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의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는가?

2024년 4월 29일 얼룩소에 올린 글

과연 AI가 노동의 전부를 대체할지는 의문입니다. 김대식 박사 강연에서 들었던 내용인데요. 컴퓨터가 체스를 이기게 한 이후, 공학자들은 교만해졌습니다. 이제 이족보행은 대학생들의 과제로도 가능한 영역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족보행이 가능해지기까지 30~40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우리는 인간에게 어려운 것이 더 어려운 과제일 것이라고 착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계산적 이성은 진화학적으로는 발달하는 데 얼마 걸리지 않은 영역입니다. 이족보행, 눈으로 사물을 인지하기 등은 훨씬 진화하는 데 더 오랜 기간이 걸렸던 일이지요.

그렇다면 감정의 영역, 그리고 감성을 동반한 선택의 영역은 어떨까요? 동물에게 왜 감정이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이론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제가 신뢰하는 학설은 결국 감정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기억하게 한다는 특징이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일주일 전에 먹었던 아이스크림의 맛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대략 한 달 전쯤에 정말로 매력적인 이성을 만났을 때, 대화의 주제로도 삼았던 아이스크림의 맛은 아직도 기억나는 듯 합니다. 그저께 먹었던 고기의 맛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몇 년 전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장에서 먹었던 고기의 맛은 좀 기억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감정적으로 중요한 순간들은 우리에게 판단하고 선택하는 중요한 고리가 됩니다. 그리고 이걸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직까지 인간이라는 종뿐입니다. 그리고 소비는 이러한 판단들 속에서 일어납니다.

그러나 그 영역은 동물이라는 생명체의 한 갈래가 생기면서부터 진화해온, 아주 복합적인 영역이기에 우리 인간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죠. 그러나 늘 달고 살기에, 그것이 얼마나 복합적이고 어려운 작용인지 모르고 삽니다.

우리는 AI가 고작 언어의 영역에서 따라하는 것이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과연 AI가 독창적인 시를 지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는 처음 보는 단어의 연결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AI는 연결이 빈번했던 것들을 연결시키는 데에 능할 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AI는 인간의 감정을 아직 이해하지 못합니다.

물론 AI가 인간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기도 합니다. 일상적인 영역에서는요. 제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음악을 좋아할지, 제 절친보다 제 유튜브 알고리즘이 더 잘 알겠지요.

그러나 제 취향에 맞는 새로운 음악은 가수 김사월 씨가 제일 잘 만드리라 생각합니다. AI는 김사월과 비슷한 음악을 만들 순 있어도, 김사월의 신곡을 뛰어넘는 음악을 만들 순 없습니다. AI는 좋은 선택지를 만들 수는 있어도, 독창적인 음악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감정의 영역까지 AI가 탐구하도록 놔둘 수 있을까요? 제 생애동안은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미래의 일까지 예언해보자면, 인류는 AI가 인간의 감정 영역까지 탐구하고 복제해내는 데에 큰 반감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I가 욕망을 가진다면, 인간을 정말로 지배하려고 들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인간에게는 노동의 영역이 영원히 남아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그 영역을 중심으로 재편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사회 공상 과학자를 자처하는 하루씨 얼룩커님이 주창하는 기본소득 논의는 필요없게 될 수 있겠지요.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노동의 영역이 남아있으며, 그것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경제에서는 그것을 잘 해내는 것이 가장 돈이 되는 일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을 돕는 다양한 직종들이 생겨날 것이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자본주의와 노동의 지속성을 담보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