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나아지지가 않는 일들이 있었다. 등산을 가도, 절간의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절을 해봐도, 자전거를 타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속이 뒤집히는 거는 도저히 나아지지 않았다.
친구에게 밥이나 먹자고 했다.
친구는 흔쾌히 나와 같이 밥을 먹었다. 부대찌개를 먹고 산책을 했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러다가 친구는 갑자기 이재명 후보의 대법원 선고가 이례적으로 빨랐던 일을 꺼냈다.
아... 또 뭐.. 논쟁을 펼치게 되는 건가...
그러더니 친구가 하는 말은, 법원이 그렇게 빨리 선고를 내릴 수 있는 걸 알았으니까, 나도 빨리 회생법원에서 선고가 났으면 좋겠다.
친구는 최근에 사기를 당하고 회생 신청을 했다. 서울회생법원에서 회생 선고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며칠 전 시사 관련 이슈에 대해 살피다가 재미있게 봤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괜찮아. 넌 대법관 서경환과 이름이 비슷한 서경한의 친구이니까."
대법관 서경환 판사는 몇 년 전까지 서울회생법원장으로 근무하다가 대법관이 되었다. 나무위키를 켜고 '서경환(법조인)' 문서를 찾아서 보여줬다.
"전관예우 해주는가?"
"너 이름 쓸 때 OOO(서경한의 친구)라고 써서 내."
그러면 서경환 대법관의 친구인가 하고 집중해서 볼 거라고. 아아, 우리 법원장 하셨던 분 친구인가? 보는데 어랏... 30대네... 하고 황당해할 거라고.
기분이 안 좋은 날 친구와 꿀꿀한 이야기를 하다가 시덥지도 않은 대화를 하는데도 빵 터졌다.
어떻게 이렇게 어두운 것들을 엮어놔도 친구와 함께면 유쾌할 수 있을까?
친구가 못내 고마웠다.
친구를 보내고 이전에 기분이 안 좋았던 일들에 대해 생각했다.
에휴... 내가 잘못했지...
에휴... 내가 뭐.. 잘한 게 있나...
에휴... 내가 내 까짓 게 뭐 상대에게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으면서 무슨 상대를 그렇게까지 기분 안 좋게 해도 된다고 생각했을까.
버러지 같은 나라는 인간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고마웠다.
내가 내 감정의 늪에 빠질 때 다시 페이스를 되찾을 수 있게 해주는 친구가 있어서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