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규민 Dec 23. 2023

켄터버리에 간 딸기맛 아이스크림.

220912

 우리 가게에서 낙천적인 사람을 손에 꼽으라면 분명 나와 커트일 것이다. 우리 둘이서 가게 마감을 하는 날에는 정시퇴근과는 거리가 먼 하루가 되지만. 이 날, 우리는 분주하게 움직였고, 빠르게 가게 문을 나섰다. 나는 집에 가서 파블로를 대충 쓰다듬고 짐을 챙겨 밖을 향했고, 바로 맞은편 차도에서 빵빵거리는 경적음을 들었다.


파블로는 쓰다듬어주지 않으면 뾰로통한 표정을 짓곤 했다.


 두 시간 정도 후 켄터버리에 도착했고, 친구들이 나와 환영해 주었다. 어렸을 때 비슷한 고깃집에 종종 가곤 했다. 집에서 한두 시간 정도 차를 타고 나가서, 주차장에서는 비슷한 구르릉 소리가 나고, 이 숙소처럼 커다란 뒷마당이 있는 점이. 날씨도 비슷했다. 비가 올랑말랑 하는 이 느낌이.


딸기맛은 가장 인기가 없지만, 매력적인 색감 덕분에 포장지에서는 주연이 되곤 한다.


 삼색 아이스크림 생각이 났다. 누나는 초코맛을 좋아했고, 나는 딸기맛을 좋아했다. 두 맛은 한 통에 담겨있었지만 상당한 차이가 있었고, 우리 남매도 그랬다.


누나는 주변 사람에게 인기가 많았고, 나는 주로 한 곳에 머물러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느낌이 강했다. 나이를 먹고 누나에게 "나는 다만 딸기맛이 외롭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라는 이야기를 가볍게 던졌지만, 누나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어른의 즐거움 중 하나는 냉장고를 몽땅 술로 채울 수 있다는 점.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고, 펍에서는 기분 좋은 나무의 향이 났고, 식탁은 끈적했고, 치킨 샐러드는 건조했다. 나는 여기가 좋았고, 함께 하는 친구들은 더욱 좋았다.


 마당에 앉아 비를 맞으며 술을 잔뜩 마시고, 담배도 잔뜩 피우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고, 누가 밤 사이에 코를 신나게 골았는지 하며 하하 호호 웃으면서 보낸 귀중한 시간. 나는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좋은 친구들 덕분에  딸기 아이스크림의 외로움은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인기 있을 필요는 없고, 그 과정에서 외로워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함께하는 우리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좋은 것이 아닐까.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는 말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