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줄 알았던.

#16

by 규잉

사람은 사람의 영향을 받는다.


내가 아이로 인해
사랑에 대해 깨닫게 된 것처럼.


그 사람의 밝음에 물든 나는
조금씩 환해졌지만,


나의 어둠에 물든 그 사람은
조금씩 흐려져갔다.


나 때문이었을까.


사랑받은 만큼 돌려주지 못해서,
고마움과 미안함을
미처 다 표현하지 못해서.


마냥 화사했던 그 사람의 얼굴에
조금씩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우리는 웃는 날보다
날 선 날이 더 많아졌다.


서로 점점 예민해져
표정 하나, 말투 하나까지
미워하지 못해 안달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은 늘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결혼을 준비할 때

가장 많이 싸운다고 들었었다.


그런데 우리는
1년이 넘는 시간을 준비하면서
단 한 번도 크게 싸운 적이 없었다.


중고거래로 구한

10만 원짜리 드레스를 직접 리폼하고,
친구들과 지역 명소를 돌아다니며
사계절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의 고향은 꽤 한적한 곳이라
크고 고급스러운 웨딩홀을 반나절 사용해도
대관비가 따로 들지 않았다.


예단이나 예물 같은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고
결혼반지 하나씩만 나누어 꼈다.


소박했지만 특별했고,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결혼식 당일은 마치 축제 같았다.


서글서글한 성격 덕분인지 유난히 친구가 많던
그 사람의 지인들이 400명 가까이 와주었다.


오케스트라 연주, 두 번의 축가, 각종 이벤트,
여섯 번이 넘는 사진 촬영이 이어졌다.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
모든 순서가 끝났을 때는 어느새 두 시간이 지나 있었다.

식장 직원들이 연예인이냐고 물었을 정도였다.


그날의 우리는

세상 누구보다 빛났을 것이다.


주인공이 된 기분을 마음껏 만끽했고
앞으로 우리에게는 이런 기쁨만 가득할 거라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때가
우리의 가장 순수하고,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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