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그 사람.

#15

by 규잉

사랑이라기보다,
사랑이길 바랐던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나는 어렸고, 맹목적이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하나였다.


결국 나는 혼자 아이를 낳았고,
혼자 길렀으며,
여기까지 왔다는 것.


딱 한 번, 아이를 보러 왔던 생부는
발진 때문에 쓰지도 못하는
기저귀와 물티슈를 잔뜩 사 들고 왔다.


혼자 아이를 낳게 해서 미안하다던가,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던가 하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대신 아주 당당한 태도로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묻기만 했다.


책임감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그 태도에

나는 마지막까지 환멸을 느꼈다.


그에게 돌아가라고 했다.


“그럼 쟤는 이제 내 애 아닌 거다? “


우습지도 않은 말을 남기고 떠났다.


뒤통수에 돌이라도 던질걸,

조금 후회했다.


어이없게도 한부모 지원을 신청하려면
생부의 동의가 필요했다.


나는 연락처도 모르고,
연락하고 싶지도 않다고 했더니
동사무소에서 대신 연락을 취해주었다.


이미 결혼해서
아이도 둘이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 억울한 것이 터져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직원 두 명 중 한 사람이
나를 달래며 함께 울어주었다.


어쨌든,


그때의 나는
내 삶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단 한 번도 도움이 된 적이 없다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누구도 쉽게 믿지 못했고
자꾸만 사람들의 진심을 시험했다.


요즘 말로 하면
‘불안형 인간’이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달랐다.


나의 어두움을
자꾸만 자신의 빛으로 밝혀주었다.


참 눈부신 사람이었다.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에서
듬뿍 사랑받고 자란 사람.


누구에게나 진심으로 다가가는 사람.


쉽게 지치지도, 포기하지도 않는 사람.


웃을 때
온 힘을 다해 해맑게 웃는 사람.


적어도 처음에는
내게 그런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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