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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Aug 03. 2017

온도의 차이

어쩜 너무 많은 걸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많을 걸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금 가진 온도가 네게도 그대로 느껴지길 기대했던 거 같다. 관계에서 오는 삐그덕은 아마 그 온도의 차이로 인한 기대와 실망 사이에서 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1년 9월 어느 날>

홍콩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그 실망감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호텔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내린 그때 내 눈앞에 펼쳐진 이 곳은 내가 생각하던 그런 곳이 아니었다.


낡은 건물, 빽빽한 골목, 습한 날씨

처음 호텔 주변이 어떤 동네 인지도 몰랐다. 그저 가장 번화한 곳이라고만 호텔 설명에 적혀 있었다. 내가 처음 홍콩에서 발길을 마주한 곳은 침사추이였다. 건물들은 금방이라도 쓰러 질 것만 같았다. 상상했었던 휘황찬란한 고층 건물들은 보이지 않았다. 홍콩은 쇼핑하러 간다고 하는데 쇼핑은 도대체 어디서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금융권에서 일하는 슈트 입은 멋들어진 남성들이 길거리에 잔뜩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5명 중 1명의 홍콩 남자들에게서 풍겨오는 땀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

<처음 홍콩 갔을 때 기억>

기대가 너무 컸었다. 여행은 어쩜 내 취향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첫날 침사추이 그 번화한 길목 사람들 틈에 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한 채 그런 생각을 했었다. 여행은 어쩜 나에게 맞는 옷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여행에 대해서 단단히 착각하고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거 같다. 그때..


그러나 조금씩 여행이라는 온도를 알게 되었고 홍콩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또한 지금 나는 틈만 나면 여행을 간다. 기대가 점점 맞춰지면서 새로운 거리 위에서의 낯섦을 즐기게 되었다. 나는 홍콩 그 쾌쾌함의 매력을, 번잡함과 낡음을, 새 건물들과 어우러지는 쓰러질 듯 한 건물들이 주는 묘한 끌림을 알게 되었다. 차츰 차츰 이 도시와 나와의 온도를 맞추면서 기대는 사라지고 이해가 남게 되었다. 


뭔가 마음속에 답답함이 풀리지 않는 날들이 있다그런 날 밤은 침대에 누워 방 천정을 보다가 문뜩 '나를 이해하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든다. 결국 새벽까지 잠을  이루고 혼자 온갖 감성에 휩싸였다 겨우 잠이 든 적이 있다. 


그러다 문뜩 홍콩 여행을 처음 했을때 침사추이에 덩그러니 서있던 내 모습이 생각이 났다.  


나는 혹시 너에게 나의 온도를 기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어쩜 오롯이 내 온도에서만 남을 이해시키려고 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내가 이만큼 힘들 때 나에 아픔을 너도 나만큼 공감해 주길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에 이 기쁨과 설렘을 너도 이만큼 알아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계획과 미래를 너도 함께 가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마음속에 어떠한 선을 정해 놓고 내가 느끼는 이 마음 상대방에게 이해받기를 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말하지는 않아도 통한다는 그런  사실 없다심지어 말을 해도 통하지 않을 때가 훨씬  많은데 말을 하지 않아도 통할  있기를 기대하는 이기심이라니...

 

서로에 다른 온도를 맞추기는 힘들다. 나도 누군가의 온도에 맞춰 상대방을 이해해 주기가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매일 관계 속에서 오는 온도차로부터 기대와 실망 속에서 결국  혼자라고 극단으로 몰아간 건지도 모르겠다. 관계에 온도를 조금 맞춰 보도록 해 봐야겠다. 우선은  기대를 조금씩 조금씩 거두어 보도록  보는 노력 먼저  보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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