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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nda Jul 25. 2017

불안감

장애물에 걸려 넘어진 후에야 안심이 된다.


호텔 VIP 고객관리 담당자인 노라는 사랑에서 만큼은 자신이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그녀가 일하는 호텔에서 묵는 영화배우 인 닉과 데이트를 하게 되지만 데이트 며칠 후 오래 사귄 여자친구가 있다는 그 남자의 인터뷰를 보게 된다. 노라는 그 남자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그 자체보다 사랑에 항상 실패하는 자신에게 실망한다.


- 노라: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어요.
  여기가 꽉 막힌 기분이에요.
  사랑할 사람을 너무 찾고 싶은데.....

  우울해지는 저 자신을 참을 수가 없어요.  

- 노라 엄마: 노라, 넌 겁에 질린 거야. 그래서 그래.
  벗어날 방법은 하나뿐이야. 관계 속에 뛰어드는 거지.
  그럴 때는 억지로라도 나가야 돼. 하이힐을 신고 새 립스틱을 바르고 어디라도 가는 거야.
  최고의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웃고 행동해.

영화 "브로큰 잉글리시" 중.


그러던 어느 날 회사 동료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되어 프랑스 남자 줄리앙과 만남을 갖게 된다. 파리에서 영화일을 위해 잠시 뉴욕에 들렸다는 줄리앙.. 서로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 노라와 줄리앙은 주말을 함께 보낸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 던 중 줄리앙과 동네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게 된다. 당황한 노라는 친구에게 줄리앙을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다. 사랑을 갈구하던 그녀였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그와 함께 하는 것이 어색하기 때문이다. 어쩜 마냥 모든 것이 행복한 상황이 그녀에게는 익숙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완벽한 상황을 누군가에게 들키는 것이 두려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라:
 정말 미안해요. 제가 너무 무례했죠?
 가끔 참 바보 같아요. 완전 허를 찔렸네요.
 누구랑 같이 있는 것에 익숙지 않아서요

 당신이 내 삶에 불쑥 들어와서요.
 나도 모르는 새에.....
<Broken English 영화 중 한 장면>


왜 모든 것이 아무 탈 없이 잘 돌아가는 순간에 불안한 마음이 들까. 원하는 한 가지를 한 손에 쥐게 되면, 다른 한 손에 쥔 다른 한 가지는 스르르 빠져나갈 것 같은 생각에 사로 잡힌다. 성취를 얻은 순간, 뛸 듯 기쁜 마음보다는 두려움이 먼저 오게 된다.


'인생은 나를 마냥 이렇게 행복하게만 이끌지 않을 거야'


하는 생각..


노라는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지만 그 모습을 들켰을 때, 자신의 행복한 모습이 낯선 동시에 슬픔이 다가 올지도 모른다는 기분이 엄습해 왔을지도 모르겠다.


<Broken English 영화 중 한 장면>



나는 공항 트라우마가 있다. 항상 깜빡깜빡하는 건망증 탓에 여권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경험 등이 몇 번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공항까지 다 가서야 여권을 집에 놓고 온 걸  깨달았다. 머리가 까매지는 순간이었다. 집에서 인천 공항까지 두 시간 거리.. 다행히 면세점 쇼핑하려고 조금 집에서 일찍 나온 탓에 여유가 있었다. 결국 여권을 찾으러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밤새 검색 해 가며 아주 싼 비행기표를 구했다고 좋아했는데 택시비 덕택에 그 노력이 헛수고로 돌아갔다.


한 번은 이사하면서 여권을 잃어버렸는데 그것도 모른 채 그저 서랍 안에 고이 있겠지 하고 생각했었다. 이사 후 며칠 지나지 않아 회사 출장 차 장기간 중국으로 가야 했었다. 출장 전날 짐을 다 싸 놓고 여권을 찾는데 여권은 어디에도 없었다. 밤을 꼴딱 새우도록 찾았다. 정신이 반 나간다는 말, 딱 그때 그랬다.


그렇게 충격적인 두 번의 사건 덕에 나는 공항만 가면 긴장을 한다. 티켓팅부터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뭐가 잘못되면 어쩌나 내내 불안하고 초조하다. 아무 탈 없이 비행기에 올라타게 돼도 뭔가 꺼림칙하다. 바보같이 여행 가면서 그 설렘을 즐기면 될 걸, 왜 자꾸 조마조마 한 마음이 드는 건지. 아니나 다를까 여행지 도착해서 짐을 풀었을 때 꼭 가져왔어야 하는 짐 하나를 집에 두고 왔다는 걸 알게 된다. 뭐 사실 꼭 가져와야 할 짐은 사실 없다. 그런데 참 우스운 건 짜증이 밀려 오지만 그때부터 맘 놓고 여행을 할 수가 있다.



누군가를 만나 연애를 하다가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원하는 무언가를 이뤘을 때도 걱정스럽다.


"다른 일도 다 잘 풀릴까."


왜 온전히 하나의 행복에 집중하지 못하는 걸까.. 넘어진 후에 일이 풀려야 마음에 안심이 된다. 장애물 없이 술술 가게 되는 길 위가 더 편안하지 않다. 장애물을 건너다 넘어진 후에야 안도되고 그제야 길이 평탄 해지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되는 과정일까


밥 안 먹는다고 엄마에게 혼나서 눈물 콧물 다 쏟으며 세상 서럽게 울다가 아빠가 갑자기 사온 뜻하지 않은 장난감 때문에 30초 만에 꺄르륵 세상 모든 걸 다 얻은 것처럼 웃을 수 있는 6살 조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가지기엔 너무 커버린 어른이 된지도 모르겠다.


인생을 걸어오다 보니 항상 잘되는 일도 그렇다고 항상 안 되는 일도 없다는 걸 잘 아는 어른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아픔의 딱지가 생긴 후 뭔지 모를 좋은 일이 생기겠지 하는 기대감을 갖게 되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그저 온전한 기쁨도 절절한 아픔도 즐길 수 없는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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