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재정비하기

by 심준경

앞서 말했듯, 주인공의 캐릭터를 조금 바꾸었다. 여전히 로맨티시스트라고는 할 수 있겠다. 다만, 완벽한 로맨티시스트는 아니다.


진짜 로맨티시스트는 상대의 마음을 읽고 거기에 맞춰줄 줄 아는 사람이다. 로맨스의 핵심은 결국, 즉각적인 감정의 알아차림과 그에 걸맞은 대화 아닐까?


하지만 W는 통제욕이 강한 인물이다. 자기 보호에 집중한 나머지,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애써 인지하지 않으려 든다. 그러니 상대가 내 정성을 알아차리고도 피로감만 느끼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모른다. 정말이지, 바보 같다.

역시 캐릭터는 작가를 못 따라온다. 지구 최강의 로맨티시스트, 너의 작가를 좀 본받으란 말이다!


그런데 어찌 되었건, W는 쓰다 보면서 인물이 당초 예상한 것과 달라진 측면이 있다. 원고지 200매가량을 썼으니 이제는 초반부를 썼다고 할 수 있지. 그러면 초반부를 정리하는 의미에서 W의 프로파일을 정리할 때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새 프로파일을 만들어보았다.


W 인물 프로파일


1. 기본 정보

• 이름: W

• 성별·나이: 남성, 28세

• 학력: 고교 자퇴 → 검정고시(18세) → 서울 S대 사회과학부 수석 입학 → 인류학 석사과정 3년 차 재학 중

• 가정환경: 중상층 교수 집안. 아버지는 국문학 교수로 엄격하고 모욕적인 훈육(글씨체 교정·자세·성적 압박)을 했고, 어머니는 심리학 전공자지만 감정에 무관심하고 회피적이었다.

• 거주·경제: 연구실 근처 고시원형 원룸(20㎡). 생활비는 장학금과 간혹 하는 편집 아르바이트로 충당.

• 연구실 관계: 동료들과는 표면적으로 협력적이나 연구 결과를 두고 암묵적 경쟁을 하며, 지도교수에게는 완벽하 게 인정받고자 강박적으로 연구를 수행한다. 동료와 갈등이 생기면 겉으론 냉정히 대처하나, 내적으론 강한 불 안과 분노를 느낀다.


2. 외형과 습관

• 외모·스타일: 178cm, 62kg. 깔끔하고 단정한 스타일을 유지하며 표정 변화가 거의 없다. 교수 아들이라는 이미 지를 의식해 셔츠·니트·옥스퍼드 슈즈로 통일하며, 소지품은 모두 흰색 계열을 선호.

• 신체 콤플렉스: 왼손잡이를 강제 교정당해 글씨체가 불안정하다. 발표나 메모 작성 시 항상 디지털 기기 사용.

• 식습관: 하루 한 끼만 섭취(닭가슴살·견과류·탄산수), 식사 자체를 귀찮게 여김.

• 운동: 새벽 6시 기상 후 짧고 강한 운동(버피·플랭크·푸시업)을 실시하며 '근육은 갑옷'이라고 자기 암시를 건다.

• 취미와 스트레스 해소:

• 음악: Linkin Park의 초기 앨범 반복 재생, 음악을 크게 틀어 감각을 차단.

• 파일 정리: 시나리오·논문·메모를 세밀하게 정리하고 버전 관리하여 통제감을 얻음.

• 랜덤채팅: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18살 자퇴생'으로 위장하여 남성들을 조롱하고 통제함으로써 스트레스 해 소. 랜덤채팅 시 기본적으로는 ‘18살 자퇴생’ 페르소나를 유지하지만, 상대 유형에 따라 ‘여대생’이나 ‘23살 누 나’ 등의 변형 페르소나도 유동적으로 설정하여 통제 방식을 달리한다.

• 디지털 사용: 학술 자료 탐독과 랜덤채팅 사이트를 주로 사용하며, SNS는 거의 하지 않는다. 휴대폰 알림에 즉 시 반응하는 강박적 성향을 보임.


3. 심리 구조와 방어기제

• 권위 자극: 연구 지도교수(박 교수)처럼 ‘점잖게 무심한 권위’가 등장하면, ① 순간적 수치·분노 → ② 감각 차단 (음악) → ③ 사적 공간에서 통제 놀이(랜챗) 순으로 반응 패턴이 재현된다.

• 핵심 트라우마: 아버지의 엄격한 훈육(글씨체 교정과 자세 지적 등)으로 인한 신체와 감정에 대한 수치심.

• 지배 정서: 수치심, 분노, 자기혐오가 강력하며, 감정이 고조될 때는 음악으로 이를 강제로 차단한다.

• 보상 기제: 완벽한 학력과 정돈된 말투, 계획된 이벤트(꽃다발·선물 등)로 자신을 정상적이고 효율적인 인간으로 포장함. 특히 데이트를 사진과 기록물로 남겨 통제감을 확보.

• 방어기제: 합리화(감정은 비효율적), 투사(상대의 감정은 관리 대상), 감정 표현 회피.

• 내적 갈등: 감정을 격렬히 원하면서도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을 경멸하고, 모든 관계를 손익 계산(-100에서 +100 사이)하듯 평가함.


4. 관계 패턴

• 표면적 관계: 형식적 예의와 정보 중심의 상호작용을 선호하며 감정 교류를 피한다.

• 비언어적 돌봄 체득·능동적 감정 표현: 병원 식당에서 H의 물컵을 채워주며 ‘말보다 먼저 마음을 건넬 수 있다’는 경험을 처음 체득. 이후 모든 감정 표현을 ‘행동·준비물’로 치환하려는 패턴이 강화된다.

• 과거 인간관계: 대학 학부 시절 짧은 연애 경험이 있었으나, 상대방의 감정적 요구에 스트레스를 받고 냉정히 관 계를 끊어버린 적이 있다. 이 경험 이후, 감정적으로 얽히는 것을 더욱 기피하게 되었다.

• H과의 관계:

• 감정 덤핑 루틴: H은 밤 10시 이후 "정서 피난처"로 전화를 받는 사람이 되었다. W은 불안/분노 → 전화 → H의 위로(눈물 포함) → 분석·관리 어조로 마무리, 를 습관화한다.

• 초기: H의 깊은 감정 표현에 끌렸으나 이를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느껴 이벤트와 물질적 준비로 대체.

• 중기: H의 지속적 감정 요구가 부담스러워지며, 통제 가능한 이벤트로만 대응.

• 후기: H이 건넨 감정 필사 노트를 받고도 무감동을 느껴 스스로의 감정 결핍을 자각함.

• H과의 관계: 랜챗에서 만난 19세 자퇴생. 순진하고 반응이 느린 편이라, W은 실험군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무료 과외’와 ‘입시 컨설팅’을 명목으로 관계를 유지하며, 부모 동의 없는 연구 참여 가능성을 탐색한다.

• 허구 캐릭터 'H-':

•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고 수용하는 이상화된 존재로, W이 현실에서 얻지 못한 무조건적 감정 수용을 표현한 아바타.

• 연구 주제: 현대 한국 청소년의 학교 이탈 현상과 그 이면의 권력·통제 메커니즘 연구. 연구의 목적은 공식적으로는 '사회 문제 분석'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과거 경험을 정당화하고 통제 욕구를 채우기 위한 개인적 동기가 강하게 작용한다.


5. 창작과 감정 투사

• 시나리오 속 주인공 '우연'을 통해 글씨체와 신체에 대한 자기혐오를 극대화하여 표현한다.

• 실제 대학 초반 번아웃과 우울증 치료로 인한 병원 입원 경험을 과장된 '몸의 결함'으로 각색하여 허구적 자전 서사를 창작함.

• 신파적 이야기를 혐오하면서도, 완성 후에는 반복적으로 감상하는 모순된 감정 상태를 보임.

• 우연이 겪는 ‘달리기 조롱’과 ‘교실 공개 망신’ 장면은, 실제 학교 따돌림 경험을 극대화·연장한 허구화이다.


6. 서사적 역할

• 정서 억압적 현대 청년의 상징: 감정을 관리 가능한 태스크나 이벤트로 변형시켜 현대적 감정 회피 패턴을 대표.

• 감정적 아이러니: 감정을 부정하는 행위 자체가 가장 감정적임을 역설적으로 드러냄.

• 두 가지 거울: 현실에서 H은 진정한 감정 교류를 요구하고, 허구 속 'H-'는 무조건적 수용을 제공함으로 써 W의 감정적 갈등과 자기모순을 극대화.

• 모순적 존재: 신파적 감정 표현을 냉소하면서도 그것 없이는 자기감정 표현이 불가능한 인물.

• 윤리적 경계의 탐색자: 랜덤채팅과 무료 과외 등으로 타인을 통제·조종하며 윤리적 경계를 넘나드는 행동을 반 복하여 자신의 통제 욕구를 충족.


H와 P도 모두 프로파일을 새로 작성하였다. 이제 H의 그려보라 하니 제법 미인으로 나온다.

젠장... W 같은 놈도 H 같은 미인을 사귄다니. 나에 비해 로맨티시스트력은 반의 반도 안 되면서!

ChatGPT Image 2025년 7월 12일 오전 12_46_46.png

에라잇. 오늘도 소개팅 앱을 켠다.
“한 명만, 제발 한 명만 걸려봐!! W보다 10배는 더한 로맨스를 맛 보여주마!”
...라고 외쳤으나, 결제창에서 또다시 막혔다.


(덧. 더위 먹었어요… 여러분. 오늘은 좀… 정신이 이상할 수도 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름 귀여워진 주인공, 한심해진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