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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Apr 06. 2017

관객이 되어보다.

연극을 보듯,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여행이 아닐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이 질문은 우리 모두가 살아가면서 가지고 있는, 어쩜 아마 평생 풀지 못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내가, 파리, 이 도시를 바라보던 첫 번째 시야는 바로 '삶'이었다.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바라 보는 누군가의 삶을,

센강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어느 중년 멋쟁이 여성을,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는 프랑스 엄마들의 뒷모습을,

주변의 신경쓰지 않고 러닝을 하며 땀을 흘리는 어떤 이들의 열정을,

해질 무렵 퇴근 하는 누군가의 발걸음을,

늦은 저녁까지 꺼지지 않는 어느 레스토랑의 불빛을,


그저 바라보는 일은 영화의 한장면 한컷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느끼게 해 준다.


하루는 노트르담 성당을 가기로 한 날이었다. 함께 여행을 하는 동행과는 어찌하다 보니 다른 숙소에 묵게 되었다. 일요일 아침에 미사를 보기 위해서 친구와 오전에 노트르담 성당 앞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30분 먼저 성당 앞에 도착했다. 커피를 마시며 성당 앞 풍경과 사람들을 구경하기 위해서 우선 카페로 향했다. 아메리카노 한잔을 시켰는데, 마침 가지고 있는 돈이 100유로뿐이었다. 100유로를 내밀자 카페 직원이 잔돈이 없냐며 핀잔 아닌 핀잔과 불만 어린 눈빛을 보냈다. 그의 불만 섞인 태도에도 꿋꿋하게 돈을 내밀고 커피를 기다렸다.

내 옆에는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는 멋쟁이 신사가 있었다. 베레모로 멋을 낸 그는 누가 봐도 파리지앵이구나를 느낄 수 있는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흘깃 그를 보다가 그도 카페 직원의 불만 어린 눈빛을 보았는지 나를 보며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커피를 기다리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노트르담 성당을 보기 위해서 왔다는 나에게,

 

"Are you Catholic?"
"Actually, no, I'm not"
"Oh, you must be tomorrow."


노트르담 성당을 보고 나온 이후에는 내일부터 아마 나는 가톨릭 신자가 되어 있을 거란다.

커피가 나왔고, 그는 에스프레소 잔을 비웠다. 그리고 나와 함께 카페를 나와 성당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노트르담 성당이 생긴 배경에 대한 설명과 성당 벽면을 장식하고는 있는 여러 조각상들을 보며 저 조각상은 누구이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 하나하나 자세하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사진을 한 장 찍어도 되냐는 부탁에,


"Sorry, I think that it would be better that you keep me in your eye. I will rememebr you in my eye as you are now. That will be better"


그냥 서로의 지금 눈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 기억 하자며, 나에게 'Mother of god' 이라며 펜던트 하나를 건네

고는 홀연히 떠났다. 우연히 카페에서 만난 동양의 관광객에게 아무 이유 없이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설명해주고 조그마한 선물까지 건네 준 후 떠난 어느 파리지앵.

그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소히 Give & Take 가 명확한 요즘 시대에 그와 같이 조그마한 친절을 나는 내가 전혀 모르는 이방의 누군가에게 베풀 수 있을까?

< 노트르담 성당 밖>
< 노트르담 성당 안, 미사 보는 모습>
< 노트르담 성당 주변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가로등>

노트르담 성당을 둘러보고 관광객의 자세로 여러 곳을 방문한 후 하루를 일찍 마감하였다. 친구와 헤어져 호텔로 다시 돌아가는 길목. 역시 여행객은 숙소로 한 번에 가는 법이 없나 보다. 하루를 일찍 마감한 후 호텔로 가는 길위에는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Village Suisse - Antiquaires et Galeries d'Art

이 곳에는 여러 가구 샵들과 그림들 그리고 빈티지한 예전 소품을 파는 가게들이 몰려 있는 곳이었다. 향수 때문인지 혹은 예전부터 이곳에 이렇게 자리를 잡고 이러한 물건들을 팔고 있었서 그랬는지 젊은 사람들보다는 노인들이 많이 보였다. 대부분의 가게는 모두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분들이 운영하고 있었다. 진지하게 소품들과 가구들, 그림들을 감상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몇몇 가게에 들어 가 구경해 보았다. 정말 한국으로 가지고 들어가고 싶은 가구들과 소품들이 많았다. 가게 마다 인상 좋아 보이는 할머니 혹은 할아버지들이 내가 들어 오면 "little English" 라며 순줍게 웃음을 지어 보이고 내가 관심 있어 하는 물건들에 대해 어느 시대 물건들인지, 너무 예쁘지 않냐며 물건들에 대해 떠듬떠듬한 영어로 친절하게 소개해 주셨다.


저들이 젊었을 때 저 물건들이 지금 이렇게 고가의 가격으로 팔리게 될 줄 알았을까.

< Village Suisse 내 가게들>

여행을 하면서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는 것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해준다.

 

제 3자의 눈으로, 마치 영화를 보는 관객에 입장에서 지나가는 누군가의 발걸음을, 생각에 빠져 있는 누군가의 뒷모습을, 우연히 알게 된 인연과의 대화를 통해 삶을 지켜보며 그곳에서의 새로운 여정을 만든다.


여행이란 게 별게 있을까, 내가 주인공인 내 삶에서는 차마 보지 못한 누군가의 삶을 지켜보는 것, 어느 연극의 관객처럼 누군가의 삶을 그저 바라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여행만이 느낄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묘미가 아닐까 싶다.


오늘도 여느 날처럼 하루를 호텔 근처 카페에서 시작한다. 마치 끝나지 않는 연극을 보듯 커피를 하나 시켜 놓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 매일 가던 카페>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가 이렇게 끝나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삶을 바라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의문에 아주 조금이나마 답을 얻어 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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