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장론 관련한 논쟁 글
2024년 7월 17일 얼룩소에 올린 글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력 간의 대립만을 의미하는가?
우선, 인터뷰이이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근 박사님의 주장과 같이 지금의 외교관계의 변화는 대한민국에 어떤 정부였어도 막을 수 없었다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러시아 관계는 비우호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대중국 디리스킹에 의하여 중국과의 관계는 소원해졌을 것입니다. 또한, 북한이 기존의 통일 노선을 폐기하는 것 또한 대한민국 정부가 어떤 정부이건 관계없이 벌어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세 국가가 일시적으로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연맹에 대한 대응으로 관계를 긴밀히 해나가는 것 또한 같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근 박사님과는 다르게 이것이 자유주의와 제국주의 대결 구도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 즉, 신냉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선, 제국주의에 대한 저의 이해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확장되던 도중에 서구 열강들이 서로가 무역의 장벽을 세울 것을 우려했던 것에서 촉발된 영토적 팽창주의 경쟁 열풍 정도로 이해합니다. 각자가 식민지를 통해 스스로 자율적 공급망을 만들려던 흐름으로 이해를 합니다.
그 결과, 우리는 서구 자유주의 세력과 손잡았던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러시아와 영국의 그레이트 게임, 즉, 러시아의 영토적 팽창을 저지하기 위한 영국이 사투를 벌이던 시절, 영국은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과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 때 얻은 힘을 바탕으로 일본은 한반도를 식민화하였습니다. 그들의 한반도 식민화의 논리, 즉, 정한론의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러시아의 남진에 따라 일본이 갖게 된 국가 생존(주권선)에 대한 위협, 이를 제어할 수 없는 무능력한 조선 왕조와 신하들, 조선에 살고 있는 일본인의 신분 안전이라는 세 가지 명분이었습니다. 즉,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주권선 너머의 영역에 대한 지배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심적 국가가 아니라 후발 주자 국가들이 내세운 이런 영토확장의 논리는 위험했습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주권선을 넘어가는 영토를 획득해야 한다는 논리는 끝없는 전쟁으로 치닫는 국면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자국의 주권선이 된 한반도 방어를 위해서 만주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개발되었습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태평양 전쟁과 중일전쟁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까지도 만들었습니다. 반면에, 유럽에서는 독일이 ‘생활권’(레벤스라움)이라는 명목 아래,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을 모두 병합하거나 위성국가로 만든 후, 소련을 향해 침공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 씨는 2차 세계대전으로까지 번진 강대국들의 팽창 논리를 저지하기 위해 전후 구상을 생각하였습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의 이상주의적 국제기구의 무용함을 인정한 것입니다.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1차 세계대전 이후에 만들었던 국제연맹의 무용함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국제적 질서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미국, 소련, 중국, 영국 4개 국가 중심의 공조체제에 기반하여 강대국 중심의 국제기구를 만들자고 생각하였고, 영국의 총리 처칠 씨와 소련의 서기장 스탈린 씨를 얄타에서 설득하였습니다. 그것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백승욱 박사는 ‘얄타 체제’라고 부르기도 하더군요.
‘얄타 체제’는 국제 연합이라는 기구에서 총회는 일종의 하원의 역할을, 안전보장이사회는 일종의 상원을 역할을 하면서 발전되어 왔습니다. 그 결과, 냉전 도중에 여러 전쟁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대리전 양상으로 펼쳐지는 일이 발생했으나, 한 국가가 자신의 주권선을 넘어서 이익을 직접적으로 추구해도 된다는 논리 자체가 배제된 상태에서 전쟁들이 수행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많이 봐왔던 그림, 괴뢰 국가의 등장이나 강대국이 내전의 한 세력에 은밀한 지원을 해주는 구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나 이 그러나 이러한 구도는 강대국이 직접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타국의 주권선을 침해해도 되고, 그리고 강대국끼리의 전쟁을 약소국 영토에서 벌이던 기존의 질서와는 완전히 다른 구도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질서 자체의 위기를 가져다준다고 생각이 될 수도 있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인가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것은 첫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에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유는 (1) 나토의 동진, (2) 무능력하고 위험한 우크라이나 지도부, (3) 자국 국민을 위협하는 신나치 세력을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즉, ‘정한론’에서의 러시아의 남하, 무능력한 조선, 조선에 살고있는 일본인의 안전 보장 등의 원리와 본질적으로 같습니다. 그러므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질서의 수립을 위해 막기로 구상했던 어떤 논리 자체가 차용된 것입니다.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충격적인 이유는 두 번째로, 그것이 얄타에서 UN을 창설하기로 합의한 소련을 후계해서 안전보장이사회에 들어간 러시아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의미하는 바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자유주의 국제질서 자체에 대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로 약속된 국가, 안전보장이사회의 러시아가 자유주의 국제질서 이전의 논리를 통하여 강대국 팽창의 논리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자유주의 국제질서 체제 자체에 근본적인 균열이 가해진 사건입니다.
● 러시아만이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적인가?
자유주의 국제질서 체제에 근본적인 균열이 가해진 사건으로 작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본다면, 러시아 이외에는 국제질서를 위협하는 균열의 요소가 없는가를 봐야합니다. 우선은 작금의 국제질서를 주도적으로 관리해온 국가를 봅시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대통령 프랭클린 루즈벨트 씨의 주도로 ‘얄타 구상’을 만들고, 전후 대통령 트루먼 씨의 주도 아래에 냉전이라는 국면을 중심으로 ‘얄타 체제’의 가장 주요한 행위자로 만들어진 미국입니다. 세계 곳곳에 미군을 파견해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관리해온 주체였던 미국 또한 러시아 못지 않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2016년 트럼프의 당선은 모두다 예기치 못했습니다. 2016년 트럼프를 당선시키고, 2020년 낙선에도 불구하고 2024년 다시 트럼프를 대선에 뛸 수 있는 후보로 만들어낸 동력은 저는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합니다. 첫째, 낙후된 지역 사람들의 미국 주류 엘리트에 대한 분노. 둘째, 이민자에 대한 거부 반응. 셋째, 미군의 전략적 실패로 인해 많은 군장병의 사망으로 인한 미국 서민 계층 내부의 미국의 국제적 역할 축소에 대한 열망.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순히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는 문제를 두고 미국의 트럼프를 바라보며, 자국 이익중심주의 정도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려는 이유의 본질은 미국의 군사적 역할을 축소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이해되어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바이든 혹은 바이든이 교체한 다른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와 같은 미국의 국제적 질서 부담에 대한 경감의 욕구 자체가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작,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씨를 이기고 만들어진 바이든 행정부도 여론을 의식하며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충분히 내릴 때가 된 결정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서두른 감이 있기에 며칠 만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은 무너졌습니다. 민주당도 트럼피즘을 추동하고 있는 미군의 역할 축소에 대한 여론 자체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어떤 세력이 집권해도 국제질서 내에서 미국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경향을 어느 정도는 내보일 것입니다.
주목해야 할 안전보장이사회 국가는 또 있습니다. 바로 우리에게 인접해있는 중국입니다. 중국 연구자들은 2021년에 있던 제3차 역사결의대회에 주목합니다. 제3차 역사결의대회는 이전의 역사결의들과 달리 과거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없이 자화자찬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의 첫 번째 역사결의는 1945년에 이전의 세력들을 청산하고 마오쩌둥 중심의 당 영도 노선을 확립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두 번째 역사결의는 마오쩌둥 체제 내에서 이루졌던 문화대혁명의 오류를 평가하고 개혁개방의 시대를 맞이하는 의미에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2021년에 이루어졌던 형식은 다릅니다. 과거 공산당의 역사 100년을 시대구분한 후, 당의 오류를 설정하지 않고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그럼으로써 기존의 공산당의 노선은 오류 없이 옳았다는 이야기를 강조하며 당의 권위주의적 통치 자체를 강하게 긍정합니다. 그리고 이전의 공산당 100년을 분투의 100년으로 정의하고, 앞으로 맞이할 100년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100년으로 정의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에 의한 분투이며, 어떤 잃어버린 것에 대한 부흥인가의 문제가 남습니다. 그리고 이 논리 구조는 중화민족이 공산당을 창건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역사, 즉, 중화민족이 식민제국주의에 당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를 강조하게 됩니다. 즉, 아편전쟁 이후, 중국이 서구 열강으로부터 침략당했던 역사 말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이 강조하게 되는 제국주의 침탈의 역사의 흔적이 중요해집니다. 바로 아편전쟁에 의하여 영국에게 빼앗겼던 홍콩, 그리고 청일전쟁으로 인하여 일본에게 빼앗기게 되었던 대만입니다. 그리고 그 두 영토를 자국의 체제 내로 편입시키는 것이 중국의 다음 역사를 밟아나가기 위해서 당이 해야 하는 일로 설정됩니다. 일국양제로 관리되는 홍콩이 자국의 체제 내로 편입되게 하는 일들은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미 준비 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다음은 대만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자국의 주권이 실효적으로 미치지 않고 있는 선을 넘어서 군사 행동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며, 무력시위 혹은 실질적인 침공의 형태를 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혹자들은 중국이 경제적 타격을 이야기하지만, 중국에 전권을 행사하는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는 정치적인 동력의 유지가 경제적 타격을 입는 것보다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는 점에서 대만해협 위기는 현실화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안전보장이사회의 또 다른 축인 프랑스와 영국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정치 세력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자국의 비도심 지역에서 일정 정도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는 새로운 정치 세력 말입니다. 이들의 주장이 점차 온건해짐에 따라 극우라고만 불러야 할지는 의문입니다만, 이주민에 대한 거부 의사가 확실한 어떤 주장들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얄타 체제에서 주요한 축들이 전부 카오스를 맞이하거나, 자국의 역할을 축소하려고 하거나, 원래 얄타 체제의 취지에 반하는 군사 행동을 감행하려고 하거나, 감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알던 세계의 종언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 우리가 알던 국제 정치 질서가 아닌 것만큼이나 우리가 알던 경제체제가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알던 국제 정치 질서들을 살펴봤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를 살펴봐야 합니다. 과연 우리가 알던 기존의 경제 질서대로 세상이 굴러갈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한국만 제외하면, 각국의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정책의 확대를 하며 정부가 직접 빚을 내면서 경제를 운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그것의 선두는 미국입니다.
이에 대해 예일대 출신의 경제학자들은 그 부채는 통제가 가능하며, 정부가 이자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경제성장률을 견인하면 된다는 논지를 펼치고 있다고 압니다. 그러나 가장 큰 경제 주체인 미국의 국채를 사가는 주체가 변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굉장히 많은 빚을 코로나 국면에서 졌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주도로 러시아의 해외 계좌들의 자산을 전쟁 경비로 이용하는 것에 합의하였습니다. 이렇게 되자 미국의 국채를 가장 많이 사가는 주체인 중국의 움직임이 달라졌습니다. 기존에 안전자산으로 인식하고 사가던 미국의 국채를 적게 사기로 하고, 대신에 정말로 안전자산인 금을 사기로 한 것입니다. 또한 미국 국채를 사가던 미국의 시중은행들도 미국의 국채를 많이 들고 있다가 망한 은행의 사례를 접하게 되자, 미국의 국채를 적게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국채를 사가는 주체는 각국의 중앙은행이나 시중은행에서 개인 투자자들이나 헤지펀드들로 비중이 옮겨갔습니다.
지금의 경제를 가장 크게 견인하는 것 중에 하나가 정부의 국채라는 점에서 이는 의미심장한 변화일 수 있습니다. 각국의 중앙은행이나 시중은행은 비교적 길게 국채를 들고 가는 사람인 것에 비하여 개인 투자자들이나 헤지펀드들은 투자를 장기적으로 지속하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경제를 견인하던 어떤 동력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위기는 북한의 핵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공조에 의한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위기에 균열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알지 못하는 사이 어떤 변화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에게 무서운 시나리오는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무력시위, 혹은 도발이나 실질적인 침공과 함께 북한이 연계될 가능성입니다. 북한이 핵을 통해 위협을 할 수 있는 시나리오가 중국의 대만해협 위기와 연계되어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 그것은 알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변화가 있습니다. 북한이 우리를 더이상 남조선으로 부르지 않기로 했으며, 여태껏 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으로 존중받는 건데 왜 그리 문제냐 하면, 더 이상 통일 이루어야 할 같은 민족으로 담론화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단, 북한 정권은 통일을 바라지도 않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가 하면, 북한은 이제 담론적 차원에서도 한국을 핵을 쏠 수도 있는 상대로 규정지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었을 경우 우리나라는 UN이 대만해협 위기에 집중하는 동안 북한에 많은 것을 내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백승욱 박사는 아예 공납국화의 가능성까지도 언급하더군요.
● 대한민국의 핵 보유 문제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균열을 무엇과 연결시킬까의 문제이다
한반도는 사실 얄타 체제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지역입니다. 2차 세계대전의 주요 척결대상은 두 곳입니다. 독일과 일본. 독일의 경우, 유럽이라는 중간 지대 속에서 전쟁 수행의 가장 큰 두 주체인 미국과 소련이 만났습니다. 따라서 유럽 여러 국가들이 서유럽에서 열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정하면서 긴장 관계를 강화하는 냉전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전쟁 수행의 두 주체가 직접 부딪칠 뻔한 위기가 있었습니다. 소련군이 유럽 전선에서의 전열을 재정비하고 한반도에 들어올 기미를 보이자,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터뜨렸습니다. 그래서 아시다시피 한반도는 분열되었습니다. 그리고 1946년부터 점차 험악해진 미국과 소련, 그래도 공조체제를 어느 정도 유지하려고 했으나, 한반도에 전쟁이 터지면서 완벽한 냉전 체제로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우연이 아닙니다. 미국의 세력권과 러시아의 세력권이 어떠한 중간 지대도 없이 만나게 되는 곳이 동아시아이며, 동아시아에서 가장 약한 정치적 주체가 어쨌든 한반도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대립권은 전후에 중국과 일본이 전력을 찾게 되면서 동아시아 자체가 강한 나라들의 세력권이 직접적으로 맞부딪치는 공간으로 구성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글의 전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는 이근 박사님과 국제 정세에 대한 이해가 다릅니다. 이근 박사님은 전후 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이탈하고, 북한이 이에 동참하는 구도로 보시고 논지를 전개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보다 근본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만들어진 하나의 체제가 균열이 가고 있다고 보는 편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알던 러시아가 아니고, 우리가 알던 중국이 아닌 것 만큼이나, 우리가 알던 미국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던 유럽이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알던 달러의 시대도 아닙니다. 이것은 전세계적인 공급망의 연결 구도 안에서 금융권에 연결될 수 있는 소수가 부를 독점하고 있는 경제 구조 자체의 모순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중인 것 같습니다.
국제관계 전문가인 파라그 카나 박사가 자신의 책에 적어놓은 한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여러 분리주의 움직임이 일어나는 동안, 런던의 엘리트들은 런던도 분리독립했으면 하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런던 자체가 공급망 속에서 어떤 특혜를 누리고 있는지를 망각한 체, 런던의 엘리트들은 자신의 국가의 나머지 시골 지역들을 복지 혜택을 나누어줘야 하는 짐으로 생각하며 런던 자체의 분리독립을 마음속으로 바라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처럼 세계의 사회경제적 행위자들도, 그리고 국제정치적 행위자들도 더이상 기존의 질서와 똑같이 행동하고 싶어하지 않아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작금의 세계질서 자체에 계속 균열을 낼 것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핵 무장 문제를 바라봐야 합니다. 이 균열의 한 복판에서 가장 큰 균열점이었던 한반도에서 두 정치 세력 간의 핵 군비경쟁을 일으킨다면, 그것은 세계 질서의 위기를 전 세계의 핵 무장화와 연결시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전 세계의 핵무장화에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안을 한정해서 중국, 러시아, 한국-일본, 미국, 북한, 이근 박사님의 가설에서는 다섯 주체, 그리고 사실상 한국과 일본 공동관리의 핵무장이 가능한가의 의문에서 여섯 주체에서의 핵 군비 경쟁, 혹은 핵무기를 통한 군비 경쟁 시나리오에 대한 강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핵 관련한 시나리오들에서는 강대국 두 국가의 관계성 속에서 전쟁을 막는다는 논리가 가능했습니다. 그것도 강대국 간의 국력이 아주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선에서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 동아시아의 현실은 다릅니다.
세계 질서가 잠정적으로 붕괴된 상태에서 서로 다른 국력을 가진 여섯 경제 주체가 각자의 군비경쟁을 한다고 가정합시다. 각자가 원하는 공급망의 시나리오가 다르다는 점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양자 간의 핵 무력 시위라고만 가정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중국과 러시아의 국제질서 이탈이 아니라, 기존의 세계질서의 균열과 붕괴의 시나리오라는 가정 하에서 말입니다.
우리는 국력이 아주 차이 나는 인접하는 여섯 주체 간의 핵 무력 군비경쟁을 상정하고 시나리오화해본 경험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강대국과 약소국은 핵을 두고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강대국은 핵무기가 언제나 마지막 선택지입니다. 그러나 약소한 국가, 이 시나리오에서는 가장 약소한 주체인 북한이 운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몇 안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가정을 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약소하지만 호전적인 주체인 북한은 동아시아에서 6개국의 핵 경쟁 시나리오에서 핵을 자신이 쏠 수도 있는 주체임을 입증해내기 위해서 두 번째로 약한 주체, 우리의 시나리오에서는 한국을 실제로 쏘아버린다.
이 시나리오는 우리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핵 위기를 최대한 억제하는 시나리오를 펼쳐야 하지 않을까요?
● 저의 답은 핵에는 No하는 한국! 대만 위기에는 적극적인 주체가 되는 한국! 한미일 공조의 한국!
우리는 여태껏 한반도 밖의 문제에 우리와는 굉장히 무관한 문제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렇기에 원내 제1당의 대표가 대만해협 위기 문제에 관해서 천진난만하게 대만에도 쉐쉐, 중국에도 쉐쉐하면 된다는 발언을 하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만해협 위기는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위기입니다.
첫째는 이 글에서도 계속 강조하였듯이, 대만해협의 위기 자체가 동아시아 전체의 역학 구도 변화를 불러오며 북한의 돌발행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둘째, 세계 질서가 재편된다고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급망을 유지하는 길입니다. 우리나라의 공급망의 중요한 축은 두 개입니다. 유럽과 중동에서 대만해협과 중국을 지나오는 공급망, 그리고 일본을 거쳐 미국으로 향하는 공급망. 그리고 대만해협을 지나는 공급망이 계속 지금과 같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만해협의 무력에 의한 현상변경에 반대해야 합니다. 우리의 공급망 루트가 완벽히 중국의 영해에 떨어지는 순간, 중국이 현재 남중국해에서 벌이고 있는 것과 같은 갑질에 당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만해협의 무력에 의한 현상변경의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한미일 공조 체제는 유지되고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