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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민 Mar 19. 2024

두꺼비네 빵집과 빨래 철학.

230411

 여름이 되었고, 날씨가 좋았다. 빨래와 대청소로 휴무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방 상태는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빨래는 제법 밀려 있어서 당장 승부를 봐야 하는 하루였다. 흰 옷들을 먼저 세탁기에 던져놓고 산책을 나섰다. 공원을 지나 나오는 높은 언덕을 따라 걸으면 나오는 'Toad Bakery', 크로와상과 커피를 사 왔다.


갈 때 마다 항상 반겨주는 친절한 직원과 맛있는 빵과 커피.

 

 그녀는 내게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말했다. 내가 실질적 물리량과 누적된 기억들 중 어떤 부분이 그렇냐 되묻자, 그녀는 둘 다 썩 양호한 상태는 아니라며 단언했다. 나는 그 정도로 심각한 일일 줄 몰랐다고 대답했다. 빨래는 어떻게 돌리든 깨끗하면 그만 아닐까라고 대답하고 싶은 욕구를 참았던 그때 이후로, 나는 여전히 흰 옷과 검은 옷을 따로 세탁하게 되었다. 크로와상은 여전히나 맛있었고.


 오랜만의 엄마와 한 전화. 스치듯 말한 이 이야기가 엄마에겐 꽤나 인상적이었던 것 같았다. 너는 연애를 하면서 이것저것 배워가는 타입이다. 맞는 것 같다. 이번에는 연애 소식이 없이 좀 잠잠하다. 아마도 나이를 많이 먹어서 시장 가격이 확 떨어진 게 아닐까 싶다. 애초에 별로 안 비싼 것 같던데. 확실히 양질의 유전자는 아니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독설에 관한 부분에선 나는 엄마를 확실하게 닮았다. 전화를 제법 오래 한 덕분에 커피는 차갑게 식어있었다.


 건조대에게 바지를 넘겨주는 것으로 빨래와의 씨름이 끝났다. 피자가 먹고 싶었다. 간단하게 집 근처 언덕길을 한 바퀴 뛰어 돌고, 피자를 포장해 왔다. 아침에는 빵과 커피, 저녁에는 피자. 오늘의 나는 귀족이라 해도 좋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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