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어요.
하나도 재미없어요.
기억을 더듬어 글을 만드는 일이
지금은 재미없어요.
지금 이 순간_
쓰이는 글만 쓰고 싶은
쉽고 가볍게만 살고 싶은
이런 저는 너무 철없는가요.
인생은 고통이래요.
그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요.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은
그럴 때... 내 삶의 일부로,
견딜 수 있는 무언가가 되죠.
두려움은 아무것도 아니죠.
물론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
엄청나게 무섭고 미치도록 괴롭지만
허상임을 알거든요.
두려움을 내던질 때
사랑이 드러나요.
그림자 같은 두려움을 바로 볼 때
그 안에 넘치는 사랑을 봐요.
사랑을 원한다고 기도했더니
당신은 참 냉정하게도
두려움을 먼저 보여주시네요.
짐승같이 취급받는 나 자신
아문 줄 알았던 상처를 끄집어내셔서
다시 똑바로 보라고 하시네요.
또 한 번 나를 부인해 보라 하시네요.
이불을 덮어쓰고 엉엉 울었어요.
울음을 참느라 일그러진 붉은 눈의 내가
너무 안쓰러워서...
하지만 환상이에요.
생각이 만든 슬픈 스토리.
누구도 나를 그렇게 취급한 적 없어요.
그렇게 한 건 바로 나예요.
알면서도 용서는 힘들죠.
어렵게 어렵게 시간을 보내고 난 후에야
두려움이 옅어져 사랑이 조심스레 드러났을 때
서운케 했던 그의 말을,
말 없이 안아요.
따뜻한 그의 가슴이 나를,
더욱 꼭 안아요.
눈물이 흘러 서로를 용서해요.
조심스레 드러났던 사랑은
커다랗게 품 안에서 넘쳐흘러요.
이불을 쓰고 펑펑 울던 스토리가
당장 끝내버리고 싶은 삶의 고통이
하루도 지나지 않고 아물어 웃음 짓네요.
그럼에도 가볍게
그럼에도 쉽게
이렇게 글을 써도 될까요?
지금은 정말 그렇거든요.
다시 홀로 맞는 아침
억지로 짓던 글을 멈추고
쓰이는 글을 쓰며
행복하며,
감사해서 눈물 흘려요.
눈물이 많아 부끄럽지만
이번엔 기쁨이죠.
내 곁에,
내 안에...
당신을 느껴요.
충만한 당신의 사랑을 느껴요.
당신은 사이사이 스며계시고
결국은 이렇게 감사함에 눈물 나게 하시죠.
부끄러운 이 글을 공개할 수 있을까요?
철없도록 순수한 영혼에 대해.
그 영혼을 만져주시는 당신에 대해.
저의 머리는 이제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모두가 궁금해하는 주제에 대해 말하고
평범한 정보를 찾고 배우라는데
저의 가슴은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해요.
심지어 그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어 해요.
사랑이...
밖으로 나오고 싶은가 봐요.
머리는 사랑이 오글거린다는데
그렇게 쓰고 싶으면 다른 표현을 생각해 보라는데
가슴은 자꾸 사랑사랑 거려요.
밖으로 나가고 싶대요.
그러니 나갈 수 있도록
꽁꽁 싸맸지만 허술한
그 두려움을
한쪽으로 치워보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