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는 편이다.
가족이나 친구와도 크게 교류가 없었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았다.
그 때문인지, 원래 타고난 성향 탓인지
관계를 이어가는 방법을 잘 몰랐다.
소통은 늘 어렵고 어색했다.
아주 어려서부터 사랑받는 법을 몰랐고,
사랑하는 법도 몰랐으며,
타인에게 깊이 공감하는 일 또한 서툴렀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사랑받고 사랑하는 일이
조금 더 자연스러웠다면
나도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일 뿐이다.
2008년,
취업을 핑계로 도망치듯
집을 나와 경기도로 향했다.
고등학교 2학년 말,
학교를 통해 취업한 곳이라 비교적 안전했고,
기숙사도 제공되었으며
대부분이 같은 학교 출신이라
나름 챙겨주는 분위기였다.
나는 반항아 기질이 있어
사람들에게 만만해 보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철벽을 치지도 않았다.
그저 그런 관계들 사이에서
아주 조금은 자유를 느끼고 있었다.
학창 시절의 나는
지독한 가난과 고모들의 괴롭힘,
부모의 불화, 왕따, 추행, 탈선까지
모든 것이 괴로웠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조차
이미 포기한 상태였다.
마냥 어리기만 했어야 할 나이에,
언제 죽어도 후회가 없을 것 같은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누구라도 나를 사랑한다고 말해 주면,
그게 진짜 사랑일 거라 착각했다.
나만의 가족이 생기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자만했다.
나는 그냥,
그럴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