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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의 민주진보 진영, 청년 혐오의 민주진보 진영

2024년 3월 11일에 얼룩소에 올렸던 글

by 심준경

평론가 진중권 씨는 이제 진보와 보수는 낡은 서사이며 새로운 서사가 들어설 차례라고 말했다. 진중권 씨의 평론에 많은 부분 동의를 하는 입장이지만, 그러한 인식에 대하여서는 반대한다. 보수와 진보의 구도는 유지될 것이며, 그것은 현대 민주정치의 근간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지금의 체제를 유지하며 발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정치 행위를 하는 집단이 있고, 사회의 부조리에 대하여 민주공화국이 세워진 가치를 중심에 두고 정치 행위를 하는 집단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후자로써, 엄연한 진보주의자 청년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한다. 그리고 현대 민주주의 정치는 정당 정치를 통하여 구현되는 바, 진영 간의 대립 구도는 계속 되리라 생각하는 편이다. 다만 사라져야 하는 것은 보수는 자유, 진보는 평등을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지향의 집단과 사회민주주의 혹은 PC주의 위주 집단의 오랜 대립 구도 속에서 형성된 갈라치기의 워딩이리라 생각한다.



진보주의자 청년으로써 지금의 민주진보 진영에는 투표권 행사 자체를 거부하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표를 안 줄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청년들에게 진보라는 임무를 빼앗아서 왕관처럼 쓰고 다니며 위세나 떨고 있는 586 위주의 귀족 집단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저출산의 큰 원인 중 하나는 여성들의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이다. 왜냐하면 출산 이후, 여성은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문화 속에서 여성이 육아를 책임지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어떻게든 생존을 위해 버텨온 생존주의 세대라는 호명까지도 받는 MZ세대 여성으로써는 자신의 경력을 내려놓아야 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현 시대에 필요한 페미니즘은 권리 신장 운동으로써의 페미니즘이 아니라, 새로운 청년 여성들이 주축이 된 문화 운동으로써의 페미니즘이다. 그리고 정치권에서 그러한 임무를 맡아서 해내야 할 사람은 전직 정의당 국회의원 류호정 씨와 현 정의당 국회의원인 장혜영 씨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칭 민주진보 진영은 이들을 어떻게 취급하였나? 분란만 만들고, 정의당의 지지율을 망가뜨린 원흉 따위로 인식한다.



개혁신당 대표 이준석 씨의 장난질은 더 심각하다. 정의당이 지지받았던 시절을 정의당 원내대표였던 노회찬 씨가 살아있던 시절, 그리고 류호정 씨와 장혜영 씨가 활동하는 시기로 나누어버린다. 그리고 그 둘에 의하여 페미니즘에 경도된 목소리를 내니 젊은 층의 지지가 사라져버렸다는 망언을 일삼는다. 그러면서 국민의 힘 탈당 기자회견에서는 같이 할 수 있는 것은 "노회찬의 정의당"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말하면 자신이 어필하는 2030 남성들 중 일부 과격한 악성팬덤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노회찬 씨의 행동들을 잘 살펴보자. 이준석 씨의 2030남성 악성 팬덤들이 가장 싫어하는 책은 '82년생 김지영' 아니던가? '82년생 김지영'이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된 계기를 한 번 살펴봐라. 당시 대통령 문재인 씨가 원내정당들의 원내대표와 회동하던 자리에서 노회찬 씨가 '82년생 김지영'을 문재인 씨에게 선물하면서부터였다. 이런 노회찬이 원내대표를 하던 정의당과 류호정 씨와 장혜영 씨가 활동하는 정의당을 굳이 아주 단절적으로 보아야 하는가? 그의 가장 유명한 연설로 꼽히는 6411 연설도 결국 강남에서 파출부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노회찬 씨의 정의당과 류호정 씨와 장혜영 씨가 언론에 의해서 주목받던 정의당을 아주 단절적으로 구분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냥 보수 진영의 젊은 리더로써 현재의 민주진보 진영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본 이상한 소리로 치부하면 될 마타도어를 민주진보진영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거기에 대해 너무 상심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그들은 여성혐오의 정서, 청년혐오의 정서에 기반한 586 중심의 귀족집단이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본 그들은 언제나 뻔뻔했다. 자신들이 젊은 시절에 가졌던 문제의식들과 같은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 젊은이들을 무시했다. 민주화가 진보의 과제였던 당시, 그들이 민주화에 관심을 갖고 투쟁을 지속해주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민주화는 진보의 전부일 수가 없으며 우리는 우리 시대를 살아가면서 느끼는 다양한 문제의식이 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의식을 포섭해줄 생각은 안 하면서 표를 안 준다고 젊은이들을 바보천치 취급이나 일삼았다. 그러다가 탄핵 국면 때 2030들이 주축이 되어 촛불을 들자 젊은이들을 엄청나게 찬양해주었다. 그러다가 조국 씨 일가의 일련의 파렴치한 범죄 행각들이 드러나고, 이들을 옹호하는 여당인 민주당, 그리고 제대로 비판하지 않은 정의당을 보자 많은 청년들이 지지를 철회하였다. 그러자 우리 세대를 들어 청년이 더이상 진보적이지 않다고 탄식이나 했다. 당신네들이 하는 말 하나하나가 영원한 진보의 진리라고 착각하는 그 오만함에 치를 떨 수밖에 없다. 청년혐오의 정당 민주당은 자신들의 대표 이재명 씨에 대한 소신 발언을 하는 민주당 청년들을 모두 조리돌림하였다. 전국대학생위원장이었던 양소영 씨 사례가 대표적이었다. 그리고 50대에 들어선 한동훈 씨에게 "어린 놈"이라고 말한 송영길 씨에 대해 후련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이 정도라면 진보라는 임무를 청년들에게서 빼앗어서 왕관처럼 쓰고 다니면서 위세 부리는 집단이라고 가히 말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닐까?



그러한 민주진보진영이 또 얼마나 여성혐오적이기까지 한지 보자. 정의당 일부 사람들은 결국 류호정 씨와 장혜영 씨가 당의 지지율을 깎아먹은 원흉이라고까지 생각한다. 자신들이 주장한 노동 정책이 얼마나 젊은이들이나 노동자들의 심금을 울리지 못했으면, 노동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이 나라에서 언론들이 정의당에 주목할만한 것이 류호정 씨와 장혜영 씨의 페미니즘적인 발언이라고만 여겼을까? 그것은 스스로를 반성할 문제이지, 류호정 씨와 장혜영 씨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간과 정의당이 철저히 외면 당하기 시작한 기간이 비슷하다고 해서 그 둘을 질타할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더불어 말하자면 류호정 씨와 장혜영 씨는 페미니즘의 이슈에만 몰두한 적도 없다. 언론이 그쪽 방면으로만 주목하였을 뿐이다.



민주당의 여성혐오 정서는 말할 것도 없으나, 최근의 사례를 보자. 한 여성 정치인이 예능 형식의 토크쇼에 나가자 사람들은 이상형 월드컵을 시킨다. 이재명과 차은우 중에 이재명을 이상형으로 꼽고, 김남길과 김남국 중에 김남국을 뽑는다. 오늘 찾아보니 동아일보의 유튜브다. 어떤 남성 정치인도 그것이 예능의 형식을 띄었다는 이유로 이상형 월드컵을 시킨 적은 없다고 본다.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보수정당 남자 정치인이 한소희와 박근혜 중 이상형을 뽑으라는 질문에 대하여 박근혜를 뽑으면 보수지지층의 호감을 살 수 있으리란 생각을 할까? 전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얻으리라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자칭 진보지지층은 이것을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고 재치있게 민주진보진영 유권자의 호감을 사려한 시도로 해석하는 것 같다.



CBS 한판승부에서 이를 두고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 한동훈 씨의 "아주 높은 확률로 그것은 아부"라고 말한 발언이 화제가 되었다. 민주당의 모인사는 "예능을 다큐로 받는다"고 비판하였다. 페미니즘이 이제는 권리 신장 운동의 차원이 아니라 문화 운동이 되어야 하는 사회에서 본인이 진보주의자라면 저 영상을 예능으로 보면 안 된다. 저것은 엄격한 여성혐오의 문화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한 젊은 여성 정치인의 몸부림이 예능이라는 형식 속에서 발현된 것이다. 저것을 그냥 예능으로 보고 다큐로 보지 않는다면 본인이 21세기에 맞는 진보진영 인사인지 다시 질문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민주당의 남성 예비후보가 했던 발언은 더 가관이다. 한동훈 씨의 말을 두고 "외모지상주의"라고 말한다. 그 인사를 좀 좋게 평가하려고 생각하던 입장에서는, 그것이 그의 진심이 아니라 경선의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 정도로 생각해주고 싶다. 왜냐하면 여성이 이상형을 결정할 때 외모 또한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이상형은 같이 정치 활동을 하고 싶은 사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같이 연애하고 싶은 상대를 일컫는 말이다. 나는 연애 상대로 생각하자면 예쁜 여자도 더 선호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사적으로 말이 통하는 상대를 훨씬 좋아한다. 그래서 만나다 보면 사적으로 말이 통하는 사람과 계속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샌가 사람들이 모두 예쁘다고 인정하는 연예인보다 나의 애인이 더 예뻐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적으로 친밀성을 형성한 이후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여성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안귀령 씨가 이재명 씨와 사적으로 친밀성을 형성했다는 찌라시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안귀령 씨가 이재명 씨를 이상형으로 꼽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며, 그것을 비판한 것을 두고 "외모지상주의"라고 비판하는 행태는 졸렬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이다.



여성혐오와 청년혐오의 민주진보진영이 헛소리나 하면서 나라를 망치고, 진보라는 이름에 먹칠하는 꼴을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다. 이번 투표부터 그들의 여성혐오와 청년혐오를 고치지 않는 한 확실하게 민주진보진영에 표를 주지 않을 생각이다.



유튜브를 보거나, 독서토론을 하면서 X세대 중에 똑똑한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곤 한다. 그러나 지지율 표로만 세상을 이해하는 바보들은 X세대가 586의 정신적 식민지라는 헛소리를 해서 당황스럽게 만들곤 한다. 정말로 식민지였었다면 아마 독립운동은 유예된 미국이 아닐까 싶다. 본국인 영국보다 훨씬 풍요로우나 식민지인 미국 정도이려나. X세대들은 그저 보수정당을 차마 지지해주긴 어려워서 민주당에게 표를 줄뿐, 정신적 종속 따위는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MZ는 식민지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투표권 행사를 거부하는 한이 있더라도, 진보라는 임무를 청년들에게서 빼앗아서 왕관처럼 쓰고다니며 위세나 부리고 다니는 586 귀족들에게 표를 줄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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