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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크기가 되어버린 주최 측 추산 집회 인원수

by 심준경

지난 토요일에 100만 명이라고 주장되어진 인파가 광화문에 왔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은 이를 4만 4천여 명이라고 추산하였다.


딱히 경찰이 일부러 정치적 성향에 따라 집회 인원에 유불리를 적용해서 집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결국 자신들이 추산하는 인원과 배치하는 경찰 인력을 맞추어야 할 것이기에,

그리고 특정 성향의 집회에 인력을 덜 보냈다가 사고가 나면 오히려 그들 과실이 되므로.


결국 탄핵 반대 집회에 모였다고 경찰이 추산한 6만 인파보다도 훨씬 적은

4만 4천 명의 인파로 100만 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주최 측 추산과 경찰 측 추산이 다른 이유로 각종 운동 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은 연인원과 순간 모이는 인원의 차이다.


그러나 이 논리가 완벽히 잘못되었단 것을 보여준 것은 탄핵 선고 당일의 집회 인원수였다.

여태까지 거의 대부분의 시위는 특정한 시간을 염두에 두고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다.

그렇기에 3~4시간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오가기도 했었다.


그러나 12월 14일의 대형 집회는 딱 특정한 시간을 염두에 두고 사람들이 모였다.

정확히 그날은 오후 4시에 있는 탄핵 소추 표결에 대하여 여당 국회의원들을 향해 항의하는 마음으로 사람이 모였다.


그러므로 순간인원과 연인원이 그다지 차이 나지 않아야 맞다.


그러나 주최 측은 이 날마저 200만 인파가 몰렸다고 끝없는 과장을 했다.

경찰 측 추산은 24만 5천 명이었다.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로 따지면 최대 집결인원은 42만 명 정도다.

난 서울시 생활인구 데이터가 가장 정확한 통계라고 본다.

왜냐하면 이날 시위에 간 사람 중 오후 4시 이전에 여의도를 빠져나간 사람도 별로 없으며,

나가려 해도 나갈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의도에 200만 인파가 모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여의도에서 하는 세계불꽃축제를 보러 노들섬, 사육신 공원, 이촌한강공원 등등이 꽉 차더라도,

인원이 고작 12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여의도만 해서 200만 인파가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광장정치, 직접민주주의에 사람들은 이제 딱히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효능감이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 촛불 시위는 재벌-국가 동맹 체제의 지속에 대한 반감이 아니었나 싶다.

재벌-국가 동맹 체제가 경제 성장에는 도움을 주었지만, 그들의 동맹이 꼭 사회에 긍정적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은 안다.


그렇기에 재벌-국가 동맹을 맺은 장본인 박정희 대통령의 딸 박근혜 대통령이 권력자가 되어 재벌과 정경유착을 보이자, 사회적인 불만이 솟구쳐 민중운동 쪽에서 마련한 집회에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모였던 것.


그때는 비교적 주최 측도 양심적으로 인원수를 추정했다.

경찰 추산 28만 명이 되었을 때 주최 측이 106만 명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날은 특정한 시간을 염두에 두고 사람들이 모인 것도 아니고,

앞서 서울시 생활인구데이터를 통해 보았듯이 경찰 추산도 비교적 적게 사람을 추산하니,

양보하자면 60만 명은 모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여파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는 과연 재벌-국가 동맹을 해체하였는가? 그렇지 않다.

재벌개혁을 약속하고 파투 냈으며,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털 보유, 복수의결권 주식 도입 등 재벌들의 니즈에 맞는 입법도 하려고 했다.


그러니 비상계엄 전에 아무리 야당들에서 사람들을 동원하려고 해도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던 것.

사람들은 아무리 모여서 시위한다고 해도 단순한 정권 교체 이상의 효과를 보기 어렵단 것을 이미 학습하였는데,


정권 교체만을 열렬히 바라는 4.4만 명은 모여서 자신들이 100만 명이라고 우긴다.


그렇다면 왜 100만 명이라는 인원에 집착하느냐?


12월 7일 집회 인원도 100만 명이라고 발표했었다.


12월 7일과 12월 14일 집회 두 번 다 참여해 본 입장에서

그날 비상계엄령으로 인해서 얼굴에 화색이 도신(???) 중장년 아재 분들끼리

밝은 목소리로 "광화문 때만큼 모였지?"라고 웃으며 좋아하셨다.


즉, 100만 명은 이 정권이 얼마나 싫은지, 얼마나 빨리 갈아치워야 하는 정권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며,

그 정도는 주장해야 정권이 바뀌더라를 그 시절 동안 터득하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대략 20만 내외의 극렬 지지층의 감정의 크기이며,

대략 20만 내외의 사람들이 윤석열을 얼마나 보기 싫은가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다.


그것은 더 이상의 의미도 없다.


사람들 대다수는 윤석열 얼굴 보기 싫은 건 매한가지지만, 집회에 참여할 만큼의 국가적 위기나 민주주의의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감정의 크기만큼 정치적 양극화는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쪽에서 내세우는 감정의 크기만큼이나, 저쪽이 내세우는 감정의 크기도 커지기에,


정작 이 탄핵소추안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하는 헌법재판관들이

이 나라 사람들 모두에게 납득 가능한 탄핵소추안에 대한 판결문을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한 고심은 더욱 커지고 있어서인지


탄핵 선고는 점차 늦어지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양쪽의 대략 20만 명, 즉, 40만 명의 시민들 이외의 사람들은

일상을 되찾고, 정치적 흥분 상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여파를 주어서


전한길 강사의 유튜브 조회수도 점차 낮아지고 있는 중이라 하며,

방송국의 시사 방송들도 조회수가 안 나온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시사에 큰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과한 흥분을 유발하는 시사 유튜브에 사시사철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


그러나 양쪽의 20만 명은 그걸 모르기에,

자신들이 흥분해서 말하고 있는데, 제지하고 있지 않는 사람들의 무관심 덕택에

자신의 흥분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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