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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Diary 여행일기
by Panda Jan 10. 2017

<UK> 내가 사랑한 도시, 런던

런던여행, 템즈강변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2016년 7월>


"한 주 더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 괜찮겠어요?"

전무님에게서 카카오톡이 왔다. 출장 5주 차이다. 원래 4주 계획으로 왔었는데, 결국 총 6주를 더 머물게 되었다. 마음이 조금 혼돈스러웠다. 장기 출장은 사람을 참 외롭게  하기 때문이다. 참 별게 아니던 일상이 그리워지게 된다.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어제 봤던 드라마 이야기, 점심시간에 무얼 먹을지에 대한 치열한 논쟁, 상사에게 혼난 후 커피 마시며 나누는 상사 뒷담 화과 같은 작은 일상이 없다. 나는 어차피 떠날 사람이기에 그들의 삶에 끼기도 어색하고, 그들과  일상을 나누기에는 나는 그들의 문화를 100%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호텔이란 공간은 단기간은 좋지만 장기간을 머무르는 것은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내 것, 내 공간이 아니기에 안정감을 충분히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러저러한 이유로 한 주 더 머무르라는 요청에 나는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던, 언제 내가 이곳에 이렇게 있어 볼까, 그리고 여름의 런던은 그 어떤 계절보다 매력적이기에, 나에게 큰 선택권은 없었지만 한 주 더 머물겠다고 대답했다.



숙소는 워털루(Waterloo) 역 근처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여름의 런던은 참으로 좋다. 특히 템즈강을 끼고 걷는 런던의 밤은 혼란스러운 마음의 근심을 모두 잊게 만든다.

업무 시간 동안은 한국이든 영국에서든 언제나 전쟁이다. 아침에 8시 반쯤 출근해 노트북을 켜면 이메일이 잔뜩 쌓여 있다. 영국 시간 오전 9시는 한국 시간 오후 4시(서머타임이 적용된 시간이라)이기에 영국 시간 새벽부터 이메일 알람이 쉴 틈 없이 울린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너무 힘들어하는 나이지만 출장 와서는 알람 없이도 새벽부터 눈이 떠진다. 출근하는 기차 안에서부터 한국 팀들과의 전화를 통해서 이슈 상황을 전달받고, 그 내용 정리 후에 오후에는 영국 담당자들과 논의하고, 다시 그들의 요구 사항을 정리하여 한국팀에 이메일을 쓰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르게 끝난다. 다행인 건 이 사람들은 오후 6시 늦어야 7시쯤 되면 모두 퇴근을 하기에 나에 퇴근도 덩달아 빨라졌다.


퇴근 후 템즈강을 따라 걷는다. 

출장이긴 하나 곧 돌아갈 시간이 정해져 있는 'trip'이라는 여정은 여전히 모든 게 새롭기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마 퇴근 후 바로 호텔에서 하루를 끝내기가 너무 아쉽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호텔 앞 풍경은 언제 봐도 내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런던의 7월, 특히 해가 진 후에 템즈강변은 '아, 내가 정말 이곳에 있구나' 하고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는 날씨이다. (2016년의 여름만 유독 좋은 건지 항상 이런 날씨였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한국은 폭염으로 너무 덥다고 한다. 이 곳은 7월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선하다. 누군가가 영국으로 여행한다고 하면 7월의 오는 것을 적극 추천할 것이다. 아침저녁으로는 시원하고, 낮에는 조금 덥긴 하나 습하지 않은 날씨 덕에 햇볕이 참 좋기 때문이다. 덤으로 밤 10시가 되어야 저무는 해 덕에 하루 종일 영국을 즐기기에 저격이다. 여행자들에게 이 보다 완벽한 기간이 있을까.

퇴근 후 노트북을 호텔에 던져 두고 편한 신발로 갈아 신고 밖으로 나왔다. 매일 보는 런던아이(London Eye)와 빅벤( Big Ben)이지만 볼 때마다 '와' 하고 여지없이 소리를 지른다.


어찌 이 도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루는 운동복으로 갈아 입고 사우스 뱅크(South Bank) 주변을 뛰어 보기로 했다.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으며 뛰었다 걸었다를 반복했다. 국회의사당(Houses of Parliament)을 뒤로하고 한국도 아니고 영국 런던에서 템즈강을 끼고 러닝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나 우습지만 마치 브릿 존슨의 일기의 브릿짓이 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저녁 9시경이었지만 템즈강 주변에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아직 해가 지지 않아서 인지, 나 같이 운동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런던 아이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런던아이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빅벤을 뒤로하고는 관광객처럼 보이는 연인들이 셀카를 찍고 있다. 현지인 들는 노천의 펍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도 보인다.


여행객 반 현지인 반이 뒤섞인 이 곳.
하루의 모든 고민이 사라지는 이 곳


가족과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투덜투덜 거리며  퇴근을 위해 1시간 전 기차에 몸을 실었는데 금세 이렇게 무슨 이유가 되었던가 한 번쯤 떠나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주말에도 어김없이 템즈강 주변으로 나왔다. 

템즈강변 저 건너편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주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깝지 않기 때문이다. 숙소 인 워털루역 근처에서 10분만 걸어 나오면 서머셋 하우스 (Somerset House) 가 있다. 주말마다 나는 이곳에 출근 도장을 찍는다. 코톨드 미술학교(Courtauld Institute of Art) 내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무료 전시도 구경했다.  코톨드 갤러리에 가서 미술전시를 감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은 서머셋 하우스 야외 테라스에 놓인 의자에 앉아서 건너 보이는 템즈강변을 마주 하고 있다. 

어쩜 우리는 나와 다른 무언가에 항상 끌리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내가 경험에 보지 못한 그것에 대한 궁금함, 저곳에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저곳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하는 궁금함. 


서울의 경복궁도 아름답지만 런던의 빅벤을 그리고 그저 앞에 펼쳐진 템즈강을 보며 이리도 감탄을 하게 되고 설레게 되는 건 아마 우리는 참 다름에 끌리는 걸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이 존재하지 않을까. 어느 누구에게나 내가 가보지 못한, 내가 서있는 곳이 아닌 저 다른 세상과 세계가 내가 있는 곳 보다 더 나은 곳이라는  착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물음이 들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그곳이 어쩜 파라다이스 임을 깨닫지 못한 채...

그래도 다름에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그저 지나가는 런던의 2층 버스를 보며 신기해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오늘도 투덜거리며 출근했다 '영국, 참 좋다' 하며 퇴근하는 하루를 반복한다.


그 해 여름, 난 참 치열했고 많은 걸 느끼게 되었다. 한국과 별반 다름없이 허둥지둥  출근하는  현실이지만 언젠간 ' 아, 그래도 그때 영국에서 참 좋았어' 하며 떠올릴 끝이 있을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 2016년 7월, 출장 6주 차 어느 날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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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경험에 대해 기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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