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G의 숲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레인 Jul 06. 2022

정말로 원하는 일은 찾는 게 아니라...

영혼의 숲 #2

사람들 말이야...


G. 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5/14(토) 10AM


영혼의 숲에 온 지 두 번째 날이었다.


좋아하는 일 찾는 거 좀 그만하면 좋겠어.

잘하는 일이 없다고 투정하는 것도 그만.

요즘은 이키가이 많이하던데 그것도 마찬가지야.



그런 건 날 잡고 찾는다고

찾아지는 게 아니거든.


아니 몇 달을 머리 싸매고 고민한다 해도

작정하고 여행을 몇 주 다녀온다고 해도

절에 들어가 템플스테이를 해도 똑같아.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돈 많이 버는 일, 사회에 기여하는 일

열심히 교집합을 만들어봤자

머리로 하는 거잖아.


정말로 원하는 일은 말이야.

찾는 게 아니라 찾아지는 거거든.


마음과 머리로 분석하는 게 아니라

영혼으로 느끼는 거라고.



일론 머스크가

로켓을 만들 때

이키가이 분석을 했을까?


라이트 형제는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의 교집합을 그려

비행기를 만들기로 했을까?


정말로 좋아한다면

그것을 경험하는 건 자연스러운 거야.


흔히 하늘의 뜻이라는

사명이라는 것도

갈구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주어지지.



에디슨은 발명이 좋아서,

포드는 자동차가 좋아서

그것을 마음껏 경험했어.


그들이 그것을 처음부터

직업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게

아니었다고.


그들은 그 일에 대한 사랑이나

숙명으로 여겨지는 것으로 인해

그 일에 푹 빠져들었고,

본능적으로 깊이 팠지.


그렇게 만들어진 성과는

자연스럽게 사회적 공헌으로

이어졌어.


공식에 맞춰

성공한 게 아냐.


성공하고 보니

가슴 뛰는 일이었고,

그러고 보니

사회에 공헌했던 거야.



하긴, 되는 회사 골라서 일찌감치 돈을 벌기 시작한 친구들이 '딱 맞는 일을 찾겠다며' 20대 내내 방황했던 나보다 나은 건 맞는 듯했다. 그중 대부분은 먹고살기 위해 다닌다며 투정을 부렸지만 의외의 재능을 발견했는지 꽤나 승승장구하고 있는 놈도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 일이나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잘 나가는 친구와 아닌 친구의 차이점은 무얼까..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는데 G. 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너를 부양하는 건

특정한 사업이나 직업이 아냐.


최고의 일을 만드는 건

바로 너 자신이지.


무슨 일을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든

너의 태도가 중요하단 뜻이야.


준비가 되면

느낄 수 있지.



너 좋아하는 영화 있잖아.

매트릭스.


거기서 네오가 자신의 존재를

'The one'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기억해?



G. 클로닌은 나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했다.


매트릭스를 보며

뭔가 대단한 내용이 있다고 느꼈지만

사실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모피어스를 구하러 가겠다는 네오를 동료들은 무모한 일이라며 말렸어.

그들을 설득한 건 네오의 강한 확신이었지.



이유는 설명할 수가 없어.
그를 살릴 수 있다고 믿어.


그때 네오가 했던 말이야.




진정으로 원하는 일은

그런 거야.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강한 확신이 든다고.


그러니

굳이 찾아 헤매려고

시간 낭비하지 마.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찾아올 테니까.






그럼 난 뭘 해야 하는 거지?


떠오를 때까지

그냥 이 거지 같은 회사

꾸역꾸역 다니라고?


평일엔 버티고

주말엔 생라면 씹어먹으면서?


솔직히 나도

부업도 알아보고

자기계발서도 열심히 읽고

해봤다고.


재테크 책도 읽고

비싼 수강료 내고

강의도 들어봤어.


하지만 봐,

뭐가 달라졌지?

변한 게 하나도 없잖아.


나도 무능한 내가 지겹다.


이야기를 내뱉으며


내 삶과, 나 자신을

혐오하고 있는 나를 느꼈다.


솔직히 나도 싫고,

사기꾼 같은 세상도 싫다.


해도 해도 안 되는 사회가 싫고,


다들 똑같은 목표를 향해

알맹이 없는 이야기들을 해가며

경쟁하고 드러내려고 안 달하는 사람들도

다 꼴 보기 싫다.



G. 가 말했다.


지금 네가 보는 세상이

그대로 너의 내면을 반영하는 거야.


꼴 보기 싫어하는 그 모습이

바로 네가 보기 싫어하는

너의 모습이라고.



그래 알아.

너 노력했지.


목표도 정하고

긍정적 확언도 하고

끌어당김의 법칙도 열심히 했어.


하지만 말이야.


결핍의 상태에서는

아무리 끌어당기려 해 봐도

결핍만 끌어 올 뿐이야.


그게 네가

방법만 쫓다가

그럭저럭 말거나

번번이 실패했던 이유야.


본질을 잊고 있으니

특별한 진전은 없었지.


달라지고 싶어?


정말로 변하고 싶다면 말이야.


먼저 비워내야 해.





비워내라고?

내가 더 비울 게 있을까?


회사 생활도 번아웃

자기 계발도 번아웃

이렇게 무기력해서

자포자기로 지내는데

포기할 게 더 있어?


지난번에 욕망은 포기하는 게 아니라

이해해야 한다고 했던 말 기억해?



비워내야 할 욕망과

진정한 욕망은 따로 있어.


음...

이건 이야기가 많이 길어질 것 같으니

오늘은 여기까지! 오케이?



욕망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G. 는 바로 마무리를 지었다.


기왕 숲에 왔으니

천천히 있다가.


산책도 좀 하고.



원하는 일을 찾고 싶다면


과거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면서

다른 시점에 있으려 하지 말고


지금 여기 있어봐.


미래를 향해

머리를 굴리는 것보다


지금 이 순간

숲의 향기를 몸으로 느끼는 게


훨씬 더 빠른 길일 걸?


지금 이 순간에 있다는 건

과거와 미래를

한 점에 모이게 하는 일이거든.


직감은 그런 때

찾아오는 거야.



천천히 호흡하며

충분히 느껴 봐.



그러게...

천천히 호흡해본 게

얼마만인지...


G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고요해진 나는

나의 숨소리를 들었다.



영혼의 숲 #1.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추천 : 당신만의 가능성, 목적 의식 (ft: 매트릭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