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유령이 항상 따라다닌다.
내가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 유령은 소멸되지 않고 지긋지긋하게 붙어있다.
그래, 지긋지긋하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틀림없이.
항상 이 유령의 존재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내가 안전하게 밥을 먹고, 숨을 쉬고, 살아 움직이는 것은 이 유령의 존재로부터 왔을 것이니..
나와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존재이다. (존재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
나는 이 유령의 한 가지 얼굴밖에 보지 못했다.
항상 내 앞에서는 무섭도록 웃고 있다.
슬픈 얼굴은 숨기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하지만, 내 뒤편에서는 그 표정 하나 보여주지 않고 흐느껴 우는 소리가, 소리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 표정이 찡그려져 있을지, 웃고 있을지 나는 알 길이 없다.
그의 비명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쫓아내려 했다.
그만 사라지라고 말하기 위해서 그 비명소리를 따라 걸어갔다.
하지만, 그 순간 유령의 소리는 멈춰버린다.
왜 나를 항상 따라다니고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그 모습은 보이지 않는 걸까
나는 때론 당찬 아이였다.
누군가의 앞에 서거나 큰 무리를 이끄는 기회가 생기면 겉으로는 부끄러운 척하며 3초 안에 손을 드는 기질을 발휘했다.
나는 때로는 심각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
그 어느 누구보다 음침한 분위기를 즐기고 긴 생머리로 나의 얼굴의 반을 가리고 다닌다.
머리로 가려지는 부분은 웃고 있고, 차마 가려지지 않는 반쪽 얼굴은 항상 슬프고 화난 표정을 하고 있다.
아무도 다가오지 못하도록.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유령은 내가 어떤 모습이는 쫓아낼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항상 따라다닌다.
아무리 성을 내고 침을 뱉어봐도, 아무리 기분 좋고 당당한 모습이어도 그는 슬픈 그늘을 띄운 미소로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이 유령의 존재를 처음부터 알았던 것은 아니다.
당차면서도 음침한 나에게도 가장 친한 친구가 있었다. 음침한 나에게 처음으로 끈질기게 다가왔던, 어쩌면 유령 같은 존재인 친구가 말이다.
그는 항상 나에게 웃으면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웃으면서 슬픈 이야기를 하고 항상 웃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 속이 뭐였는지는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알고 싶지 않다.
그 친구는 어느 날 나를 떠났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단지 새로운 짝을 만났을 뿐이었다.
내가 유령의 존재를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나에게도 새로운 짝이 생긴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새로운 짝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원망도 해보고 화도 내보고 울기도 해 봤다.
너무 답답하고 속상해서 먼저 말도 걸어봤다.
웃었다.
그 순간 유령의 웃음뒤에 그늘진 슬픔을 보았다.
도망쳐야겠다.
나를 언젠가 떠나버릴 존재들에게서 도망쳐야겠다.
그렇게 웃음 뒤에 슬픈 표정을 짓고 있는 유령과 떠나지 않겠다는 굳은 약속을 하고 7년이 지났다.
그 유령은 나에게 한 번도 먼저 말을 건넨 적이 없다. 어쩌면, 내가 먼저 말을 걸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지만, 나는 오늘도 비명 지르는 유령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
”어서 나를 떠나 “라는 말을 속으로 되뇌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