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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Jul 04. 2016

출장

여행과 출장의 차이

2016. 06. 20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의 고객사는 영국이다.

정확히 따지면 한국 모 대기업 영국법인이 고객 사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HQ(Head Quarter)가 관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한국 본사 - 영국 법인 모두가 고객사인 샘이다. 매일 한국 시간 오후 5시면 영국 고객사와 전화회의(conference call)를 했었고, remote에서 업무지원이 효율적이지 못해 영국으로 출장을 오게 되었다.


10여 년 전, 영국에서 1년간 어학연수를 한 경험이 있어 영국, 특히 런던은 나에게는 특별한 도시이다.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혼자 1년간의 생활은 나에게 이 도시를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심지어 한국도 아닌 11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야 올 수 있는 곳인, 런던이 나에 첫 자취 경험이기 때문이다. 벌써 손가락으로 셀 수 없는 정도로 시간은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추억을 담고 있다.

어찌 보면 참 행복한 시절이 아닌가 싶다. 매일 내가 고민했던 건, 오롯이 영어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조차도 영어공부라는 명목으로 합리화할 수 있었다. 1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지금 한 달간 업무를 위해 다시 런던을 찾았다.


몇 달간 치열하게 그들과 conference call를 통해 업무를 보았다. 한국기업의 영국 법인이긴 하나 법인 담당자들은 모두 영국인들이었다. 전화를 통한 수많은 회의와 이메일 업무는 miscommunication을 야기시켰고, argue 도 참 많았다. 한국시간에 맞춰, 그리고 그들 영국 시간에 맞춰 일을 하다 보니 9 to 6가 아닌 9 to 12 가 마치 당연한 업무 시간처럼 여겨졌다.


회사는 전쟁터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영국과 한국 간의 시간 차이만큼 서로 간의 불신과 오해 덕택에 정말 전쟁터라는 말이 와 닿을 만큼 쉽지 않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덕택에 예전에 영국 하면 아련하고 좋은 추억만 간직한,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은 곳에서 이제는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한 나라로 변해 버렸다.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영국 사람들은 프로세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프로젝트 성 업무가 그렇듯 언제나 정해진 오픈 일정이 있다. 할당된 시간 내에 주어진 업무를 끝내야 하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회사(수행사, 을의 입장)는 언제나 시간과의 싸움을 한다. 명확한 프로세스 없이 우선 일정을 맞추고자 달려가는 우리를 영국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즉, 수많은 업무들에 쌓여 프로세스를 수립하는 것은 우선순위에서 뒷전으로 미루고 우선 달려가는 우리들을 그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정확한 프로세스를 주지 못하는 우리를 신뢰하지 못했다. 그렇게 매일 전쟁에서 그들을 설득하며 살아남아야 했다.


히드로 공항 도착 

내일이면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서만 알던 그들과의 face to face 도의 업무가 시작된다.


걱정반 설렘반.


여행으로 지구 반 바퀴를 돌아오던 출장으로 지구 반 바퀴를 건너오던, 여행은 언제나 사람을 이리도 긴장시킨다. 도착하자마자 핸드폰을 켜 우선 이메일을 먼저 확인했다. 겨우 하루 이메일을 읽지 않았을 뿐인데, 50개 이상의 이메일이 쌓여 있었다. immigration을 통과하러 가는 내내 이메일을 읽다 보니 11시간 여정의 졸음이 다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고객사는 런던 Waterloo station에서 기차로 30분 떨어져 있는 Walton on Thames라는 역 근처에 위치한다.

히드로 공항에서는 택시로 20-30분 떨어져 있어 금세 숙소에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했을 무렵 시간은 저녁 9시를 향해 갔다. 8시가 훌쩍 넘어간 시간인데도 해는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7월이 다가옴에도 영국은 여전히 쌀쌀했다.

<walton on thames 가는 길 풍경>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었다. 시차 때문인지 잠은 오지 않았다. 내일 어떤 옷을 입고 갈까 먼저 고민했다. 비즈니스를 통해 만나는 첫 만남이기에 우선 어떤 모습으로 그들을 만나면 좋을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뭐 사람 사는 건, 일을 하는 건 어디서든 다 매한가지려니, 하고 긴장된 마음을 추스르고 잠을 청했다. 한 달간 어떤 일들이, 그리고 한 달 후 이 경험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지 상상하며,,


영국에서의 첫 출장의 밤은  고요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호텔 밖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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