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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Apr 13. 2017

두 가지 색깔, 두 가지 빛

파리, 그곳은 다양한 빛을 가지고 있었다.

<2017.03.30 in Paris>


파리는 다양한 빛을 가지고 있었다.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오늘의 첫 여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여행 내내 날씨가 좋았는데 호텔을 나와 하늘을 보니 어쩐지 금방 비라도 내릴 것처럼 구름이 많이 끼어 있다.


날씨와 상관없이 오늘의 미션수행을 위해 미술관 가는 방법을 구글맵으로 찾아 보았다. 숙소에서 8호선을 타고 4개 정류장을 더 간 후 Concorde 역에서 내리면 된다고 나온다.


<흐린 날씨의 파리의 모습>


Concorde 역 도착.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나를 반겨 준 것은 역시나 콩코르드 광장 [Place de la Concorde]이었다. 루이 16세와 그의 아내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시민들의 투표로 사형에 처하게 된, 화려한 삶을 살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 그들의 마지막 장소이다. 처형 당할 당시 그녀는 겨우 30대 중반을 갓 지난 나이에 였다고 한다. 그러나 행복하지만은 않았던 왕비로써의 삶을 증명해 주듯 마리앙투아네트의 금발 머리는 하얗게 변했고, 광장에 선 그녀는 마치 60대 노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콩고르드 광장>


파리는 거리 자체가 낭만을 준다. 특히 3월을 지나 4월을 기다리는 모습은 봄햇살 덕분에 더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있었다. 또한 오스만 제국 당시 오스만 개혁에 의해서 세워진 '오스만 양식'이라고 불리는 건물들은 그 사랑스러움을 두배로 만들어 주었다. '아 내가 파리에 있구나' 감탄과 어쩐지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 도시..!



그런데 막상 콩코르드 광장에 우뚝 서 있는 저 오벨리스크를 보니 스산한 기분이 들었다. 화려하게 왕비로서 생활을 즐기다, 결국 많은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저곳에 서서 경멸 혹은 그녀의 죽음을 환호하는 사람들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광장 저 너머로 조그맣게 보이는 에펩탑이 왠지 모르게 쓸쓸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며 튀일리 정원 [Jardin des Tuilerie]을 거쳐 드디어 미술관에 도착했다. 사실 오랑주리 미술관을 온 이유 중에 99%는 바로 모네의 <수련>을 보기 위해서였다.

오랑주리는 1972년 모네의 <수련>을 기증받으면서 개관했다고 한다. 모네는 작품의 전시되는 공간에 대해서 "시민에게 공개할 것, 장식이 없는 하얀 공간을 통해 전시실로 입장할 수 있게 할 것, 자연광 아래에서 감상하게 할 것" 을 조건으로 그의 작품을 기증했단다. 또한 수련연작을 통해 세계 2차 대전 참전사들에게는 마음의 평화를 주고 전사자들에게는 추모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한다.



수련과 마주한 지금 이 순간, 어쩐지 그림들을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날 것만 같다. 그가 지베르니로 거처를 옮긴 후 정원을 꾸미며 수련을 그릴 당시 그의 아내 까미유와 아들, 그리고 심지어 두 번째 아내와 그녀가 데려온 딸마저 모두 먼저 세상을 뜨고, 본인마저 백내장에 걸려 눈이 점점 안 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끝까지 붓을 놓지 않았고 그가 그림을 그릴 수 있을 때까지 그렸다고 한다. 함께 어울렸던 인상주의 화가들도 대부분 떠나고 혼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의 모습이 그려본다. 아마 그때 가진 그의 쓸쓸함이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 되어 버린 건 아닐까. 눈물이 날 거 같았던 이유도 그의 고독이 그대로 전해져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모네의 수련이 있는 전시실 1관에 들어갔을 때 아름답게 색칠 된 그림에 먼저 눈이 갔다. 하지만 천천히 연작들을 보고 있다 보니 그가 눈이 멀었을 때 그리지 않았을까 하는 작품에 시선이 더 갔다. 언뜻 보면 경계가 모호하고 연못의 색깔은 알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한발치 멀리 떨어져 가만히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물 밑으로 반사되는 빛이 느껴진다. 그렇게 한참을 감상하고, 그 외 다른 작품을 모두 둘러본 후 미술관 밖으로 나왔다.


< 모네 수련 전시관의 천정의 모습>
< 각 작가별로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 인상주의 모네와 르누아루 부터 야수파 작가들의 작품까지 감상할 수 있다>
<파리 미술관 풍경. 르누아르 작품 앞에서 똑같이 그림을 따라 그리시는 어느 중년의 여성. 이런 풍경이 참 많다>


아침에 잔뜩 날씨가 흐려 있더니 역에서 미술관으로 걸어오는 동안은 내내 비가 추적추적 내렸었다. 그래서 였는지 미술관을 걷는 동안 튀일리 정원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어쩜 콩코르드 광장의 여운에 빠져 공원을 볼 정신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왠지 모르게 쓸쓸하고 스산한 느낌의 광장과는 달리 튀일리 정원은 더할 나위 없이 여유로운, 파리 도시 자체가 주는 특유의 싱그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내가 봄에 이곳을 와서 파리를 여유롭고 낭만적인 도시로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문 하나 사이로 갈려진 콩코르드 광장과 튀일리 정원은 다른 모습과 얼굴을 하고 있었다


<튀일리 정원>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 파리.


'미술관 방문을 시작으로 오늘도 도시 구석구석을 둘러봐야지.'


오늘 나는 또 얼마나 다양한 모습의 파리와 어떤 빛깔의 파리의 모습과 마주 하게 될까...!  설렘을 안고 새로운 도시의 모습을 그려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관객이 되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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