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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기분이 어때요?

#3. 꾹 참지 말고, 표현해도 괜찮아.

by 지레인
마크, 기분이 어때?


예일대 감성 지능 센터장 마크브래킷 교수는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에 관심을 기울여준 마빈 삼촌이 어린 그의 '구세주'였다고 했다.


브래킷 교수의 책 <감정의 발견>을 읽고 아이들과 달력 뒤편에 '무드 미터'를 그렸다.

종알종알 만드는 동안에도 즐거웠던 '무드 미터'


그 후로 아이들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을 때도

왠지 모르게 엄마가 행복해 보일 때도


"엄마 지금 기분이 어때?"


하고 묻기 시작했다.


짜증 나고 귀찮음은 일상 다반사


심각하면 젤 것 없이 징징 폭발이지만

알 수 없이 적당히 기분이 나쁜 정도라면


"앵그리~ 나, 화나!"

"나쁜 마음이 왔어. 마음이 안 좋아."

"감정이가 지금 어디 있는지 찾아볼래."


하며 감정을 관찰하는 여유도 생겼다.



결혼 전 나는 원래 '화'가 별로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결혼 후에는 잘 참으니 착하다고 생각했다.


쌓이고 쌓다

빵 터져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몰랐다.

내가 표현에 서툰 사람이란 걸.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은 꽁꽁 감추고

싫은 소리 하기 싫어 '괜찮은 척'하는 게 습관인 줄 몰랐다.


속으론 납득이 안되면서

겉으론 알겠다 하고,

하기 싫어 눈치를 봤다.


남을 불편하게 하느니 내가 불편한 게 훨씬 낫고

어떨 땐 정말로 괜찮은 줄 알고 그냥 넘어가기도 했다.


착한 게 아니었다.


결국엔 궁지에 몰려 혼자 해석하고 판단하고

당신은 가해자, 나는 피해자


내 감정을 돌보는 법을 알지 못하니

아이들의 마음에도 공감할 수 없었다.


"뭐 이런 걸 가지고 울고 그래?!"

"이게 짜증 낼 일이야?"

"귀찮긴 뭐가 귀찮아. 해야지!"


아니다. 언제나 공감이 먼저!

귀 기울여 마음을 듣는 법을 배우고 나서

아이들과의 일상은 급격히 행복해졌다.


"화가 났구나?"

"이유 없이 화가 나진 않아. 같이 생각해보자."

"그런 상황이라면 엄마도 속상할 것 같애."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방법을 고민해볼까?"


스펀지 같고 순수한 아이들은

감정을 알아주는 것만으로 달라졌다.


관심을 갖고 관찰해보니

아이의 기분은 엄마의 기분에 커다란 영향을 받았다.

엄마가 좋으면 그냥 좋다.

엄마가 기쁘면 이유 없이도 신이 난다.

엄마가 시무룩하면 눈치를 살피고

화가 난 엄마를 보면 오히려 더 화를 내기도 한다.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익힌 후에도

여전히 불쑥 화가 솟을 때가 있지만

이제는 대부분 터지기 전 알아차리고 경고를 한다.


"마지막이야. 1분 후에도 씻으러 가지 않으면 엄마 정말 화 날 것 같아."


요즘 아이들은 화가 나기 직전 엄마를

'스테이크 엄마' 또는 '파란 도깨비님'으로 부른다.

알 수 없는 자기들끼리 암호다.


서로의 감정에 대해 묻고 공감하며

화가 줄고 사랑 표현이 늘었다.


여전히 나에게 어떤 감정은

말하는 데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건강한 관계를 위해서는

감정에 솔직해져야 한다.


인정받은 감정은 풀려나

관계에도 자유가 생긴다.


솔직해지면 진실해지고


진실은_

처음은 불편한 듯 하지만

결국엔 편안함을 준다.




삐뽀 삐뽀


오늘 아침,

이전 같으면 혼자 참고, 혼자 시나리오 쓰고.

상대를 몹쓸 사람 만들었을 상황 발생.


(창피함을 무릅쓰고)

하도 남의 편 같길래

내편으로 만들어버린 남편과의 대화를 공개한다.

이후 이모티콘은 남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생략한다.


거짓말처럼 저 분노 이모티콘을 발사하자마자

기분이 풀렸다. >_<


그냥 넘어가려던 운동도 챙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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