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규민 Dec 27. 2023

정제소금부터 호흡까지.

230723

 펍 위에서 산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시끄럽지 않냐고 물어본다. 나는 제법 괜찮다고, 오히려 누군가와 함께하는 기분이라 좋다고 웃으며 답한다. 나는 지금 사는 집이 좋다. 예전부터 음식점 위에서 살아보고 싶었고, 창문을 열었을 때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건 어렸을 적 서울집을 떠오르게 하기에. 




 서울에서 살 땐 다른 사람들의 소리를 쉽게 알아챌 수 있었다. 주차장에서 들리는 덜컹거리는 소리가 멎고,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문을 쾅 닫는 소리를 내는 그 사람. 담배와 땀 냄새를 함께 싣고 오는 그 사람. 역시나 아빠였다.


실제로는 맛소금으로 이를 닦으면 안 된다고 합니다. (이미지 출처 : CJ더마켓)

아빠는 찌개에 소금을 대충 털어 넣었다. 상표 아래에는 국내산 정제소금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소금을 어떻게 하면 정제 소금이 되냐고 아빠에게 묻자, 5초 정도의 침묵 후. "정제소금이 이 닦을 때 조금 더 개운한 느낌이 드는 것 같은데."라고 대답했고, 저녁 먹을 준비나 하라고 덧붙였다. 나는 어른들이 음식을 먹고 나서 '시원하다. 개운하다.'라고 말하는 것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시간이 제법 지나, 아빠가 병원에서 지내게 되었다. 간호사에게서 폐활량 측정기를 건네받았다. 숨을 내쉬는 것으로 공을 띄울 수 있는 장난감처럼 생긴 물건. 나는 두 공을 간단하게 띄울 수 있었지만, 아빠는 하나의 공이 고작이었다. 아빠는 이걸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에 빠진 눈치였다. 나는 "호흡을 정제해서 불어봐요."라고 말했다. 나도 그때의 아빠처럼 그냥 호흡과 정제된 호흡의 차이를 잘 모르고 대충 이야기한 것이었다. 나는 그때의 아빠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부자는 확실히 정제된 쪽은 아니었다. 소금이나 호흡뿐 아니라 대부분의 것들이. 나는 날것 그대로의 아빠가 좋았다. 우리는 그랬다.

작가의 이전글 켄터버리에 간 딸기맛 아이스크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