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싶은 날+진정한 나다움에 대해
영혼의 숲 #3
자존심이 상하고,
마음이 상하고,
억울하고...
두렵고,
괴로운 한 주였다.
부장은
말도 안 되는 지시를 하고 나서
내 보고가 맘에 안 든다며 매몰차게 쏘아붙였다.
뒤돌아서 속으로 저 인간이 죽어버렸으면 했다.
내가 미친놈이지.
가끔은 나도 내가 무섭다.
회사에 다니는 월화수목금이
축 처진 빨랫감 것처럼
칙칙하다.
그냥 다 두고 도망가고 싶다.
이 모든 게 여기서 그만두면 사라질까?
사는 게 왜 이리 쉽지가 않을까?
5/21(토) 10AM
숲은 여전히 고요했다.
하아....
그래
G. 는 숨을 크게 쉬라고 했지.
호흡인지 한숨인지
자동으로 한번 내뱉고 나니
나무와 하늘만 눈에 들어온다.
쓰읍-
들이쉬고,
후우~
내쉬고.
뭔지 모르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숲으로 들어간다.
호흡하며 들어간다.
새소리가 들렸다.
나뭇가지 위에 앉은 새가
비스듬히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곧 날으려는 듯.
문득 임재범의 <비상>이 떠올랐다.
20대 때 내 노래방 18번
그 곡을 참 좋아했다.
나도 세상에 나가고 싶어.
당당히 내 꿈들을 보여줘야 해.
그토록 오랫동안 움츠렸던 날개
하늘로 더 넓게 펼쳐 보이며
이제는,
날개 따위 믿지 않는다.
그놈의 꿈이
나를 얼마나 갈기갈기 찢어놨는지...
지겹고 오글거린다.
나만 뒤처진 것 같은 막막함,
끝도 없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
나는 내가 툭하면 맘에 안 들었고
자괴감으로 괴로웠다.
기분은 한없이 침잠한다.
한껏 비극적 시나리오의 주인공 되어
하루 종일 늪에서 허우적거렸지.
희망이니 꿈이니
지긋지긋해진 때쯤
정신을 추슬러
가까스로 취업을 했다.
그렇게 5년이 흐른 지금
나는 현실 어른이 되어있다.
그냥 그렇다.
꿈은 있어도 불안하고
없어도 불안하다.
이렇게 살다가 죽는다니
아쉽긴 하지만,
그게 인생인가 싶다.
열심히 돈 벌고
좋은 여자 만나
아이도 낳고
그렇게 살다 보면
이렇게 허무하고
재미없진 않겠지?
문제는
그 평범해 보이는 것도
잘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것.
부장 말대로
난 정말 쓰레기일지도 모른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잉여인간.
크,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한때는 부모님의 기대주였는데.
내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찌질이.
찌질이.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딱 그만큼일 거야.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은
변화의 처음이자 끝이지.
G다!
G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뜸 찌질이로 시작했지만
반가웠다.
숨을 죽이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한 거
기억하지?
이번 주에 아주 적절한
예습을 많이 했더군.
부장에게 깨지고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일주일 내내 퇴사 충동을 넘어
자살충동까지 불러온 나의 경험이
이토록 가볍게 취급되다니.
잠시 서운함이 느껴졌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G의 힘을 믿게 된 것일까?
그의 위로가 듣고 싶다.
잠시 후
고요해진 나에게
조용한 문장이 들려왔다.
미 안 해.
내가 잘못들은 걸까?
너 많이 힘들었을 거야.
G. 가 나에게 왜 미안한 건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건지
내가 떨리는 건지
'미안해'란 한 마디가
살아갈 용기가 되기도 한다는 걸
그 순간 떨림으로
처음 알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게
너 자신을 위한 계획이었음을.
그러고 나서
G. 의 소리에 다시 힘이 들어갔다.
클로닌 고통은 기회야.
너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기회!
응?
나에 대한 인식?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별로 궁금한 내용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말랑해진 G에게
일주일간 고민했던 주제를 던져야 했다.
G. 나 퇴사할까?
더는 못해먹겠어.
우리 부장이랑 하루라도 더 일하다간
진짜 내가 미칠 것 같다고.
근데 걱정이야.
퇴사를 하면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어.
하긴 할 일이 있었다면 진즉에 나왔겠지?
지난번에 변화하고 싶다고 했지?
말이 길어질 것 같아 아꼈는데 말이야...
G 가 담담한 목소리를 이어갔다.
정말로 변화하고 싶다면,
정면 승부해야 해.
도망가지 말고
지금 네 발밑의 흙부터 걷어내야 한다고.
중요한 사실을 하나 알려주지.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지배해.
잘 기억해.
현실의 세계는
내면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못된 상사, 무능한 나
불안한 미래.
지금 너의 현실이
그대로 너의 내면을 반영하고 있어.
어지러운 니 방,
먹다 남은 라면 부스러기가 뒹구는 부엌이
지금 너의 내면 상태라고.
그것들을 모르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현실을 바꿔보려 발버둥 치지.
며칠간 의지를 다져보거나
회사에서 도망쳐 나오거나.
의지는 며칠 가지 못해 무너질 거야.
다른 회사에서도 또 비슷한 인간을 만날 거고.
왜냐고?
내면이 그대로니까.
현실을 바꾸는 가장 확실은 길은,
내면을 바꾸는 거야.
부장이 인간 말종이라고?
인간은 타인을 통해
자기 자신을 경험하는 거야.
네가 싫어하는 부장의 모습은
억눌린 너의 내면을 반영하고 있지.
믿을 수가 없다.
말도 안 돼.
퇴근 직전에 일 시키고
사람을 쓰레기 취급하는 게
억눌린 나의 모습이라고?
응, 맞아.
어려운 요구를 하고 싶고
누군가를 무시하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이 굳어져
고정관념을 만들지.
~해선 안되고, ~는 나쁜 짓이고
이게 모두 고정관념이야.
그리고 그 관념이 투영되어
현실이 만들어졌지.
너는 그 현실을 보면
강한 감정이 치솟아.
화가 나는 거지.
하지만 모든 상황은
네가 만든 거라면?
네가 가진 깊숙한 반대편 성향을
부장이 보여주고 있는 거라면?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사랑, 용서.
결국 고정관념으로 가득 찬 내가 없어졌을 때
너의 세상은 평화로워질 거야.
'무리한 요구를 해도 괜찮다.'
'무시하는 말을 해도 괜찮다.'
할 수 있어야 해.
화는 고정관념을 없앨 기회야.
니 멋대로 나쁘다고 믿어버리지 말고
오히려 기회를 준 부장에게 감사해봐.
글쎄, 그럴 수 있을까?
지난주에 왔을 때 너를 부양하는 건
사업이나 직업이 아니라
너 자신이라고 했던 말 기억해?
일은 삶의 기준이 되는 게 아니야.
20대에도 그렇고 지금도
넌 달라진 게 없어.
여전히 파랑새를 찾고 있지.
너와 딱 맞는 일이 쨔쟈잔~ 하고 나타나면
능력을 발휘하며 멋진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 거야.
행복을 가져다 줄 천직이 있을 거라고?
틀렸어.
행복을 가져다주는 건
언젠가 만날 특정 직업이 아니라
지금의 너 자신이야.
물론 다른 곳으로 가서
연봉을 조금 더 높이거나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기쁨은 오래가지 않지.
무슨 일을 할까? 가 아니라
어떻게 살까? 를 고민해야 하는 거야.
어떻게 살까.. 를 고민하다 보면
직업은 그에 맞춰 조율되게 되어있어.
갑자기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거라면
나도 많이 생각해봤디.
몸도 좋았으면 좋겠고
돈도 많이 벌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고...
사실 지금은 이렇게 찌질하지만
가슴 한구석은 발산하고 싶은 뭔가가 있는 것 같다.
폭발하지 못해 꿈틀거리는 무언가.
이 답답함을
G. 에게 하소연 하고 싶다.
솔직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하면
억울해.
누구보다 성공에 대한 열망도 강했다고.
나 정말 노력했어.
열심히 살았어.
이것저것 돈도 들이고
따라 해보기도 했지.
솔직히 잘 나가는 사람들 보면 짜증이 밀려와.
질투가 나는 것도 같고
그냥 보고 있으면 불안해.
이것도 내면에 억눌린 욕망 때문일까?
나의 욕망...
나는 아직 성공하고 싶은 걸까?
욕망을 버려야 하는 걸까?
아니면 어떻게든 간절해져서
욕망을 실현해야 하는 걸까?
지금 너는 거짓된 욕망 덩어리야.
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넌 정말 네가 부와 명예를 원한다고 생각해?
넌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
클로닌 넌 지금 네가 생각하는
그 클로닌으로서만 존재하는 게 아냐.
너는 그보다 훨씬 큰 존재야.
나답게 사는 법, 나다운 일...
나만의 라이프 스타일
나만의 무언가에 대한 갈증
나를 잘 알면
성공하기가 쉬워진다고 하더군.
나를 알기 위해 일기를 쓰고
새벽 기상을 하고
각종 분석에 테스트에.
나는 뭘 좋아하지?
나의 재능은 뭘까?
나와 가장 잘 맞는 직업은?
퍼스널 브랜딩을 해야 하는데...
나, 나, 나..
그렇게 강조하는
나답다는 것에서
'나'가 대체 무엇일까?
나답게 살면
성공 확률이 높은 것이 사실이야.
독창적인 라이프 스타일과
창의적인 아웃풋은
부러움의 대상이지.
그래 나답다는 건,
멋진 일이야.
하지만 순서를 바꾸어
성공을 위해
나다움을 찾는다면?
그 결과는
십중팔구 실패로 돌아갈 거야.
왜 그럴까?
순서를 바꾼 사람이 생각하는
'성공' 자체가
'진정한 나다움'의 개념과는
애당초 거리가 멀기 때문이지.
'진짜 욕망'을 아는 것이
진정한 나다움이야.
진짜 욕망은
그 일이 어렵거나
혹은 대단해서
그 일을 함으로써
내가 중요한 사람이 될 것 같아서
선택한 목표가 아니야.
인정받기 위해서나
부자가 되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지.
행위 자체가 보상이 되는 일.
진정한 욕망은
영혼과 관계되는 거야.
뭐야, 그럼
내가 성공을 원하지 않는다고?
나 진심으로 돈을 원하는데?
부자가 되고 싶은데?
부와 명예를 원하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 되지 않아.
문제는 '집착'하고 있다는 거야.
부와 명예가
너에게 행복과 특별함을 줄 거라고 믿고
갈망하고 있다고.
그게 아니야.
너는 이미 충분하고 특별해.
그걸 알고,
그런 너를 표현할 수 있을 때
부와 명예가 따라오는 거야.
성공한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무엇을 받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고 하지.
왜 그런 줄 알아?
부자의 마인드는 풍요의 마인드이기 때문이야.
실제 돈이 많고 적고는 상관없어.
10억을 가지고도 결핍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100만원을 가지고도 풍요로운 사람이 있지.
돈을 벌어야 부자가 된다는 생각을 갖기말고
가난한 마음을 버리고
부자의 마음이 되어봐.
부자가 되려면,
먼저 자기를 풍요로 인식해야 해.
내면이 현실을 반영한다고 했잖아.
부와 명예가 있어야만 온전해질 것이라고 믿는 것은
너의 내면에 결핍이 있음을 보여주는 거야.
내면의 결핍이 사라지지 않는 한
설사 성공처럼 보이는 결과를 얻었더라도
영원히 만족할 수 없지.
자기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고 한 이유가 그거야.
해줄 말이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겠다.
뭐야, 벌써?
아쉽잖아.
욕망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시작인데.
서두르지 마.
나와 만나는 일만큼은
조급해하지 말라고.
비밀 하나 더 알려줄까?
빨리 뛴다고 빨리 도착하는 게 아냐.
네가 생각하는
과거-현재-미래는
하나의 관념일 뿐.
오직 지금 이 순간만이 존재하지.
편안한 것,
자연스러운 게 좋은 거야.
우선 오늘 내가 했던 말 잘 기억해.
현실은 내면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
삶으로 돌아가면
일단 부장님부터 다르게 보는 거야.
너의 고정관념을 비춰주는 대상으로 바라봐봐.
도망치지 말라했던 거 기억나지?
정면승부.
일단 네가 만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
물론 쉽진 않을 거야.
내면을 바꾸는 작업은
나와 함께 서서히 해보도록 하지.
다음번에 만나면
너의 실상을 구현하는 일,
영혼이 원하는 일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해줄게.
그렇게 또 목소리는 숲 저쪽으로 스며들듯 사라졌다.
진짜 욕망이라...
글쎄...
산을 내려오며 생각했다.
설사 부와 명예가 진짜 욕망이 아니라해도
어쨋든 나는 성공을 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상하게 도 닦으며 살 건 아니잖아?
다음번에 목소리를 만나면
이런 것에 대해 더 자세히 물어봐야겠다.
맨날 지 말만 쏟아내고 슝~~ 사라지고 말야.
산에 가면 그래도 웃는 나를 발견한다.
공허한 내 속이
무언가로 채워진 것 같은 기분.
혹은 채워질 수 있을 것 같은 예감.
뭐라도 좋다.
G. 가 있어 다행이다.
빨리 다음주 토요일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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