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시기의 검찰 개혁이 놓친 것
조직은 언제나 자기중심적이다
검찰 개혁론의 문제 의식은 많은 부분 동의합니다.
(1) 살아있는 권력은 수사하지 못한다.
(2) 그러다가 죽어가는 권력, 혹은 이미 죽은 권력은 과하게 헤집으면서 과한 언론 플레이를 한다.
(3) 언론 플레이 이후에 상대를 기소해버린 후에 패소하고, 상대의 명예가 훼손되어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검찰 개혁이 흘러간 방향에 대해서는 크게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있는 윤석열을 수사하는 것을 두고, 수사권이 각 기관이 부딪히는 걸 보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그리고 공수처 설립에서 가장 잘못되었던 것은 '조직은 언제나 자기중심적이다'라는 사실을 깜빡했다는 것입니다.
인간 종은 이기적인가, 혹은 이타적인가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정리합니다. 모든 생물은 자기중심적이며, 자기 이해 관계에 예민하다. 다만, 인간 종의 경우 서로 협력하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이해하였으므로, 수렵채집사회 시기에 자신들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경우들을 중심으로 협력하고 상대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단, 그건 어디까지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경우들에 한해서일 것입니다.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고,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을 중심으로 협력의 상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사람이 100명 규모의 집단을 가지고 살아갈 때였습니다.
하지만, 그러나 문명 사회는 100명보다 어마어마하게 큰 사회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것을 작동 시키기 위해 거대한 조직들을 이루고 공무를 집행합니다. 인간이 100명 규모의 집단을 가지고 살아갈 때 진화가 마친 만큼, 각각의 조직의 구성원은 다른 조직과 협력하기가 어려운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각각의 조직 구성원들은 다른 조직의 감정에 공감하기가 어렵고, 다른 조직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배려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조직은 언제나 자기중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사 사법 시스템은 간명한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형사 사법 시스템은 간명하지 않으면, 형사 사법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사람들이 시비를 걸 빌미가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수사권이 검찰, 경찰, 공수처 세 조직에 나뉘어지면서 윤석열 변호인단에서도 딴지를 걸고 있습니다. 수사는 검찰이 먼저 시작했으며, 공수처는 이첩 요구를 하다가 한참 후에야 이첩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공수처가 수사를 계속하며, 윤석열 체포영장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윤석열의 변호인단은 공수처에게 수사 권한이 없다고 말하면서 수사에 훼방을 놓습니다. 그러나, 형사 사법 시스템에서 수사권을 세 조직에 어지럽게 나눠놓으면서 오히려 딴죽을 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국제적으로 검사가 수사권을 갖지 않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검수 완박 이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반부패기구인 뇌물방지작업반(WGB)은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한국 반부패 역량의 저하를 점검하기 위해 작년은 11월 21일부터 한국에서 실사를 벌였습니다. OECD는 진작부터 한국의 검찰 수사권 위축을 심각하게 우려해왔습니다. 2022년 7월, OECD는 “한국 검찰의 국제·뇌물범죄 수사·기소 역량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성명을 낸 바 있습니다.
OECD 회원 38개국 중 검사에게 수사권이 있는 나라는 독일·프랑스·미국·일본 등 34개국입니다. 영연방 국가들은 검찰 전통이 약하지만 영국과 뉴질랜드는 수사와 기소가 융합된 기관을 만들었습니다. 캐나다·호주·아일랜드·이스라엘은 경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부여했습니다. ‘수사-기소 분리’는 검수완박 당시 민주당 측의 주장과는 달리, 전혀 글로벌 스탠더드가 아니라고 합니다.
일단 형사 사법 시스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사한 사항이 법정에서 유리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수사 지휘를 하는 기관에서 기소와 공소까지 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앞서 말한 세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검찰 내부의 승진 제도 변경, 그리고 공수처를 수사와 기소 자료를 감찰하는 기관으로의 전환, 기소편의주의에서 기소법정주의로의 변화가 더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 내부에서 수사와 기소를 하는 팀과 공소를 하는 팀이 나뉘어지고, 수사와 기소를 하는 팀은 수사 후에 기소만 해도 실적이 된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기소를 해내기 위해 무리한 언론플레이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큰 이목을 끼는 사건의 경우 수사와 기소를 전담한 사람들이 공소까지 담당하고, 공소를 통해서 기소 중에 무리한 내용이 있었음이 확인될 경우, 검찰 내부에서 좌천을 시키는 등의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소편의주의에서 기소법정주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소고발이 들어가면, 혹은 수사에 착수하면 기소를 무조건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소편의주의가 기소를 통해 검찰이 자의적으로 권력을 행사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수사와 기소를 한 후에 이 자료들을 감찰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문제가 되는 것은 권력이 없는 사람에게 무리한 수사를 한 경우, 그리고 권력이 있는 사람에게 무리하게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그러므로 수사와 기소를 한 후에 감찰 기관에서 검토를 하여, 수사와 기소 중에 일탈이 있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관이 있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공수처를 수사 검토 기관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사기관이 행정부의 산하에 있으므로, 수사 감찰 기관은 입법부의 통제 하에 두고 국회의장이 지명하여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게 하는 편이 어떨까 싶습니다.
조직이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을 잊고, 어떠한 견제 기구 없이 공정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순진한 발상이, 검찰 개혁을 아예 실패하고 오히려 범죄 수사를 어렵게 만들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