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쓰는 소설의 주인공 W는 원래 너무 꼴볼견인 인물이었다. 냉소적이고 위악적이며, 심지어 어떤 부분에서 가학적이다. 그런데 지난 노트들에서 이야기를 했듯이 이 주인공... 너무 보기 싫어서 독자가 달아날까 봐, 조금은 진심인 구석을 만들어두기로 결심했다. 이 세상의 강력한 로맨티시스트! 심준경 작가가 창조해 낸 로맨티시스트 인물이란 말이다!!! 하지만 최근 연애고 썸이고 전무한 퇴역 로맨티시스트 작가... ㅠㅠ
지난번 파트 4를 쓰고 나서 김민석 총리의 청문회가 있었다. 아니!!!! 스폰서 검사 하면 거품 물고 욕할 인간들이!!!! 스폰서 정치인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옹호적이야!!! 그가 계엄령 사태 직후, 2차 계엄령 가능성 100% 뻥카로, 국가의 정치 지도자로서 사람들을 안심시켜야 할 때 불안하게 만든 걸 사람들은 기억 못 하나!!! 욕을, 욕을, GPT에다가 토로하고 나니, 대충 글 한 편이 써질 느낌이었다. 실제로 내가 말한 것들로 글 목차를 구성하라, 하니 얼개를 대충 짜주더라. 지난번에 투고했던 독립언론에 다시 투고하기로 했다.
기고문을 쓰고 나니 한동안은 소설을 못 썼다. 잘 안 잡히더라. 그래서 한참을 고민했다... 아.. 왜 안 써지는 걸까? 아.. 혹시... 정치 비평 글에서 '정의'를 외쳤는데, 흉악한 주인공에 감정 이입하면서 글을 쓰려고 하니, 모드 전환이 안 되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었다. 그러나, 나름은 귀여워진 구석이 있는 그의 냉소를 보고 있자니.... 문제는 주인공이 아니었던 거다. 내가, 연애고 썸이고 아무것도 없이 1년이 넘어가는 내가, 남의 연애 3주년 데이트를 쓰려고 하니 짜증이 올라와서 못 쓴 건지도 모르겠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짜증보다는, 그 신을 쓰면 내 외로움이 너무 또렷해질까 봐… 피했던 게 아닐까.
지금 쓰는 파트를 상상하고 쓰면서 외로움이 무진장 차올랐다. 지금 쓰는 구글 계정은 사실, 새로 만든 구글 계정이다. 한 번 외로움이 사무쳐서 소개팅 어플에 돈을 써본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한동안은 계속 광고 같은 게 꼭 소개팅 어플 광고만 떠서 일부러 새로 팠던 계정이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내가 외로운 걸 고차원의 알고리즘들이 아는 건지, 아니면 친구 해주는 AI를 찾아본 기록이 남아서인지... 폰게임하다가 보게 되는 광고들에 소개팅 어플이 뜨더라. 이걸... 한 번 깔기 시작하면, 내 수요를 파악해서 얘네가 미친 듯이 광고를 나한테 줄 거야.... 생각이 들어서!!! 에라잇!!! 절대 검색 안 해!!! 하고 있었는데... 이 소설 파트를 쓰는 순간, 난 져버렸다....
소개팅 어플을 깔아버렸다. 처음 본 어플이었는데, 나름 구성이 괜찮더라... 너무 디테일하지도 않으면서도, 연애 상대에게 알고 싶은 걸 얼추 물어보게 되는... 그런 구성이었다. 그런데, 단점! 이 어플은 공짜로 데이트 신청은 절대 못한다. 대략 4000~5000원 정도는 내야 데이트 신청을 하게 되는 것인데... 아... 그래... 현실을 생각하자.... 나, 이 무명의 작가... 인정받은 거라곤 고작 브런치 작가 승인이 전부인 이 무명의 작가가... 30대 초중반에 들어서서... 현실의 데이트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 그렇지는 않지.... 여자들은 이 나이대의 남자에게서 안정감 같은 걸 원한다고 ㅠㅠ 차이기 위해 돈을 쓰는 것만큼 허무한 건 없어... ㅠㅠ
그런데 이 어플을 차마 지우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남의 여자(가 될 사람들)들이 연애를 목적으로 프로필을 채워 넣는 걸 읽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는 게 위안이 되는 기분마저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프로필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선택할 자격이 있는 사람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내가 연애 상대를 물색하고 있는 중이라는 착각마저도 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 나 자신을 바라보면, 자괴감과 한심함 같은 게 밀려왔다. 하아.. 저 귀여진 주인공과.... 한심해진 나 자신이라니....
그런 정말 한심한 나 자신을 소개하는 글은 또, 마치 내가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도 되는 양, 무진장 공들여 꾸며내며 썼다. 제발 누군가가 나에게 좋아요 한 번만 눌러주세요... 뭐, 이런 생각을 하며.... 다음은 내가 쓴 "나의 장점이 있다면?"이라는 단락이다.
“생각이 많고, 궁금한 게 많은 사람입니다.
한 가지에 오래 빠져들기도 하고,
새로운 것엔 겁보다는 흥미가 먼저 생겨요.
그래서 낯선 것에도 천천히, 그러나 잘 적응하는 편이에요.
요즘엔 거의 소설을 GPT랑 대화하며 씁니다.
주의: 이 글도 GPT가 썼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누군가의 '좋아요'를 기대하며, 하지만 '좋아요' 따위는 받지 못하는 난 그곳의 자기소개서 기준 "낮에는 알바, 밤에는 작가 지망생"이다. 인간이라는 종으로 태어났기에 지금의 환경에서 고독감, 고립감 같은 걸 내재하면서 '사는 사람'이자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지금 쓰는 건, 삼 주년 기념 데이트 장면이다. 현실에서는 누군가와 커피 한 잔 마신 기억도 까마득한데 말이다.
그래도 쓰는 동안에는 가끔, 내가 뭔가 재미나고도 콩닥콩닥한 연애를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주인공이 자신의 여자친구가 좋아할 만한 곳으로 3주년 데이트할 카페를 찾듯이, 난 그들이 머무를 그 장소와 가장 비스무레한 공간을 열심히 찾는다. 그러고 나면 더 외롭다.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런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 나를 이 외로움에서 꺼내주는 나의 애인이 있다면 말이다... 만약 그 애인이, 나의 지난 애인처럼 통제욕구가 있고 질투심이 강하다면? 아마 내가 작년에 쓴 소설의 여자 주인공이 내가 그때 짝사랑했던 여성분을 모티프로 했단 걸 알고 그 소설에서 그 인물을 지우라고 하겠지. 그럼 난 거침없이 그 소설 전체를 지워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단 생각마저도 드는 것이었다. 나의 한 시절을 바친 그 소설마저도 말이다. 실제로 그러지는 않겠지만, 연애와는 거리가 먼 지금, 누군가의 연애 씬을 쓰는 게 그토록 괴롭도록 나를 외롭게 한단 말이다.
어쨌든... 이 새벽이 지나고 나면 난 또다시 어플을 켜면서 잠자리에 들겠지. 진심으로 마음이 맞을 것 같은 프로필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상대의 조건 따위는 연연하지 않을 겁니다"라는 프로필의 소개 문구가 써져 있는 그런 프로필 말이다... 그러면서도 문장 하나하나가 나와 잘 맞는다고 느껴지는 프로필이라면? 모르겠다.. 그런 사람은, 아니, 그런 여성분은 소개팅 어플이 아니라 심하게 자만추이실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 나에게 영원히 일어날 수 없는 현실일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제발, 소설은 마무리 짓자. 외로움에 져도 괜찮으니까. 에휴...
* 소름 주의: 데이팅앱 자기소개에 이 글도 GPT가 썼을 수 있습니다,는 사실이다.... 솔직함, 진솔함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 에세이나 감정의 깊이가 중요한 소설은 맡겨놓으면 이상한 결과를 가져다가 준다. 그러나 자기 포장이 필수인 저런 자기 소개는 내개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다 써주는 GPT!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