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G의 숲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레인 Jul 08. 2024

순응한 순간, 극복하는 아이러니!

참새 한 마리가 날갯짓하다

간절히 매달려있던 나뭇잎을

톡 건드려 떨어뜨린다.


알았을까?

속절없이 떨어질 줄.


/

떨어지는 나뭇잎 곁으로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


연둣빛 잎사귀가 살랑살랑

추락하며 춤을 춘다.


처음 느낀 평온함이 초록빛을 감싸고

메마른 세상 너머 온통 밝은 잎이 흘러


이제 나뭇잎은 이유를 모른 채

모든 것 안에 존재하는 신을 노래한다.


순응한 순간,

극복하는 아이러니!



정 없는

로봇처럼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저미다가 떨어지는 쓸쓸함과

사무친 듯 맺힌 슬픔들에 감사해요.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을 설명하려 애쓰다가

힘을 뺀 후 그대로 터져 나온 빛줄기를


연둣빛 포도처럼 영글어 빛나는

싱그러운 감정들을.


여기 살아있네요.

이젠 내가 안고 있죠.


거부하지 않고 밀쳐두지 않고

웅크렸던 아이를 더욱 꼭 안아요.


그때부터였죠.

우리 이야기가 쓰고 싶어 졌어요.


내 이야기 말고,

우리 이야기.


하지만 미숙한 내가 이야기를 꺼내면,

다른 주인공을 등장시켜도

옛날 옛적처럼 말해도

다 제 이야기 같은 가봐요.


사실은 요즘 제가 얼마나 행복한 지

당신이 알면 깜짝 놀랄 거예요.


변한 건 없죠.

진실은 그대로.

뻔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내 마음이 달라졌을 뿐이에요.


선함으로 가득 찬 온전한 지금을 믿어요.


여전히 생각과 감정이 찾아오지만

끌려가지 않고 저항하지 않고

지켜보고 안아주며 흘려보낼 수 있게 됐어요.


그대가 경험해야 하기에 알려줄 순 없지만


바깥에서 나의 귓속말이

당신의 귀를 간지럽힌다면


안쪽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잠잠히 귀를 기울여보세요.


그런 후에 우리 다시

각자가 은밀히 서로의 하나 이야길 나눠요.


뒤늦게 발견한

우리 안의 빛,

그 얘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죽음 앞에 긴박한, 안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