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일할 수 있어 좋았던 날

by 심준경

급구라는 어플에서 하루 알바를 구했다.


친구가 알려준 어플이었다. 사실 이 어플의 존재를 몰랐던 것을 아니나, '급구, 하루만 알바가 필요할 때'라는 홍보 문구를 통해 대충 알바가 필요한 사장님과 인력업체를 연결해 주는 어플인지 알았다.


그러나 친구를 통해 알게 된 바, 해당 어플은 하루 알바가 필요한 사장님과 알바할 사람을 연결해 주는 어플이었다.


또한 정말 좋다고 느꼈던 것은 어플에 사업주가 어플에 미리 입금을 해놓으면(?, 아니면 나중에 보내는지... 사실 잘 모름...) '당일 지급 보장'이라는 기능을 통해, 퇴근 한 시간 후에는 바로 돈을 받을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어 있었다.


사실, 나처럼 음식점 알바 경력 없는 사람이 하루 일 한다고 하면 안 받아주겠지, 싶었다.


그러나 처음 이 어플을 썼던 날, 주방 설거지 역할 모집 글에 식기세척기 '모름'이라고 표시하고, 설거지 '중'이라고 써넣었다.


형이 만약에, 설거지 '중'이라고 체크하는 걸 보면, 웃었겠지... 형은 늘 내 설거지에 대해서 불만이 많으니까.


그러나 어쨌든 뻔뻔하게 설거지 '중'이라고 체크를 하고는 설거지를 해보겠다고 했다. 어차피 식기세척기 사용법 모른다고 하면, 안 뽑아줄 텐데... 하고는.


그러나, 식당용 식기세척기 사용법이라는 건 정말 간단한 것이기에, 알려주면 그만인 것이었다.


대충 테트리스하듯이 빈 공간 없이 설거지 거리를 차곡차곡 쌓아놓고, 손잡이 레버를 당겨내리기만 하면 되었다.


그래서인지, 첫 가게에서는 그런 나를 하루 알바로 채용하였다.


다시 생각해도 이상한 일이었다. 다른 지원자가 없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그래도 그 가게 직원부터 점장님까지 죄다 성격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덕분에 식당에서 설거지를 어떻게 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마트 일을 하면서도 돈이 필요할 때 종종 일을 하러 가곤 했다. 마트에서는 일주일치 일할 금액을 그다음 주 수요일에 주었으므로, 아주 초창기인 최근에는 돈이 필요할 때가 있었다.


그 어플을 통해서 모든 가게 분위기는 당연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상당히 일손이 느린 것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하루 일 시킬 때에는 크게 질책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오늘은 감기 때문에 혹시 모르니 비워둔 날이었는데, 마냥 놀기는 싫어서 설거지 알바를 하러 갔다.


그리고 사장과 30분 정도 손발을 맞춰보고는, 바로 알게 되었다. 사장과 나, 둘 다 서로를 못마땅해하는 것을.


사장 입장에서는, 내가 일손도 느리고 말귀도 잘 못 알아듣는 것 같다고 여긴 듯하다.


내 입장에서도 못마땅할 대목은 많았다.


아니, 홀정리랑 주방에서 재료 소분하는 일도 시킬 거면 적어놨어야지,


공고에는 설거지만 8시간하는 것처럼 적어놓고서는 이것도 시키고 저것도 시키면 어쩌자는 거냐?


그 가게는 테이블이 몇 안 되는 곳으로 사장과 나 둘이 일하는 곳이었다.


사장은, 내가 일한 가게 중에서 가장 예의 없는 말투로 일을 시키는 사람이었다.


처음 만나고서 어디서 왔느냐 물어보다가, 몇 살이냐고 물었다.


그리고서는 자기 나이 이야기는 안 했다. 그리고 대화는 거기서 끝났다.


상급자가 이렇게 나오는 경우는 대개 나보다 나이가 적은 경우다.


사장은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내에 여러 개의 점포를 가진 집안의 막내인 듯했다.


그래서인지 젊더라도 혼자서 가게를 지키는 듯했다.


대체로 하루 일할 때는 개인적인 것을 물어오는 경우가 잘 없었지만, 사장은 아무래도 나에게 말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 말을 물어본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그렇게 물어보고 그다음 대화는 이어가지 않았으며,


10분도 지나지 않아, 나에게 업무 지시를 할 때, 약간은 짜증조로 짧은 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약간 어린애들에게 훈계하는 말투로. (아니, 거기다가 두면 안 되지.)


사실 나는 내가 나이가 많다고 나만 말을 놓는 경우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상대가 형님, 형님, 하면서 말을 편하게 하는 뉘앙스를 해도, OO 씨, 아니면 김형~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런 성향 탓인지 상대가 나에게 말을 쉽게 놓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잘 모르는 사이고, 잘 모르게 끝날 관계는 상호존대가 맞다고 생각하는 편이고, 편한 말을 하려면 같이 편하게 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게 지론이다.


물론 일하는 데에는 그게 어려울 수도 있고, 뭐, 격식 차려서 일할 것도 아니니 상대가 그럴 수 있다. 그렇지만, 말투가 심하게 거슬리는구먼.


대략 한 시간만 일해도 서로 잘 안 맞는 타입이구나를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하루만 일할 수 있었다.


딱 하루만 일을 했기에, 내가 생각하기에는 조금은 무례하게 느껴지는 행동도 참을 수 있었다.


또한 딱 하루만 일하기로 했기에 내가 딱히 잘 보일 이유도 없었다.


그렇게 딱 하루만 일한 하루가 끝났다.


집 근처에 와서 집에 들어가기 전에 저녁을 먹었고,


그 한 끼가 끝나기 전에 돈은 입금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쉽게 서로를 못마땅해했으며, 대충 기분도 서로 약간씩은 상했으며, 서로 알지도 못하고, 서로 알고 싶지도 않지만, 둘 사이에 고용관계를 하루 지낼 수 있었다.


그렇게 쉽사리 끝난 고용 관계 덕에 내 통장에 돈이 들어왔고, 더 편한 마음으로 잠에 들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수요에 따라서 플랫폼을 만들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그런 사회 시스템에 따라 하루 일할 수 있었고, 하루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런 시스템이 못내 못마땅한 부분이 많을 때도 있지만,


오늘만큼은 참 고마웠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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