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929
파란달에서 같이 일한 사람들에게 배운 것이 정말 많다. 그중에서 원종이에게 배운 것은 여러 자동차 회사들과 그 엠블렘들이다. 현대의 H는 두 사람이 악수를 하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고, 자주 오는 손님이 타는 자동차가 카이엔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에 와선 카이엔과 카이맨 둘 중 어떤 것인지 헷갈리게 되었지만. 흰 차였던 것은 확실하게 기억난다. 아빠의 것과 같았던.
아저씨는 내가 커피일을 하기 전에 어떤 삶을 보냈는지 궁금해했다. 내 이야기를 하자, 아저씨는 내게 말러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들이 보통 말러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아저씨는 허허 웃으며,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아저씨의 이야기를 듣자, 나는 아저씨의 가족들도 말러를 좋아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뜻 밖에 얻게 된 휴무에 옥스포드에 가기로 결정한 건 순전히 아저씨로 인해서였다. 유튜브가 추천해 준 말러 교향곡을 시작으로, 아저씨의 자제 분이 옥스포드에서 공부를 했다는 이야기, 자전거를 타고 마실 다니기 딱 좋은 동네란 이야기가 함께 떠올랐다. 말러 아저씨의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아저씨는 마음에 드는 카페와 원두를 찾았을까, 자녀분은 어디에 있을까? 아저씨와 그 가족은 여전히 말러의 팬일까.
우리는 각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지만, 서로의 이름도 몰랐고, 어디에 사는지도 몰랐고, 유일하게 알고 있었던 차종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말러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면에는 외로움이 자리한다. 나는 아저씨가 더 이상 외롭지 않았으면, 행복하다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