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갑자기 고조되는 순간들이 있다. 때로는 그러리라 예상했던 때에, 때로는 예상하지 못할 때에 소화하기 어려운 감정들이 찾아오곤 한다. 어떤 감정들은 그 즉시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알아차릴 수 있을 때도 있고, 어떤 감정들은 십년이 지나도록 이름조차 붙이지 못하고 남는다.
난 고등학교를 자퇴하던 순간을 교무실에서 엄마의 눈물을 보았던 장면으로 기억한다. 아침마다 책상에 엎드려 있다가 조퇴하길 반복하며 거의 한 학기를 보내다가 내린 결정이었다. 솔직히 나는 ‘안 나가도 된다’는 해방감이 제일 먼저였다. 그런데 교무실에서 엄마가 1학년 때 담임을 마주하자,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는 거였다. 그때의 느꼈던 감정들은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지만, 정확히 그것이 어떤 감정이냐고 묻는다면 모르겠다. 훗날 내가 자녀를 갖고, 그 자녀가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하는 날이 온다면, 그때 엄마의 눈물을 기억하고 그날의 감정이 무엇인지, 그제야 비로소 명명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런 강렬하게 다가오는 감정의 순간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사실은 어떤 맥락의 끝자락에 도달해 있는 경우가 많다. 아무도 없는 새벽길에서 엉엉 울던 일, 지하철 안에서 조마조마했던 일, 분을 삭이며 하천을 따라 걸었던 날, 설레는 마음으로 약속 장소에 향했던 기억들. 그날 나는 왜 그런 감정에 이르렀을까? 왜 그런 감정을 피할 수 없었을까? 그런 상황들은 어떤 삶의 흐름 속에 있었던 걸까? 그런 질문들을 반복하다 보면, 나는 때때로 인생에 대한 깨달음에 도달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그런 순간들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하곤 한다. 이 감정들은 왜 생겨났을까? 생겨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면, 나는 그 자리에서 어떤 지혜를 터득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을 나누고자, 이 매거진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