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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Apr 01. 2017

훔쳐보기

우리는 결국 보통의 삶을 살아간다.

우리는 때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 갖는다.

저 사람은 지금 행복할까
어떤 고민을 할까
나만 이렇게 삶이 힘든 걸까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갈까

관찰형 예능이 인기를 끄는 건 아마도 그런 의문에서 시작되어 '아, 화려하게만 보이는 저 연예인도 우리들과 같은 고민을 하며 살아가는구나' 하는 공감과 함께 '나만 힘든게 아니네' 하며 안도감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철저하게 기획된 각본에 의해 방송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TV를 통해 보여지는 모습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안심을 느끼는 것은 아닐지..


내가 여행을 다니며 걷는 걸 좋아하게 된 것 역시도 어쩜 그런 호기심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이들의 일상모습을 보며,
어디론가 바삐 향하는 누군가를 보며
친구와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며
사랑을 속닥이는 연인의 모습을 보며,

저 사람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며 살아가겠지 하는 생각에  잠기게 된다. 결국 우리 모두 그 무언가를 위해서 보통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2017년 3월 끝자락>

파리에 와 있다.

봄 날씨 덕분에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준다. 따스한 날씨 덕분인지 길 위에 파리지앵들의 모습이 더 잘 보인다.


파리에는 유독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참 많다.

따로 자전거 도로가 있지는 않다. 달리는 차와 자전거, 걷는 사람들과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서로 뒤섞여 있다.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사람들, 연인과 함께 자전거를 타며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음을 멈추지 않는 커플, 자전거로 퇴근하는 정장 입은 신사, 나란히 달리는 아빠와 아들. 날씨 때문인지 유난히 자전거로 어디론가를 향해 가는 사람들이 유독 눈에 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서울의 풍경이 겹쳐 보인다.


파리에 오게 된다면, 100여년 이상 지속된 전통적인 카페들을 꼭 방문하고 싶었다.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앉아 서로의 작품을 논하고 고민했다던 곳들을 방문하여 대체 무엇이 그들을 그곳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게 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방문 카페는 '카페 드 플로르(Café de Flore) ' 였다. 프랑스의 정치인, 문학가 등이 자주 방문하던 곳으로 프랑스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아침 9시부터 정오까지 글을 쓰고 식사를 하고,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눈다.
저녁식사 후에는 찾아오는 이들을 맞아
이야기를 나눈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나
카페 드 플로르는 나의 집이다.

라고 이 카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고 한다. 햇살이 좋아서 인지 원래 프랑스 사람들이 노천카페를 즐겨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노천 좌석은 거의 만석이었다. 프랑스 고전 카페 문화를 알려주듯 웨이터들은 모두 보우타이와 검은 정장을 입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에스프레소를 주문하고 잠시 카페에 앉아 봄 날씨를 즐겨본다.

카페 드 플로르(Café de Flore)와 걸어서 2분 떨어진 곳에는 또 다른 카페가 있다. 카페 드 플로르와는 경쟁 카

페인 '레 드 마고(Les Deux Magots)'.

20세기 초 헤밍웨이와 피카소 등 명성 높은 예술인들이 자주 찾았던 곳이라고 한다. 유명한 카페답게 이 곳 역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노천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에스프레소를 다시 한잔 주문하고 한동안 이 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커피를 한잔 시키고 신문을 뚫어져라 보는 할아버지가 보인다. 아마 그가 젊었을 때부터 이곳을 찾아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상 저 자리에 앉아 저렇게 커피 한잔을 시키고 시간을 보냈었지 않았을까. 할아버지는 한참을 신문을 보다가 자리를 뜬다. 혼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중년 여성도 보인다. 담배를 꺼내 들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여성. 무슨 고민이 있는지 얼굴에는 알수 없는 근심이 느껴진다.


노천이긴 하나 큰 창 유리로 공간을 분리해 놓았다. 앞쪽에 한 중년 부부가 서로가 찍은 사진을 확인한다. 관광객 인 듯 하다.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도 보인다.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느냐고 정신이 없는 엄마를 보니 어디든 살아가는 모습이 다 비슷 하구나 느껴진다. 인형같이 생긴 한 꼬마 숙녀는 카페 밖 풍경이 마음에 들었는지 혼자 밖으로 나와 조그마한 손으로 노트에다 심각하게 그림을 그린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나도 모르게 카메라를 집어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살아간다. 아무 고민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고민일 수도 있고, 연인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 일 수도 있으며, 20세기 초 그 어떤 가난한 예술가처럼 끊임없는 자기성찰에 대한 번뇌일 수 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고민하고 또 때론 작은 순간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지구 반대편의 그 누군가도 결국 다 같은 사람이기에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100년 전 헤밍웨이가 이 카페에 앉아 하루 종일 작품에 대해서 고심하듯 말이다.

파리에서 어디론가 찾아갈때 마다 제 시간내에 그 장소에 도착 하지 못하고 있다. 아름다운 거리의 풍경 때문에 발걸음이 자꾸 멈춰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세히 걸어가는 혹은 멈춰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으면 결국 이 곳도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런 낭만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그들이 부럽게 느껴지는 것 말고는 우리는 다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나는 보통의 그들의 삶을 보며 안도감과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저런 카페의 풍경을 보다 카페를 나와 다시 발걸음을 재촉 한다. 또 누군가의 삶을 또 들여다 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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