기성품을 이용해 작품의 오리지널리티. 원본성의 정의를 깨버린 것이죠. 존재보다는 행동이, 의미보다는 가치에 중심을 놓으면서 그가 한 것은 예술작품의 창조가 아닌 예술활동이었습니다.


백 년이 지난 뒤 지금은 어떤가요? 디지털 세상에선 원본과 복사본의 의미가 필요 없습니다. 복붙 하나로 똑같은 것이 되어버리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배우들에게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샘이란 이야기는 두상이 샘을 찾는 과정을 그린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서론이 길었네요. 이제 이어서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11월 초에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라는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장률 감독님이고요. 어느 인터뷰 기사에서 감독님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인간은 공간의 지배를 받는 존재다.”

저 역시 공감합니다. 영화에서 인물들이 딛고 서있는 공간은 많은 부분을 상징하거나 설명하기도 하죠. 저는 그래서 이야기를 쓰기 전부터 캐릭터마다 이들을 설명해줄 대표 공간을 먼저 찾기도 합니다. 영화 샘은 모두가 알다시피 안면인식 장애가 있는 한 남자가 서울로 올라와 첫사랑을 찾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와중에 세명의 여자를 만나게 되죠. 혹은 세 개의 공간을 만나게 됩니다.



1. 옆 방 그녀

자는 두상을 깨워 산책을 하는 장면이고, 선유도 구름다리 위에서 리허설을 하는 와중에 찍힌 사진입니다.

옆방 그녀의 공간은 어디일까요? 두상이 말하죠.


‘야 예전엔 여기가 정수장이었대.. 너랑 좀 비슷한 것 같다.’


옆방 그녀와는 한강 공원 언저리에서 시작해서 다릴 건너 선유도 공원에서 끝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선유도 공원은 가본 분은 아시겠지만, 한강 정수장으로 사용하던 곳을 02년도부터 공원으로 개수해 개방한 곳으로 한국 최고의 현대건축 3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기존의 펌프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여 선유도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는 장소라는 지점이 특이합니다. 실제 그들이 선유도에서 발견한 샘이라는 곳도 시간의 정원이라는 실제 공간이기도 한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선유도 공원은 어쩌면 의미와 가치를 모두 살렸다는 점에서 특별한 창조물일 수 있습니다.



2. 일본인 그녀

일본인 그녀의 공간은 어디인가요?

한국예술종합학교 근처 성북구 장위동에 위치한 곳
동대문과 멀리 DDP가 보이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내려다본 서울 시내입니다.


둘이 처음 만난 곳은 달동네로 보이는 곳이고, 둘은 서울 한복판, 동대문이 보이는 곳에서 데이트를 하기도 합니다. 어쩌면 서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실제 일본인 그녀와 걷던 공원은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으로 저는 그곳에 서서 서울 시내를 바라보면 참 이상한 이질적인 느낌을 항상 받아왔습니다. 보물 1호 동대문과 그 너머로 보이는 DDP의 공존 때문이죠. 자세히 보시면 공원 입구에 쳐져 있는 텐트엔 어느 교회와의 토지분쟁 문제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계속해서 재개발되고, 살아 움직이는 서울의 단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본인 그녀의 달동네 역시 이제는 곧 동대문 역사문화공원에서 봤던 서울의 모습으로 바뀔 것입니다. 이제 서울에서 대부분 달동네들은 재개발을 통해 보기 힘듭니다. 결국 그렇게 무너지고, 새로이 쌓아 올려서 번듯한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섰지만 그게 더 살기 좋아진 것이고, 더 보기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3. 첫사랑 샘

샘과 같이 과거의 추억을 찾아 떠난 곳은 알 수 없는 곳입니다.

김포공항 근처 오쇠동


단지 과거의 기억을 따라 서울을 벗어나 다릴 건너간 곳이죠. 도착한 곳은 낡은 조립식 건물 하나만 덩그러니 놓고 있고, 비행기만 오고 가는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입니다. 또 그곳에서 그들이 찾고자 하는 타임캡슐도 찾진 못하죠.

실제 그곳은 오쇠동 삼거리라 불리며 서울의 경계선에 있는 곳입니다. 김포공항 활주로 바로 옆에 위치했고요. 저는 과거 김포공항 근처에서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이 동네도 알고 있었고요. 09년도엔 무한도전에서 탈주범이 300만 원을 찾기 위해 여러 공간을 찾게 되는데 그중에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오쇠동 삼거리였습니다. 용산참사 이후에 구성된 방송은 강제철거라는 우리 시대의 현실을 에둘러 비판하기 위해 오쇠동을 찾은 거죠. 영화에서 두상이 했던 대사


 “옛날 저 자리가 슈퍼였잖아. 여기 앞엔 중국집. 저긴 이발소. 이길 사이로 전부 있었는데.” 


맞습니다. 실제 없던 말을 지어낸 것이 아니라 과거엔 그랬던 동네였죠. 골프장 개발 때문에 모두 강제 철거되다시피 했지만 현재 그곳은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입니다. 사라진 샘터에서 삽질을 해보지만 타임캡슐은 나오지 않았죠. 오히려 초등학교 화단에서 그들의 과거의 추억을 찾게 됩니다. 현재. 지금 그곳에서 말입니다.





영화 <샘>의 마지막 연재라 깊은 이야기까지 다뤄봤습니다. 한 번쯤 읽어보고 영화에 관심이 생겨 보시더라도 전혀 지장이 없을 거예요. 또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한번 더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이후 연재는 없다 하더라도 영화를 보시다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은 댓글에 남겨주시면 성심껏 답변을 남겨놓도록 하겠습니다.  전주국제영화제 첫 프리미어 시사 후에 배우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끝으로 인사드립니다. 극장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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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직업예술가
로맨스 영화 <샘> 감독 황규일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2018년 한국 마지막 로맨스 영화로 연말 연인, 가족, 친구들과 따뜻한 연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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