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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게 궁금한 나와, 보이는 게 궁금한 당신

너무 다른 두 사람

by 지레인

"괜찮아. 하루이틀인가?

당신의 관심사는 늘 당신 자신에 관한 거잖아.

뭐라고 했지? 참자아라고 했나? 하하하."


아들의 턱 밑에 생긴

작은 상처를 먼저 발견한 건

이번에도 엄마가 아닌 아빠입니다.


순진한 건지, 순수한 건지...

속 편하고 무심한 현실감각이

이젠 익숙하다는 듯

남편은 섭섭하다면서도 피식 웃습니다.


"그래도 아내가 무던하니

잔소리 한 번 없고... 장점도 있잖아?

여보가 꼼꼼하게 잘 챙기니 그나마 다행이지."


뭐라 하면 주눅 들어

곧바로 죄인이 되던 아내도

이제는 제법 뻔뻔하게 웃으며

남편의 팔짱을 낍니다.

사실 그대도 알고 있죠.


내 안의 숨은 화와

억울함의 정체를 살피면서

우리의 관계는 훨씬 더 친밀해지고,


티격태격

반대편의 원을 수용하면서

우리의 원은 더욱 크게 자랐다는 걸.


은밀히 그 작업을 해왔지만

사실 그대도 함께 해왔죠.


악역도 맡았다가 선생도 되었다가

그대도 참 고생이 많았어요.


그대는 알까요?


늘 궁금했던 나에 대한 질문이


어느 순간 서서히

당신과 우리 가족을 향하고

세상과 다른 이를 위하게 되었다는 걸.


남을 위해 살아..

남을 위해 살아...

언제부턴가 나의 마음은

그것이 작은 나의 큰 행복임을 알려줍니다.


이해할 수 없기에

엄청난 아이디어겠죠.


지구 안에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에게

사랑을 보내고 싶은 아침입니다.


당신이 걷다가

잠시 머물고

다시 떠날 때


우리의 가슴속 노란 풍선이

조금 더 부풀어 있었으면 합니다.


스쳐 읽은 나의 글,

잠깐의 만남,

한 번의 긴 수다스러운 통화가

잔잔한 향기로 남아

당신의 길에 축복이 되기를...


이토록 이기적인 내가

이토록 무던하고,

용기 없는 내가


이런 기도를 해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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