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용 자전거가 고마웠던 날

by 심준경

"그렇게 계획 없이 살다가 큰 일 나면, 못 도와줘."


"지금은 젊으니까 일하러 불러주는 거지, 나중에 가면 안 불러줘."


형이 내 속을 박박 긁어놓고 세종시에 부모님을 만나러 갔다. 전업 작가에 도전해 보겠다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한 것은 7월. 7월부터 가족과의 관계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형은 거의 잔소리를 위해 사는 사람처럼 나에게 군다. 부모님이 나를 보면 심기가 그리 좋지 못하기에 나를 놔두고 세종시에 연휴 동안 다녀오기로 했다.


혼자가 되어서 형이 한 말을 곱씹고 곱씹으니 잠이 오지 않았다. 지난번에 비몽사몽 하면서 근무를 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면 잠이 오겠지 싶었다. 그러나 잠시 4시간 정도 자고 난 후에는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내 미래는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전업 작가를 하겠다고 할 때는 분명히 믿는 구석도 있었고, 적지만 독자들도 있었으며, 주변에 응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응원하던 사람은 연락을 회피하고, 독자도 사라진 채, 자신의 독자를 늘리기 위해 라이킷을 누르러 온 사람만 있다. 그리고 더 이상은 믿는 구석이 없다. 내 인생은 망한 것 같아서 잠에 들지 못하고 전전반측했다. 그러다가 해 뜰 녘에 잠이 들었다.


그러다가 늦게 자게 되었다. 전화 소리에 깼다. 이케아였다. 젠장... 알람을 했는데, 또 너무 깊이 잠들어서 못 들었구나. 이케아 쪽에서는 지금 출발하면 두 시간 정도 걸릴 수 있단 이야기를 듣자 그건 너무 늦다고 했다. 그렇게 '급구' 어플에 결근 처리가 되었다.


결근 처리가 되자 남은 이틀 치도 자동으로 근무 취소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3일을 펑크 낸 셈이다. 젠장... 3일 펑크 낸 사람을 다시 받아주지 않겠지?... 급구 어플은 3만 원을 내면 첫 번째 결근의 경우 복구가 가능하지만, 이미 매너 점수도 엄청 낮고, 근무 취소 2번도 적혀있다. 그러니 다른 알바를 구하기도 힘들겠지... 안 되는 일에 3만 원을 넣어서 도전할 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절망스러웠다. 불안하면 잠이 안 오고, 절망하면 하루 종일 자는 성격인지라, 불안해서 못 잔 잠을 몰아서 잔듯하다. 그렇게 30시간 가까이를 침대에서 보냈다. 젠장... 이렇게는 안 되겠어, 하고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시에서 운용하는 공용 자전거는 저렴하고 참 편리하다. 어디서든지 빌릴 수 있고, 어디서든지 반납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자전거를 끌고 다니지 않아도 자전거를 강변에 가서 탈 수 있다. 그래서 절망스러운 기분을 한층 낫게 해 줄 수 있었다.


이제는 다시 절망 속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물류 알바는 언제나 그렇듯 너무 힘들다. 그래도 이케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건 뭐, 내 탓이지....


한 나절 절망을 잇게 해 준 공용 자전거가 고맙다. 그리고 공용 자전거 따릉이를 운영하느라 힘써주는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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