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이든 폭식이든
꾹꾹 눌러 담다
혼자 있을 때
터져버린 그녀보다
당뇨가 있어도
믹스커피는 못 참는다고
자기 맘에 귀 기울인 당신이
더 건강한 사람이에요.
/
어쩌냐며
기도하겠다며
좋은 소리, 슬픈 울상 다 하고서
돌아서며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린 그녀보다
닥친 현실을
그대로 느끼고
가만히 곁에 있다
끝내할 말을 못 찾고 돌아선 당신이
더 친절한 사람이지요.
그러나 가면 쓴 그대여
허전함을 채우려
여기저기 이곳저곳으로
감당하기 무거운 갑옷을 입었죠.
어쩌다가 벗겨진 가면 사이로
갑자기 흘러나온 피식은
자신도 몰랐던 씁쓸한 진실이에요.
지배하는 세상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버거워도 버거운 줄 모르고
약함을 숨기며 다그쳐왔죠.
괜찮아요. 그대여.
마음껏 취약해져도.
나약함을 보여도 괜찮아요.
꾹꾹 눌러 담다
터져버린 당신보다
가슴에 귀 기울인 솔직한 그대가
그대에게 더 건강하고 친절한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