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015
아침을 먹고 탄 버스가 목적지에 도착한 때에는 점심시간 즈음. 4시간 20분, 리즈는 생각보다 먼 곳이었다. 역 근처에 그렉이 일했던 카페가 있었고, 점원에게 추천받은 메뉴로 식사를 마치자마자 비가 왔다. 소나기 덕분인지 전반적으로 한산했고, 계획했던 장소를 빠르게 둘러보며 일정을 마쳤다. 맛있는 음식 덕분에 활기가 돌았고, 재미난 부분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숙소 체크인 전, 테스코를 들렀다. 간단하게 먹을 저녁 끼니를 찾던 중, 마감 임박 세일의 새우 샌드위치가 잔뜩 쌓여있었다. 내가 하나 집어 들었어도 여전히 그랬다. 나는 이미 죽어버린 새우에게 두 번째 사망 선고를 내리는 것에 마음이 쓰였다. 내일 아침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하며 하나 더 집었지만. 두 번째 사망선고를 기다리는 수많은 새우들을 뒤로한 채.
문을 두드리자, 숙소 주인과 두 노견이 나를 반겼다. 인사를 하고 이름을 말하자, 웃으며 자신과 멍멍이들을 소개했다. 식탁에 함께 앉아 꿀을 듬뿍 넣은 우롱차와 당근 케이크를 대접받았다. 새우 샌드위치의 기척을 알았는지. 내 주변을 기웃거리는 강아지들을 쓰다듬으며 우리는 각자가 리즈에 오게 된 경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비가 그칠 때쯤 나는 위층의 침실로, 집주인은 이웃집을 향했다.
방에 난 커다란 창문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나무 바닥이 살짝 삐걱대는 소리와 잘 정돈된 침구류, 오래된 여러 흔적들 안에서 집주인의 애정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차를 마시기 참 좋은 방이었고, 꿀을 넣어 마시면 더욱 좋은 방이었다.
집주인이 차 선반을 보여주며 마음에 들면 대충 꿀이나 우유를 타서 마시라며 권했다. 리즈에선 많은 언덕을 만날 수 있었다. 샌드위치와 티백으로 만들어진 언덕은 내게 넌지시 알려준 것이다. 런던처럼 호락호락하게 뛰어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그렉을 다시 만난 날. "네가 일했던 레인즈의 커피와 훈제 대구가 참 맛있었고, 언덕이 참 많았었고, 약간 쌀쌀하지만 제법 마음에 드는 도시였어."라고 말했다. 그렉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